2011년 11월 7일 월요일

멱급수 기반 상미분 방정식 해법(Solution of ODE Based on Power Series)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멱급수 기반 상미분 방정식"을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미분 방정식의 의미
2. 선형 상미분 방정식


[그림 1] 임의 함수를 멱급수로 근사하는 모습(출처: wikipedia.org)

상미분 방정식(ordinary differential equation, ODE) 해의 존재성과 유일성을 증명할 때 사용한 피카르의 반복법(Picard's iteration method)은 항상 답을 무한 급수(infinite series) 형태로 내놓는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상미분 방정식의 해를 다음과 같은 멱급수(冪級數, power series)로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1)

테일러 급수(Taylor series)도 표현식이 식 (1)과 동일하므로 멱급수의 일종으로 생각할 수 있다. 멱급수로 표현하면 좋은 점은 미분과 적분이 매우 쉽고 미분 방정식을 푸는 방법이 멱급수의 계수를 결정하는 문제로 바뀌는 부분이다. 즉, 다음과 같은 2계 선형 상미분 방정식(the second order linear ODE)이 식 (1)과 같은 멱급수를 가정해서도 풀린다는 얘기다.

                      (2)

그러면, 식 (1)과 같은 멱급수 방식은 어떠한 2계 선형 상미분 방정식도 풀 수 있는가? 아니다. 피카르의 반복법(Picard's iteration method) 증명에 따라 $p(x)$와 $q(x)$가 유한한 경우에만 식 (1)을 이용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p(x), q(x)$가 특정한 점 $x_0$에서 발산한다면, $y_0$ = $y(x_0)$를 가진 초기 조건에 대해서는 피카르의 반복법을 사용할 수 없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베셀의 미분 방정식(Bessel's differential equation)을 생각한다.

                      (3)

식 (3)을 식 (2)처럼 만들려면 식 (3) 전체를 $x^2$으로 나누어야한다. 그러면 $x$ = $0$에서 $p(x), q(x)$는 발산한다. 즉, 식 (1)과 같은 단순한 멱급수 전개로는 $x$ = $0$에서 베셀 미분 방정식의 해를 구할 수 없다.
이때 혜성과 같이 등장하는 방식이 프로베니우스 방법(Frobenius method)이다. 당연히 제안자는 수학자 프로베니우스Ferdinand Georg Frobenius(1849–1917)이다. 미분 방정식에는 수학자 이름이 붙은 풀이법이 꽤 많이 등장한다. 이 해법을 다 외우려는 시도는 멍청한 짓이다. 책을 펼치면 알 수 있는 해법을 굳이 외울 필요는 없다. 핵심적인 관점은 수학자가 왜 이 방법을 제안했는가이다. 프로베니우스도 우리와 동일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멱급수 전개법은 단순하면서도 매우 유용한데, 식 (3)과 같은 방정식에는 사용할 수가 없다. 무언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앞으로 프로베니우스의 고민과 해결책을 상세히 설명한다. 먼저 프로베니우스 방법을 위한 미분 방정식을 살펴본다.

                      (4)

여기서 $p(x), q(x)$는 발산하지 않는다. 베셀 미분 방정식인 식 (3)은 식 (4)와 같은 미분 방정식에 포함된다. 피카르 반복법을 이용하여 $x$ = $0$ 근처에서 식 (4)의 미분 방정식 해를 구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식 (4)를 $x^2$으로 나누면 $dy/dx, y$의 항이 발산할 수 있다.] 머리를 좀 써본다. $x$ = $0$ 근처에서 식 (4)는 다음과 같은 미분 방정식이 된다.

                      (5)

여기서 $a$ = $p(0)$, $b$ = $q(0)$이다. 식 (5)와 같은 형태는 코쉬–오일러 방정식(Cauchy–Euler equation)이라 부른다. 점 $x$ = $0$ 이외에서는 해의 존재성과 유일성이 성립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해를 구한다.

                      (6)

식 (6)을 보면 미분 방정식이 대수 방정식으로 바뀌기 때문에, $r$을 쉽게 결정할 수 있다. 즉, 식 (6)은 대수학의 기본 정리(代數學 基本定理, fundamental theorem of algebra)에 의해 2개의 해를 복소수 영역에서 반드시 가진다. 식 (6)의 결과를 식 (5)에 대입하면, 항상 식 (6)이 해임을 보일 수 있다. 그래서 $x$ = $0$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식 (6)은 식 (5)의 해이다.[혹은 어떤 $r$값에서는 $y(0)$가 수렴할 수도 있으므로 이때는 $x = 0$를 포함할 수 있다.] 그러면 식 (4)의 해도 $x$ = $0$ 근방에서는 다음처럼 식 (6)과 같은 형태를 가진다[1].

                      (7)

점 $x$ = $0$ 근방에서 식 (4)의 해를 찾은 결과가 식 (7)이므로, 계수 $c_0$는 발산하지 않는다.[∵ $x = 0$ 근방에서 $y = x^r$은 식 (5)의 정상적인 해이므로 계수 $c_0$는 일반적인 상수이다.] 따라서, $x$ = $0$ 근방에서 $y/x^r$의 특성은 식 (1)과 같은 단순 멱급수 $c(x)$로 표현할 수 있다. 즉, $x^r$만 곱한 멱급수는 식 (4)를 풀 수 있는 새롭고 강력한 방법론이다. 식 (8)과 같은 급수 전개를 이용해 $p(x), q(x)$가 발산하는 미분 방정식을 푸는 직관적인 기법을 프로베니우스 방법이라 부른다.

                        (8)

여기서 계수 $a_m$은 식 (8)을 식 (4)에 대입해 항등식 조건[$x^{r+m}$의 계수가 0]을 이용해서 구한다. 이렇게 하면 $a_m$은 재귀 관계(再歸關係, recurrence relation)로 얻어지므로 $a_0 \ne 0$이다.[∵ $a_0$ = $0$이 되면 모든 $a_m$이 $0$이 되어서 의미가 없어진다.] 식 (8)에서 먼저 결정해야 하는 값은 $r$이다. 식 (6)을 참고해서 지수에 들어가는 $r$을 결정하는 지표 방정식(indicial equation) 혹은 특성 방정식(characteristic equation)을 공식화한다.

                      (9)

식 (9)에 도입한 지표 방정식은 $x$ = $0$ 부근에서 함수 $y$의 행동을 결정하는 지수 $r$에 대한 중요 방정식이다. 프로베니우스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미분 방정식을 분류하기 위해 식 (4)를 다음처럼 변형한다.

                      (10)

어떤 값 $x$에서 $f(x)$가 수렴하면 $x$는 정상점(ordinary point)이며 $f(x)$가 발산하면 특이점(singular point)이 된다. 식 (10)에서 $x$ = $0$은 $P(x), Q(x)$의 특이점이다. 특이점이 있더라도 식 (10)의 셋째줄처럼 $x, x^2$를 곱하면 정상점이 되는 경우는 정칙 특이점(regular singular point)이 된다. 따라서 프로베니우스 방법이 적용되려면 정의역에는 정상점이나 정칙 특이점만 있어야 한다.

[참고문헌]

[다음 읽을거리]
1. 프로베니우스 방법의 적용

2011년 10월 21일 금요일

선형 상미분 방정식(線形常微分方程式, Linear Ordinary Differential Equation)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선형 상미분 방정식"을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미분 방정식의 의미


식 (1)과 같은 1계 상미분 방정식(the first order ordinary differential equation)해의 존재성과 유일성이 수학적으로 증명되므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1)

하지만 식 (1)은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서 좀더 단순화된 상미분 방정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실제로는 식 (1)의 함수 $f(x, y)$가 선형성을 가진다고 가정해 식 (2)와 같은 선형 상미분 방정식(線形 常微分方程式, linear ordinary differential equation, linear ODE)을 다룬다.

                        (2)

직선을 표현하는 선형 함수 $f$ = $py+q$를 고려하면 식 (2)가 가진 선형성은 이해가 된다. 만약 $q(x)$ = $0$이라면, 식 (2)는 더욱 재미있는 성질을 가진다. 함수 $y_1, y_2$가 식 (2)를 만족하는 해일 때, 선형 결합 $y_3$도 당연히 해가 된다. 이 성질은 다음과 같은 고계(高階) 선형 상미분 방정식에도 성립한다.

                 (3)

즉, 식 (3)은 미분 방정식이 생긴 모양만 선형이 아니라 미분 방정식의 해도 선형성을 가진다. 그래서 식 (3)에 대한 미분 방정식의 해를 일반해(general solution) $y_g$라고 한다. 왜냐하면 초기 조건이 없는 경우 해를 무한히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q(x)$ = $0$인 경우는 다른 말로 동차(同次, homogeneous) 선형 상미분 방정식(linear ODE)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미분 연산자가 동차 함수(homogeneous function) 관계를 만족하기 때문이다.[∵ 해 $y$에 $\alpha$를 곱하면 미분 연산자 바깥으로 $\alpha$가 나와서 1차 동차 함수가 된다.] 동차란 용어는 예전에 제차(齊次)로 불리었다. 동차든 제차든 그 의미는 해가 동질성을 가져서 상수를 곱해도 역시 해가 된다는 의미이다. 식 (4)에서 $q(x) \ne 0$을 고려한 경우는 특수해(particular solution) $y_p$라고 한다. 또한, 동차의 반대말로 $q(x) \ne 0$인 경우는 비동차(非同次, nonhomogeneous)라고 부른다. 비동차와 비슷한 말로 비제차(非齊次)도 쓰인다. 일반해 $y_g$와 특수해 $y_p$를 모두 합치면 $n$계 선형 상미분 방정식인 식 (4)를 만족하는 해 $y$가 된다.

             (4)

식 (4)에 있는 상수 $c_1, c_2, \cdots, c_n$은 초기 조건으로 정해야한다. 그런데, $n$계 선형 상미분 방정식인 경우 일반해와 상수의 개수는 왜 $n$개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식 (5)에 있는 $n$계 상미분 방정식 해의 유일을 고려해야한다.

                   (5)

일반해는 식 (4)처럼 $y_1, y_2, \cdots, y_n$의 선형 결합으로 구성할 수 있다. 만약 일반해가 $n-1$개만 있다면 식 (5)의 초기 조건 $n$개 중에서 $n-1$개만 만족시킬 수 있다. 이 부분은 문제이다. 만약 일반해가 $n+1$개라면 식 (5)의 초기 조건 $n$개를 대입하더라도 나머지 1개의 상수값을 결정할 수 없다. 이러면 상미분 방정식 해의 유일성에 위배된다. 그래서 당연히 일반해와 상수의 개수는 $n$개여야 한다.
해의 유일성으로 인해 생겨나는 또 다른 재미있는 성질은 식 (6)에 도입한 함수 행렬(functional matrix) $\bf W$이다.


                                                                                                        (6)

해의 유일성이 있기 때문에 식 (6)에 있는 함수 행렬 $\bf W$는 반드시 역행렬(inverse matrix)을 가져야한다. 역행렬 존재성을 손쉽게 표현하는 방법은 행렬식(determinant)이므로 새롭게 아래와 같은 함수 행렬식(Wronskian or functional determinant)을 정의한다.


               (7)

상수 $c_1, c_2, \cdots, c_n$은 유일하게 정해져야 하므로 함수 행렬식은 항상 $0$이 아니다. 식 (7)에 정의한 함수 행렬식은 이를 도입한 수학자 브룅스키(활동한 프랑스 기준)Józef Maria Hoene-Wroński(1776–1853) 혹은 브로인스키(태어난 폴란드 기준) 이름을 따서 브룅스키앙[프랑스어] 혹은 론스키언[영어]으로도 부른다. 함수 행렬식 개념이 좋기 때문에 초기 조건 뿐만 아니라 어떤 임의 함수의 상호 독립성을 따질 때도 사용한다. 예를 들어 함수 $f, g$의 함수 행렬식은 $W(f, g)$ = $fg' - f'g$가 된다. 함수 $f, g$가 종속이 아니라면 당연히 함수 행렬식이 $0$이 아니므로, 함수 행렬식을 계산함으로써 함수의 종속성 혹은 독립성을 판별할 수 있다. 혹은 선형 대수학(linear algebra)적으로 생각해서 함수 행렬식이 $0$이면, 함수 행렬식을 구성한 함수들은 선형 종속(linear dependence)이다. 반면에 $0$이 아닌 함수 행렬식으로 식 (6)을 계산하면, 식 (6)에 있는 $c_1, c_2, \cdots, c_n$은 $0$이 나오므로 함수들은 서로 선형 독립(linear independence)이 된다. 즉, 함수 행렬식 $W(\cdot)$를 이용해서 함수들의 선형 독립 혹은 종속을 쉽게 판정할 수 있다.
식 (4)에서 $q(x)$ = $0$이고 $p(x)$가 상수인 경우는 상수 계수 선형 상미분 방정식(linear ODE with constant coefficients)이 된다.

                        (8)

식 (8)처럼 상수 계수인 경우는 상미분 방정식의 해가 매우 단순하게 표현된다. 예를 들어, 식 (8)의 해를 지수 함수(exponential function)라고 가정해 지표 방정식(indicial equation) 혹은 특성 방정식(characteristic equation)을 만든다.

                        (9)

식 (9)의 첫째 줄과 같은 단순 치환에 의해 식 (8)의 미분 방정식이 식 (9)의 마지막 줄에 있는 대수 방정식(代數方程式, algebraic equation)으로 바뀐다. 이 대수 방정식은 대수학의 기본 정리(代數學 基本定理, fundamental theorem of algebra)에 의해 $n$개의 해를 복소수 영역에서 반드시 가진다. 식 (9)에 제시한 방법론은 깔끔하지만 식 (9)의 대수 방정식이 중근(重根, multiple root)을 가지면 문제가 된다. 중근인 경우 식 (6)에 있는 일반해 $y_1, y_2, \cdots, y_n$ 중에서 같은 함수가 반드시 있기 때문에 상수 $c_1, c_2, \cdots, c_n$을 조정해서 임의의 초기 조건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식 (6)에 있는 함수 행렬 $W$의 역행렬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초기 조건을 만족하는 상수 $c_1, c_2, \cdots, c_n$이 없을 수도 있고 무한히 많을 수도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다음 미분 방정식을 고려한다.

                       (10)

식 (10)의 미분 방정식을 식 (9)의 방법대로 대수 방정식으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11)

식 (10)의 미분 방정식은 식 (11)과 같이 이중근을 가지므로 일반해 $y_1, y_2$는 서로 같다. 그래서, $c_1, c_2$를 아무리 조정해도 식 (10)의 초기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다.[혹은 $y_0'$ = $1$이라면 $y$ = $\exp(x)$가 답이 된다.] 즉, 식 (11)의 마지막 줄에 제시한 $y_1, y_2$는 식 (10)의 해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식 (10)의 해를 구하려면 피카르의 반복법(Picard's iteration method)을 이용해야한다.

                       (12)

           (13)

식 (13)과 같이 2계 선형 상미분 방정식의 해를 좀더 체계적으로 구하는 방법은 계수(階數) 혹은 계층수(階層數) 축소법(reduction of order)이다. 그래서 하나의 해 $y_1$을 알 때 독립적인 해 $y_2$를 아래와 같이 가정한다.

                        (14)

여기서 $u$는 상수가 아닌 $x$의 함수이다. 식 (14)에서 $y_2$를 $y_1$의 단순 치환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a,b,c$가 상수 계수가 아니어도 식 (14)의 최종식은 항상 성립한다. 만약 $y_1$이 식 (11)과 같이 중근을 가진다면 $u$는 아래와 같이 표현된다.

                       (15)

식 (15) 관점에서 식 (13)의 최종 결과를 보면 우리 접근법이 성공적임을 알 수 있다. 일반해를 다음과 같이 가정해 식 (10)의 초기 조건을 대입하면 식 (13)의 최종 결과가 얻어진다.

                        (16)

미분 방정식 (8)을 대수 방정식 (9)로 바꾸는 방식은 단순해보이지만 미분 방정식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한 접근법이다. 따분한 식이고 귀찮은 절차라고만 보면 발전이 없지만, 계산 절차인 연산(演算, operation)과 실질적으로 숫자인 대수(代數, algebra)를 동등하게 놓고 대응시키는 개념은 헤비사이드Oliver Heaviside(1850–1925)에 의해 페이저(phasor)연산 미적분학(operational calculus)을 탄생시켰다. 시간 미분 $d/dt$를 복소수 $j \omega$로 치환해서 계산하는 페이저 기법은 교류 회로 이론을 단순한 복소수 계산으로 변형한다. 연산 미적분학은 더 적극적으로 미분 연산 $d/dt$를 대수 $p$로 바꾸고 숫자처럼 무한 급수를 만들어서 미분 방정식의 해를 구한다. 연산 미적분학은 더 발전해서 요즘은 라플라스 변환(Laplace transform)으로 쓰인다. 

[다음 읽을거리]
1. 멱급수 기반 상미분 방정식
2. 1계 선형 상미분 방정식
3. 스튀름–리우빌 이론

유전 상수 재는 방법(How to Measure Dielectric Constant)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유전 상수 재는 방법"을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커패시터
2. 유전체의 비밀
3. 전송선 이론
4. 전압파의 반사 계수


안테나(antenna)를 설계하든 필터(filter)를 설계하든 기판 위에 RF(Radio Frequency) 소자를 설계하려면 먼저 사용하는 기판(substrate)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기판의 두께는 자나 캘리퍼스(calipers)로 재면 되지만 유전 상수(dielectric constant) 혹은 비유전율(relative permittivity) 측정법은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유전율이 생기는 원인은 물질 내부에 있는 양성자와 전자가 분리되는 분극(polarization)이므로 양성자와 전자가 떨어지는 현상을 재면 되지만 너무 작은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이게 쉽지 않다. 그래서 간접 측정법[1]을 사용하여 유전 상수를 측정하게 된다. 많이 쓰는 방법이 전기 용량(capacitance), 반사도(reflection coefficient), 혹은 공진 주파수(resonant frequency)를 잰다. 당연히 저주파에서는 전기 용량법이 많이 쓰이고 고주파에서는 반사도 방법이나 공진 주파수 방법이 자주 쓰인다.

[그림 1] 주파수에 대한 물의 유전 상수 변화(출처: [3])

유전 상수 측정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맥스웰James Clerk Maxwell(1831–1879)이 1862년맥스웰 31세, 조선 철종 시절부터 빛도 전자파의 일종이라고 주장했을 때 거의 대부분의 물리학자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듣도 보도 못한 신출내기 물리학자의 주장을 혁신적으로 보는 학자는 거의 없었다. 이 신출내기가 기반으로 삼은 개념도 비웃음거리였다. 수학을 전혀 모르는 실험 물리학자 패러데이Michael Faraday(1791–1867)전기력선과 전기장의 개념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맥스웰의 개인적인 상황도 이 당시는 좋지 않았다[4]. 케임브리지 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를 졸업하고 거의 바로 스코틀랜드 애버딘(Aberdeen, Scotland)의 매리셜 대학교(Marischal College)의 교수가 되고 결혼도 했다. 이때까지는 좋은 시절이었지만, 1860년맥스웰 29세, 조선 철종 시절에 대학 통합으로 교수직을 잃고[천하의 맥스웰이 1860년에는 구조 조정을 당했었다.] 에딘버러 대학교(University of Edinburgh)에 지원했으나 다시 떨어졌다. 겨우 신생 학교인 런던 국왕대학교(King's College London)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런던 국왕대학교에서 절치부심하며 1864년맥스웰 33세, 조선 고종 시절에 만든 멋들어진 결과가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s)이다.[맥스웰 방정식과 관계된 정확한 날짜[7]: 논문 투고 1864년 10월 27일, 논문 공개 1864년 12월 8일, 논문 출판 1865년 1월] 이런 상황이었으니 주변 물리학자들이 맥스웰의 중대한 연구 결과에 주목하지 않았던 사실은 매우 당연해 보인다. 그 비난 중에서 가장 심각했던 과학적 사실이 물의 유전율이다[3], [9], [10]. 물의 유전 상수($\epsilon_r$)를 실온에서 재어보면 약 80 정도 나온다. 맥스웰은 빛도 전자파라고 했기 때문에 빛에 대한 굴절률(refractive index: 물은 약 1.33) $n$으로부터 물의 유전 상수[$\epsilon_r = n^2$]를 환산할 수 있다. 애석하게도 빛의 굴절률[$n = 1.33$]로 환산한 물의 유전 상수값은 80이 아니고 약 1.8 정도로 계산된다.[물의 유전 상수는 온도와 압력에 따라 달라지므로 근사치로 표현한다.] 이론값 기준으로 측정값이 몇 배도 아니고 4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자신의 방정식이 흔한 물의 특성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s)은 자기 고국인 영국에서도 버림받게 된다. 당시 주류였던 대(大)물리학자 켈빈William Thomson, Lord Kelvin(1824–1907)[온도 단위에 나오는 바로 그 아저씨]의 비판도 맥스웰에게는 큰 짐이었다. 켈빈은 너무나도 이상한 맥스웰의 방정식을 인정하지 않았다[5]: 밑도 끝도 없이 장(field) 개념을 소개하고 사원수(quaternion) 기반의 편미분 방정식(partial differential equation)을 20개나 쏟아내는 기괴한 맥스웰 방정식. 켈빈은 역학적 기반이 없이 수학적 상상에만 기반을 둔 이런 맥스웰 방정식을 혹독하게 비판했다[5]. 이런 상황 때문에 맥스웰 지지자는 소수였고 켈빈 지지자는 넘쳐났다. 이후 독일의 헤르츠Heinrich Hertz(1857–1894)가 1887년헤르츠 30세, 조선 고종 시절에 전자파 존재를 실험적으로 증명하여 맥스웰의 이론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때는 맥스웰이 위암으로 죽은 후였다. 전자파 존재 증명은 켈빈에게도 맥스웰에게도 비극이었다. 켈빈이 그렇게 비판하고 무시했던 맥스웰의 이론이 켈빈[1907년에 사망] 살아 생전에 존재가 증명되었고, 맥스웰은 자신의 평생 역작이 빛을 보는 놀라운 광경을 보지 못하고 1879년맥스웰 48세, 조선 고종 시절에 사망했으니 말이다. 요즘은 맥스웰을 고민하게 했던 물의 유전율 변화 현상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그림 1]처럼 물은 주파수에 따라 유전 상수가 심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의 유전 상수가 약 80임은 DC에 가까운 저주파에서 측정했다는 뜻이다. 빛에 대한 유전 상수는 매우 높은 주파수에서 측정하므로 약 1.8이 나오게 된다.


   1. 전기 용량 방법(capacitance method)   

[그림 1.1] 커패시터의 구조(출처: wikipedia.org)

[그림 1.1]과 같이 구조가 아주 전형적인 커패시터를 하나 준비한다. 커패시터의 물리적 크기(길이 혹은 면적)은 잘 알고 있다고 가정한다.[∵ 물리적 특성은 자로 재면 된다.] 그 다음에 [그림 1.2]와 같은 LCR 계량기(LCR meter)를 이용해 커패시터의 전기 용량을 실험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한다. LCR 계량기는 부하 임피던스(load impedance)를 정밀하게 재는 측정 장비이다. LCR 계량기에 있는 LCR은 당연히 L(인덕터, inductor), C(커패시터, capacitor), R(저항, resistance)을 의미한다. 하지만 LCR 계량기는 소자의 저주파 특성[주로 kHz, 많아야 MHz]을 재는 장비이므로 GHz를 넘는 고주파는 LCR 계량기로 재지 못하고 아래 [그림 2.1]에 있는 회로망 분석기를 사용해야 한다.

[그림 1.2] LCR 계량기: Keysight(Agilent) E4980A(출처: keysight.com)

LCR 계량기가 없다면 커패시터의 충전과 방전 실험을 통해 오차가 크지만 값싼 방법으로 전기 용량을 잴 수도 있다. 따라서, 커패시터의 물리적 크기와 전기 용량을 알면 수치 해석 기법을 통해 커패시터에 채워진 물질의 유전 상수를 결정할 수 있다. 물리적 크기가 고정되면 유전 상수가 커질수록 전기 용량이 커지기 때문에 가능하다. 수치 해석 기법을 쓰기가 곤란하면 커패시터를 [그림 1.3]처럼 평행판으로 만들면 된다.

[그림 1.3] 평행판 커패시터(출처: wikipedia.org)

[그림 1.3]에 보인 평행판 커패시터의 전기 용량 공식은 단순하게 결정된다.

                          (1.1)

식 (1.1)에서 물리적 크기$(A, d)$와 전기 용량 $C$가 결정되면 유전율(permittivity) $\epsilon$이 정해진다.

                                 (1.2)

유전 상수와 유전율은 식 (1.2)의 관계를 가지므로 유전 상수 $\epsilon_r$이 결정된다.


   2. 반사도 방법(reflection coefficient method)   

반사도 법[6], [8]은 [그림 2.1]에 소개한 회로망 분석기(network analyzer)를 사용하기 때문에 굉장히 정밀한 유전 상수 측정법이다. 또한 회로망 분석기는 LCR 계량기와는 다르게 GHz까지도 측정 가능하므로 고주파 측정의 핵심 장비이기도 하다.

[그림 2.1] 회로망 분석기(출처: wikipedia.org)

유전율 측정은 번거운 과정이기 때문에 [그림 2.2]와 같은 자동화된 측정법을 많이 사용한다[2]. 요즘 나오는 회로망 분석기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GPIB(General Purpose Interface Bus)나 네트워크 카드가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다.

[그림 2.2] 자동화된 유전율 측정 장치(출처: emtool.com) 

회로망 분석기에 기하 구조가 단순한 부하[여기에 측정하고자 하는 유전체를 삽입: 그림 2.2에서는 동축선 측정기]를 연결하고 [그림 2.3]의 구성으로 반사도를 측정한다. 회로망 분석기는 [그림 2.4]처럼 매질의 불연속에 의해 생성되는 반사파를 재는 정밀한 측정 장비이다.

 
[그림 2.3] 전원과 부하가 있는 전송선 회로

[그림 2.4] 파동의 반사와 투과(출처: wikipedia.org)

반사도가 측정되면 식 (2.1)에 의해 부하 임피던스(load impedance)를 알 수 있다. 부하의 유전율을 바꾸면 부하 임피던스가 바뀐다.

                       (2.1)

기하 구조가 알려졌기 때문에 유전율값을 바꾸어가면서 측정한 반사도와 수치 해석 기법으로 계산한 반사도가 최대한 같아지도록 한다.[이 방식은 그림 2.5처럼 역방향 문제(inverse problem)를 풀 때 주로 쓰는 방법이다.]

[그림 2.5] 유전율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출처: emtool.com)

[그림 2.5]의 알고리즘에 따라 측정한 반사도와 계산한 반사도의 오차가 가장 작은 유전율값을 답으로 예측한다[2]. 오차를 더 줄이기 위해 단일 주파수에 대해 측정하지 않고 넓은 주파수 범위에 대해 측정한다. 유전체를 장착할 수 있는 부하 구조는 도파관(waveguide)이나 동축선(coaxial cable)을 많이 사용한다.


   3. 공진 주파수 방법(resonant frequency method)   

유전율이 바뀌면 공진 주파수가 바뀌는 특성을 이용해 기판의 유전 상수를 결정한다. [그림 2.1]와 같은 회로망 분석기에 RF 필터[여기에 측정하고자 하는 유전체를 삽입]를 물리고 공진 특성을 측정한다. 공진 주파수가 측정되면 [그림 2.5]과 같이 유전율을 바꾸어가면서 측정한 공진 주파수와 수치 해석 기법으로 계산한 공진 주파수가 최대한 같아지도록 한다. 측정한 공진 주파수와 계산한 공진 주파수의 오차가 가장 작은 유전율값이 답이다. 이 방법은 공진 주파수만 찾기 때문에 반사도 법과는 다르게 넓은 주파수 범위를 측정할 필요는 없다.


[참고문헌]
[1] Measuring dielectric constantMicrowave Encyclopedia, 2008.
[2] 동축선 기반 유전율 측정장치 제어시스템, 이엠툴, 2010. (방문일 2011-10-21)
[3] T. Meissner and F. Wentz, "The complex dielectric constant of pure and sea water from microwave satellite observations," IEEE Trans. Geo. Rem. Sens., vol. 42, no. 9, pp. 1836–1849, Sep. 2004.
[5] K. Johnson, The Electromagnetic Field, James Clerk Maxwell - The Great Unknown, 2002.
[6] Basics of measuring the dielectric properties of materials, Application Note, Agilent. (방문일 2023-09-30)
[7] G. Pelosi, "A tribute to James Clerk Maxwell on the 150th anniversary of his equations (1864–2014)," IEEE Antennas Propagat. Mag., vol. 56, no. 6, pp. 295–298, Dec. 2014.
[8] M.-S. Park, J. Cho, S. Lee, Y. Kwon, K.-Y. Jung, "New measurement technique for complex permittivity in millimeter-wave band using simple rectangular waveguide adapters," J. Electromagn. Eng. Sci., vol. 22, no. 6, pp. 616–621, Nov. 2022.
[9] A. De Ninno, E. Nikollari, M. Missori, F. Frezza, "Dielectric permittivity of aqueous solutions of electrolytes probed by THz time-domain and FTIR spectroscopy," Phys. Lett. A, vol. 384, no. 34, 2020, art. no. 126865.
[10] Attenuation Due to Clouds and Fog, Recommendation ITU-R P.840-9, Aug.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