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6일 월요일

인덕터(Inductor)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인덕터"를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전압
2. 전류
3. 저항


커패시터(capacitor)와 매우 유사하면서도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소자는 인덕터 혹은 유도기(誘導器, inductor)이다. 회로적으로 커패시터와 인덕터는 에너지를 저장하기 때문에 큰 범위에서는 유사점이 많지만 커패시터는 전기(電氣, electricity)를, 인덕터는 자기(磁氣, magnetism)를 저장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성질은 정반대이다.



[그림 1] 인덕터의 구조(출처: wikipedia.org)

[그림 2] 커패시터의 구조(출처: wikipedia.org)

  
[인덕터의 기초]

커패시터가 전기를 저장하기 위해 전하(electric charge)를 사용한다면 인덕터는 자기를 저장하기 위해 전류(electric current)를 사용한다. [그림 1]과 같은 회로에 전류가 흐르면 비오–사바르의 법칙(Biot–Savart's law)에 의해 자기장이 생기게 된다. 이 자기장은 전류만 계속 흐른다면 [그림 1]과 같은 인덕터에 저장된다. 이 개념을 공식으로 만들면 식 (1a)가 된다.

                       (1a)

                       (1b)

여기서 $\Phi$는 자속(magnetic flux), $L$은 인덕턴스 혹은 유도 용량(誘導容量, inductance), $I$는 전류(electric current)이다. 자속의 단위는 Wb[베버, Weber]이며 인덕턴스의 단위는 H[헨리, Henry]이다. 식 (1b)는 식 (1a)의 시간 미분형이다. 회로 이론에서는 전압과 전류 관계를 보여주는 식 (1b)를 많이 쓴다. 전류의 시간 미분은 전압에 정비례하므로 인덕터에서는 전류가 순식간에 변할 수 없다.[∵ 전류가 불연속이 되면 전압이 무한대가 되어야 한다.] 이 개념을 물리적으로 이해하려면 도선 속을 흐르는 전류의 전기적 관성(electrical inertia)을 생각해야 한다. 전류는 전하의 시간적 변화이며 인접하는 전하끼리 서로 영향을 미치므로 도선 속을 움직이는 전하의 흐름은 불연속적으로 바뀔 수 없다. 왜냐하면 특정 위치에서 전류가 갑자기 빨라지든지 갑자기 느려진다면 인접하는 다른 전하를 차례로 밀어야 한다. 하지만 전하 흐름을 만들던 전기적 관성이 있으므로 전류가 갑자기 불연속적으로 빨라지거나 느려지지 못하고 연속적으로 유지된다. 이때 생기는 관성력(inertia)을 전압으로 환산하면 기전력(起電力, electromotive force)이며 이런 전기적 관성을 인덕턴스라고 한다. 기전력을 잘 활용하면 인덕터를 이용해 발전기를 만들 수 있다.
인덕터가 자기장을 계속 가두어 두기 위해서는 [그림 1]의 구조를 단락(短絡, short)시켜 전류가 계속 흐르게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모든 도선은 저항(resistance)를 가지기[혹은 전도도(conductivity)가 무한대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장을 계속 가두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림 2]와 같은 커패시터는 전기장을 오랫동안 가둘 수 있다. 커패시터는 극성이 다른 전하를 쿨롱의 법칙(Coulomb's law)으로 서로 잡아당기게 해서 모으는 소자이기 때문에 도선을 개방(開放, open)시켜 전하가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도선을 개방하면 전류를 흘리지 못하므로 단순하게 도선을 공기중에 열어놓아도 개방 회로 역할을 한다.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커패시터를 충전시켜 DC 전압원(voltage source) 혹은 전지(電池, battery)가 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인덕터를 이용해 DC 전류원(current source)을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회로 이론 시간에는 DC 전압원과 전류원을 배우지만 실제 실험에서는 DC 전압원만 볼 수 있다. 이 개념을 종합하는 식 (1a)를 체계적으로 증명한다.

[인덕턴스의 관계식]
전류($I$)를 높이면 자속($\Phi$)은 선형적으로 증가한다. 이때의 비례 상수가 인덕턴스($L$)가 된다.

[증명]

식 (1a)의 증명을 위해 먼저 자기장(magnetic field)–자속 밀도(magnetic flux density) 관계식을 고려한다.

                       (2)

또한, 자속 밀도를 면적 적분하여 식 (3)과 같이 자속을 정의한다.

                                   (3)

그런 다음 자기장(magnetic field)원래 정의로 돌아간다.

                           (4)

여기서 단위 벡터[크기가 1인 벡터] $\hat R$[= $(\bar r - \bar r') \mathbin{/} R$]은 원천점[전류가 흐르는 지점]과 관측점[자기장을 측정하는 지점]을 연결하는 벡터, $R$ = $|\bar r - \bar r'|$ = $\sqrt{(x-x')^2 + (y-y')^2 + (z-z')^2}$이다. 원천점(source point) $(x', y', z')$와 관측점(observation point) $(x, y, z)$은 좌표계 기반 벡터로 표현한다. 식 (3)을 기반으로 식 (4)의 우측식을 면적 적분하면 아래를 얻을 수 있다.

                           (5)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위의 증명은 저항[$V = I\cdot R$]커패시터[$Q = C \cdot V$] 공식 유도와는 분명 다르다. 증명이 다른 근본적인 이유는 전기장과 자기장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기장은 식 (6)과 같이 전압(voltage)구배(勾配, gradient)로 표현이 가능하다.

                           (6)

하지만 자기장은 식 (7)처럼 한바퀴 도는 적분을 하더라도 0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함수의 구배로 표현할 수 없다.

                         (7)

또한 식 (5)는 다소 불만스런 면이 있다. 왜냐하면 선 적분($c'$)과 면적 적분($s$)이 섞여있어 복잡해 보이기 때문이다. 노이만Franz Ernst Neumann(1798–1895)도 우리와 똑같은 불만을 가져 식 (5)를 아래와 같이 다르게 표현했다.

                         (8a)

                  (8b)

식 (8b)는 노이만 공식(Neumann formula)이라 부른다. 단순해 보이는 공식이지만 전류가 동일하게 흐르는 모든 회로의 인덕턴스를 구할 수 있는 만능 공식이다.
[그림 3] 키르히호프 전압 법칙(출처: wikipedia.org)

전자기 유도 법칙인 식 (9)를 면적 적분하고 여기에 식 (1a)를 대입하면 직류(direct current, DC)에서 정의된 KVL(키르히호프 전압 법칙, Kirchhoff Voltage Law)을 교류(alternating current, AC)로 확장할 수 있다.

                       (9: 패러데이의 법칙)

                         (10)

여기서 $v_{emf}$는 기전력, $V_\text{ind}$는 인덕터의 전압이다. 식 (10)에서 기전력(起電力, electromotive force)전압(voltage)의 부호가 다른 점은 특이하다. 이를 이핼하려면 [그림 4]를 참조하거나 전자기 유도 법칙을 보면 된다.

[그림 4] 기전력과 전압의 상호 비교: A와 B는 각각 전기장의 시작점과 끝점

식 (10)에 증명한 일반화된 KVL은 회로 이론 관점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식 (10)의 첫째 항에 있는 전기장($\bar E$)이나 전류 밀도($\bar J$)의 방향을[옴의 법칙에 의해 전기장과 전류 밀도의 방향은 같음] 선 적분($c$)과 동일하게 설정하면, [그림 4]의 오른쪽 회로에 전압($V$)의 극성과 동일하게 회로에 걸리는 전압($V_n$)을 정의할 수 있다. 즉, 전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방향으로 전류의 방향이 정해진다. 그런데 전압($V_n$)이 걸려 전류가 흐르기 위해서는 원천이 필요하므로, 발전기 역할을 하는 기전력($v_{emf}$)전자기 유도 법칙에 의해 존재해야 한다. [그림 4]에서 기전력과 전압의 극성은 부호가 반대이므로, 식 (10)의 셋째 항처럼 이항하면 일반화된 KVL을 증명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렌츠의 법칙(Lentz's law)이 들어간 식 (9)는 전압원[발전기]을 의미하므로, 식 (9)의 부호를 바꿈으로써 전압원($v_{emf}$) 극성[$+$, $-$의 위치]을 저항 극성[옴 법칙의 전압 극성과 전류 방향 정의]으로 뒤집은 결과가 식 (10)의 마지막 항($V_{\text{ind}}$)이다.

[그림 5] 면적 미분소와 선 미분소의 방향 정의(출처: wikipedia.org)

식 (10)에는 또 다른 놀라운 면이 숨어있다. 식 (3)의 면적 적분은 임의이기 때문에 면적 미분소의 방향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자속은 일의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문제가 된다. 따라서 식 (3)에 있는 자속을 의미 있게 정의하려면 식 (10)을 이용해야 한다. 식 (10)에서 전기장($\bar E$)이나 전류 밀도($\bar J$)의 방향을 선 적분($c$)과 동일하게 정한다. 그러면 [그림 5]에 의해 면적 미분소의 방향을 하나로만 정해야 한다. 그러면 식 (3)의 자속을 유일하게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 5]에 있는 선 미분소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면 자기장은 $\hat n$ 방향으로 생기고 면적 미분소도 $\hat n$ 방향이므로 식 (3)에 의해 자속은 항상 ($+$)로 정해진다. 식 (3)을 바탕으로 [그림 1] 솔레노이드(solenoid)의 인덕턴스를 계산한다. [그림 1]의 구조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인덕턴스를 계산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두 가지를 가정해서 계산을 단순화시킨다. 첫째 솔레노이드 내부에서는 자기장이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솔레노이드 외부에서는 자기장이 없다고 가정한다. 암페어 주회 적분 법칙(周回積分 法則, Ampere's circuital law)을 이용해 자기장을 구한 후 이를 식 (3)에 대입하면 다음을 얻는다.

                         (11)

여기서 $N$은 선을 감은 회수, $A$는 솔레노이드의 단면적, $l$은 솔레노이드의 길이이다. 식 (11)의 과정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세번째 인덕턴스 정의에서 식 (1a)와는 다르게 $N$을 곱한 부분은 설명이 필요하다. 자속만을 구할 때는 식 (1a)를 사용할 수 있으나 식 (10)과 같이 인덕턴스의 성질을 이용해 운동 기전력을 계산하려면 선을 감은 회수 $N$이 곱해져야 한다. 왜냐하면 [그림 1]의 각 도선에 운동 기전력이 생겨 마치 전압이 생성됨과 같은 효과를 직렬 형태로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상을 바탕으로 병렬(竝列, parallel or shunt)과 직렬(直列, series)에 대한 인덕턴스 공식을 증명한다.

[직렬로 된 인덕턴스]
[그림 6] 직렬로 된 인덕턴스(출처: wikipedia.org)

                         (12)

[증명]
[그림 6]은 직렬 회로이므로 KCL(키르히호프 전류 법칙, Kirchhoff Current Law)에 의해 각 인덕터에 흐르는 전류는 같다. 이 전류를 $I$라 한다. 그러면 식 (1a)의 미분에 의해 식 (1b)처럼 각 인덕터[$L_1$, $L_2$, $\cdots$, $L_N$]에 걸리는 전압[$V_1$, $V_2$, $\cdots$, $V_N$]을 정의할 수 있다. 다음으로 식 (10)의 일반화된 KVL을 이용하여 전체 전압 $V$를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13)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병렬로 된 인덕턴스]
[그림 7] 병렬로 된 인덕턴스(출처: wikipedia.org)

                         (14)

[증명]
[그림 7]은 병렬 구성이므로 전기적 높이인 전압은 일반화된 KVL에 의해 어느 인덕터에서나 같다. 이 전압을 $V$라 이름 붙인다. 그러면 식 (1a)를 미분하여 식 (1b)처럼 각 인덕터[$L_1$, $L_2$, $\cdots$, $L_N$]에 흐르는 전류[$I_1$, $I_2$, $\cdots$, $I_N$]의 미분을 정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KCL을 이용하여 전체 전류 $I$의 미분을 계산한다.

                               (15)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인덕터와 전력(electric power)의 관계는 아래와 같다.

                               (16)

여기서 $p(t)$는 순시 전력(瞬時電力, instantaneous power), $P_a$는 평균 전력(平均電力, average power)이다. 식 (16)에서 1/2이 출현하는 이유는 적분식을 보면 명확하다. 쉽게 생각하려면 [그림 8]의 $y = ax + b$ 그래프(graph)를 보면 된다.

[그림 8] $y = ax + b$의 그래프(출처: wikipedia.org)

전류와 식 (10)의 기전력을 표현하는 전압은 [그림 8]과 같은 선형 관계이므로 $x$축에 대해 이 그래프가 만드는 면적은 삼각형이다. 그래서 1/2이 당연히 나타난다. 한 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전류가 주기 함수(periodic function)인 경우 $i(0) = i(T)$가 되므로 식 (16)에 의해 평균 전력은 0이 된다.

[그림 9] 실제 인덕터 모습(출처: wikipedia.org)

[그림 9]는 실제 인덕터 모습을 보여준다. 대략적인 인덕터 공식은 식 (11)과 같이 주어지므로 인덕턴스를 높이기 위해서는 투자율이 높은 내심을 써야 한다. 내심에 주로 쓰는 물질은 페라이트(ferrite: 비투자율은 보통 10 ~ 1000 정도, 구성 물질에 따라 비투자율이 바뀜)이다.
현재 도선이 만든 자속 밀도가 자기 자신에게 생성하는 기전력은 자기 인덕턴스(self inductance)를 정의한다. 즉, 현재 도선에 흐르는 전류와 자신의 자속 비율이 바로 자기 인덕턴스이다. 식 (1a)처럼 우리가 흔히 인덕턴스라 칭하는 양은 자기 인덕턴스를 뜻한다. 또한 현재 도선의 자속 밀도가 다른 도선에 만드는 기전력에 의해 생기는 인덕턴스는 상호 인덕턴스(mutual inductance)라 하고 $M$으로 표기한다. 통상적인 인덕터의 자기 인덕턴스는 자속 밀도를 적분한 후 $\Phi$ = $LI$ 관계식에 대입해서 계산한다[1]. 다만 도선 내부에서 정의되는 내부 인덕턴스(internal inductance)는 다음처럼 계산해야 정확한 유도가 된다.
[그림 9]에 나온 초록색 인덕터와 같은 상용 제품의 인덕턴스는 세자리 숫자로 표시한다. 인덕턴스의 기준 단위 H는 다소 큰 용량이므로, 제품으로 판매하는 인덕터의 상용 단위는 μH를 주로 쓴다. 예를 들어, 표면에 새겨진 숫자가 223이라면, 223 = $22 \times 10^3$ μH = $22$ mH를 가진 인덕터가 된다.

[그림 10] 반지름이 $R$인 금속 도선(출처: wikipedia.org)


[도선의 내부 인덕턴스]
도선의 내부 인덕턴스 $L_i$는 도선의 반지름과 관계없이 항상 $\mu l \mathbin{/} (8 \pi)$이다.

[증명: 인덕턴스의 관계식]

[그림 10]에서 도선에 흐르는 전류가 $I$일 때, 금속 도선 내부에 생기는 자속 밀도 $B_i$는 다음과 같다.

                               (17)

여기서 전류 $I$는 도선 전체에 골고루 흐른다고 가정한다. 자속 밀도 $B_i$가 만드는 기전력은 반지름 $\rho$ 내부에 있는 전류가 기여하므로 자속 $\Phi_i$는 다음처럼 계산된다.

                               (18)

여기서 $l$은 도선의 길이이다. 따라서 전류 $I$ 기준으로 정의한 내부 인덕턴스 $L_i$는 $\mu l \mathbin{/} (8 \pi)$가 된다.

[증명: 자기 에너지]
인덕터에 저장된 자기 에너지(magnetic energy)와 자속 밀도가 가진 에너지는 서로 표현식만 다를 뿐 같은 물리 현상이라서 물리량이 서로 등가여야 한다. 이에 따라 (17)을 이용해 자속 밀도의 에너지를 얻어서 내부 인덕턴스와 연계한다.

                               (19)

최종적으로 도선 내부에 생기는 자기 에너지인 식 (19)에 의해 매우 쉽게 내부 인덕턴스가 공식화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도선 내부에 존재하는 인덕턴스 계산은 외부 인덕턴스와 확연히 다르다. 반지름이 $\rho \ge R$인 경우, 기전력을 만드는 전류는 $\rho$와 관계없이 항상 $I$가 된다. 그래서 유도한 자속 밀도를 $\rho$에 대해서만 적분해서 $\Phi$ = $LI$를 적용한다. 하지만 도선 내부에 생기는 기전력은 다르다. 도선 내부의 기전력은 반지름 $\rho$ 안에 있는 전류만 기여하므로[∵ 반지름 $\rho$ 바깥에 있는 전류는 내부에 자기장을 만들기 못하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rho^2 \mathbin{/} R^2$을 곱해서 기전력에 기여하는 자속 밀도를 줄여서 계산해야 한다. 혹은 기전력에 기여하는 자속만 계산해야 자기 에너지로 계산한 결과와 같아지게 된다.[기전력에 기여하는 자속의 예로 전류가 표피로만 흐르는 현상인 표피 깊이(skin depth)를 들 수 있다.]

[참고문헌]
[1] E. B. Rosa, "The self and mutual inductances of linear conductors," Bull. Bur. Stand., vol. 4, no. 2, pp. 301–344, Jan. 1908.

[다음 읽을거리]
1. 자기장의 에너지
2. 페이저를 이용한 임피던스 정의

2011년 6월 4일 토요일

전기장의 에너지(Energy of Electric Field)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전기장의 에너지"를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전기장
2. 저항
3. 커패시터


[그림 1]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증기 터빈(출처: wikipedia.org)

전하량(electric charge) $q$가 변하지 않는 경우 전기(電氣, electricity)가 가진 에너지[$W = qV$] 혹은 일(work)은 다음처럼 유도할 수 있다.

                       (1)

여기서 $\bar E$는 전기장(electric field), $\Delta \bar l$은 전하 $q$가 움직인 크기와 방향이다. 즉, 일은 힘(force)이 작용하는 방향으로 일정 거리를 움직이면, 전하 × 전기장 = 전기력, 전기장 × 이동 거리 = 전압 강하가 되어 일은 전하와 전압의 곱이 된다. 전하량과 전압이 모두 변하는 경우는 일(work)의 미분(differential)을 다음처럼 일반적으로 쓸 수 있다.

                          (2)

식 (2)을 시간 미분으로 나누면 전기로 축적되는 전력(electric power)을 식 (3)와 같이 얻을 수 있다.

                             (3)

여기서 $dq$ = $0$이라 가정한다. 식 (2)에서 $q$ = $0$, $dq \ne 0$[= 주어진 체적에 전하를 모을 수 없지만 전류를 흘릴 수 있는 조건]이면 저항(resistor) 성분에 관계되고 $q \ne 0$, $dq$ = $0$[= 주어진 체적에 전하를 모을 수 있지만 전류를 흘릴 수 없는 조건]커패시터(capacitor) 성분에 관계된다. 즉, 전하(electric charge) $q$ = $0$이면 전하가 쌓이지 않는다. 만약 $dq \ne 0$이면, 전하의 변동[혹은 전류]이 존재하므로 저항에 연관된다. 반대로 $q \ne 0$이라 가정하면 전하가 어딘가에 쌓이며 $dq$ = $0$이면 전하의 변동이 없어 전류는 흐르지 않는다. 따라서 $q \ne 0$, $dq$ = $0$인 대표적인 소자는 커패시터이다. 저항은 $q$ = $0$, $dq \ne 0$인 특성을 표현하는 소자이다. 저항은 전류를 흘릴 수 있지만 이완 시간(relaxation time)으로 인해 전하의 총합이 0이 된다. 따라서 $q$ = $0$, $dq \ne 0$인 조건을 만족한다.[혹은 이상적인 도선의 전하 총량은 0이지만 전류를 흘릴 수 있어서 $dq \ne 0$이다.] 하지만 $q \ne 0$, $dq$ = $0$은 좀 어렵다. 커패시터는 직류[$dq$ = $0$]를 흘릴 수 없지만 교류[$dq \ne 0$]는 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 (3)에서는 직류와 교류의 문제가 아니고 위치 혹은 포텐셜 에너지(potential energy) 관점을 고려한다. 시스템에 힘을 가하면 시스템 구성 물질이 움직이게 되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힘의 균형으로 인해 멈추게[$dq$ = $0$] 된다. 이때 시스템에 공급한 에너지는 이 시스템이 저장한 위치 에너지가 된다는 의미이다. 이를 계산한 부분이 식 (3)에 표현되어 있다. 일반식 (4)를 이용해서 축적되는 전하는 전기 용량(capacitance)과 전압(voltage)의 곱으로 표현할 수 있다.

                       (4)

따라서, 식 (3)으로부터 커패시터 내부에 축적되는 전기 에너지(electric energy)는 아래처럼 표현할 수 있다.

                       (5)

단순하게 생각하면 전압이 증가할 때 전하도 증가하기 때문에 전하와 전압의 곱인 에너지는 삼각형의 면적처럼 변화한다. 식 (5)를 전속 밀도(electric flux density)와 전기장(electric field)으로 표현하기 위해 아래식을 생각한다.

                       (6)

                           (7)

식 (6)와 (7)을 식 (5)에 대입하면 다음을 얻을 수 있다.

                           (8)

여기서 에너지를 구하기 위한 부피는 [그림 2]의 왼쪽과 같이 닫힌 표면적(closed surface)을 전기장을 적분한 방향[혹은 전압 차이가 정의된 방향]으로 무한히 합산한 길이 방향[혹은 표면적 벡터 방향] 적분이다. 식 (7)의 전압 기준으로 전기장의 에너지를 설명할 수도 있다. 식 (7)에서 $B$가 전압이 높고 $A$는 전압이 낮다고 가정한다. 그러면 $W_e$ = $W_B - W_A$가 된다. 왜냐하면 식 (7)의 $\bar E$는 $B$에서 $A$를 향하는 방향으로 생기고, 선 미분소 $d \bar l$도 $\bar E$와 같은 방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 (8)에 나온 선 적분 경로 $c$도 $B$에서 $A$로 향한다.

[그림 2] 닫힌 표면적[왼쪽]과 열린 표면적[오른쪽](출처: wikipedia.org)

식 (8)을 유도하기 위해 다음의 벡터 항등식(vector identity)을 사용한다.

                         (9)

식 (9)을 이용하면 다음 항등식을 얻는다.

             (10)

면적 미분소 $da$와 선 미분소 $dl$은 임의로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전속 밀도와 동일한 방향으로 $dl$을 잡거나 전기장과 동일한 방향으로 $da$를 잡으면 식 (10)의 우변 마지막 항을 0으로 만들 수 있다. 더 직관적으로 식 (10)을 유도하려면, $d \bar a, d \bar l$의 방향을 $\bar D$와 나란히 한다. 왜냐하면 $d \bar a, d \bar l$은 우리가 마음대로 선택하는 벡터라서 $\bar D$와 방향을 맞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D da)(dl \hat D \cdot \bar E)$ = $(\bar D \cdot \bar E) dv$가 성립한다. 여기서 $\bar D$ = $D \hat D$, $\hat D$는 $\bar D$에 대한 단위 벡터(unit vector), $dv$ = $dl da$이다.
식 (8)로부터 전기장의 에너지 밀도 혹은 전기 에너지 밀도(electric energy density, J/㎥) $u_e$를 아래처럼 정의할 수 있다.

                         (11)

여기서 $\bar P$는 분극 밀도(polarization density), $\frac{1}{2}\bar P \cdot \bar E$는 분극에 의한 위치 에너지 밀도이다. 식 (11)은 놀라운 결과이다. 실체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전기장이 에너지 밀도를 구성한다니! 의심할 필요도 없이 전기장이 있으면 반드시 에너지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기초부터 충실히 증명한 결과 때문이다. 좀더 쉽게 생각하면 커패시터에 모이는 에너지는 전압을 걸어 전하가 모인 형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전기장과 전속 밀도를 공간에 퍼트리기 때문에 에너지가 생긴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전기장의 에너지 밀도를 증명하기 위해 식 (8)을 사용한 방식은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반적인 교재에는 전하를 하나하나 모아서 전하를 모으는데 사용한 에너지를 계산해서 전기장의 에너지 밀도를 우아하면서도 아름답게 증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우리 결과와 동일하며 우리 증명에서도 근사화한 부분은 전혀 없다. 오히려 식 (8)은 단순해서 이해가 더 쉽고 자기장의 에너지 밀도 계산에도 동일한 과정을 이용할 수도 있다.
전기장의 에너지 밀도를 고민할 때 쉽게 범하는 실수가 인터넷에 질의응답 형태로 소개되어 있다[1]. 참고문헌 [1]에 있는 질문을 그대로 아래에 옮긴다.

첫번째 전자기파가 가진 에너지밀도를 1이라고 하면, 두 번째 전자기파도 똑같이 1이 됩니다. 즉 두개를 합치면 에너지밀도는 2가 됩니다. 그런데 만약에 두개의 전자기파를 합치면, 전자기파는 E=2가 됩니다. 따라서 에너지밀도는 2^2=4가 됩니다. 첫번째 계산에서는 에너지 밀도가 2가 되고 이번에는 4가 됩니다. 어디서 문제가 발생한것인가요?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식 (11)에 의해 전기장의 에너지 밀도는 4배로 커져야 한다. 이 사실을 이해시키기 위해 많은 답글을 달았지만, 답글을 보면 오히려 더 복잡해진다[1]. 식 (8)의 증명에 오류가 없기 때문에 답은 식 (8)로 결정해야 한다. 전자기학의 원칙은 간단하다. 우리가 배운 내용이 답이다. 아마도 질문자의 의도는 답이 4배 됨은 알지만 왜 그런지에 대한 물리적인 이해를 요구하는 것 같다. 이 부분도 답이 쉽다. 서로 다른 전기장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은 공짜가 아니다.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하다. 얼마인가 하면 $4 - 1 - 1$ = $2$만큼 필요하다. 이 부분이 잘 이해되지 않으면 [그림 3]에 보인 커패시터(capacitor)를 생각한다.

[그림 3] 커패시터의 구조(출처: wikipedia.org)   

식 (8)의 과정에 의해 전기장을 합치는 문제와 커패시터를 합치는 문제는 동일하다. [그림 3]의 커패시터를 하나로 합친다고 생각한다. 그 내부에 있는 전하(charge)의 부호는 같기 때문에 전기력(electric force)이 작용하여 전하 ($+$)는 ($+$)를, 전하 ($-$)는 ($-$)를 서로 밀게 된다. 그래서, 이 반발력을 이기려면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

[그림 4] 두 송신기가 서로 전자파를 복사하는 모습

이 개념을 전자파까지 거침없이 확장한다. [그림 4]처럼 두 송신기가 서로를 향해 전자파를 쏜다고 상상한다. 여기서 두 송신기가 쏜 전기장과 자기장은 동일한 크기를 가지며, 이 전자파는 운 나쁘게 중간 지점에서 전기장의 위상이 서로 180˚ 차이를 가진다고 가정한다. 이 경우 전기장의 에너지는 식 (11)에 의해 당연히 0이 된다. 우리가 허공에 쏘았기 때문에 에너지를 가져올 수 없는데 대체 전기장의 에너지는 어디에 갔을까? 답은 자기장이다. 균일 평면파(uniform plane wave) 특성으로 인해 전기장의 위상차가 180˚이면 자기장의 위상차는 반드시 0˚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두 전자파가 만난 지점에서 자기장의 에너지 밀도는 4배로 증가해야 한다. 이 과정을 에너지 보존 관점에서 쓰면 다음 관계식을 얻을 수 있다.

                         (12)

여기서 $\Delta V$는 전자파가 존재하는 부피이다. 식 (12)의 좌변은 송신기 #1과 #2 위치의 에너지이며, 우변은 전기장이 180˚ 차이로 만난 중간 지점의 에너지이다. 식 (12)의 좌변과 우변은 같기 때문에 균일 평면파의 전기장과 자기장 비율은 다음 관계를 반드시 만족해야 한다.

                         (13)

식 (13)의 우변은 유명한 균일 평면파의 고유 임피던스(intrinsic impedance)가 된다. 신기하게도 고유 임피던스 개념은 맥스웰 방정식을 직접 쓰지 않고도 전자기파의 에너지 보존 법칙으로부터 쉽게 유도될 수 있다.

[참고문헌]

[다음 읽을거리]

전자기장 기호의 기원(Origin of Symbols for Electromagnetic Fields)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전자기장 기호의 기원"을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전자기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전자기장 기호의 기원을 알아본다. 전자기학 분야에 내려오는 전설은 맥스웰James Clerk Maxwell(1831–1879)이 귀찮아서 그냥 알파벳 순서대로 전자기장 기호를 붙였다고 전한다. 성실한 맥스웰 교수가 진짜 알파벳 순으로 기호명을 설정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맥스웰의 저서를 직접 찾아보았다[1].

[그림 1] 맥스웰이 제안한 전자기장 기호 표기법(출처: [1])

우리 예상과 다르게 전자기학 분야의 전설이 맞다. 맥스웰은 [그림 1]처럼 알파벳이 나오는 순서대로 전자기장 기호를 기계적으로 할당했기 때문이다. 맥스웰이 만든 [그림 1]의 기호를 현대적으로 쓰면 아래와 같다.
 변위 전류(displacement current)와 관계되므로 D로 붙인다.
  • $E$: 전기장(electric field)
 영어 이름 때문에 E로 붙인다.
  • $F$: 힘(force)
 영어명을 유추해 F로 붙인다.
  • $H$: 자기장(magnetic field)

맥스웰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호 표기법을 고안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맥스웰은 사원수(quaternion)를 사용했기 때문에, 각 벡터[그림 1의 가장 오른쪽 표기]마다 성분별 변수명을 각각 부여해야 했다. 즉, 이런 사원수 방식은 벡터의 성분마다 기호를 각각 할당해야 하므로, 다소 복잡하고 헷갈린다. 요즘은 사원수가 아닌 좌표계 기반 벡터를 사용하고 각 벡터의 성분은 아래첨자 $x$, $y$, $z$를 쓰기 때문에 더 쉽고 직관적이다.

전자기장과 회로 이론 분야에 쓰이는 기타 변수의 작명 이유는 아래와 같다.
  • $C$: 전기 용량(capacitance)
영어 이름을 참고해 C로 붙인다.
라틴어(latin) 켈레리타스(celeritas민첩함, 속력)의 첫글자에 따라 c로 붙인다[2].
  • $I$: 전류(electric current)
프랑스어 intensité de courant(전류의 세기, intensity of current)의 첫글자에 따라 I로 붙인다. 이 기호는 암페어André-Marie Ampère(1775–1836)가 최초로 사용했다.
  • $L$: 인덕턴스(inductance)
렌츠의 법칙(Lentz's law)을 발견한 렌츠Emil Lenz(1804–1865)를 기려서 L로 붙인다.
  • $M$: 자화도(magnetization)
영어 이름 때문에 M으로 붙인다.
  • $M$: 상호 인덕턴스(mutual inductance)
영어 이름 때문에 M으로 붙인다. 자화도에도 동일한 기호 M을 쓰므로, 사용할 때 구별해서 써야 한다.
  • $P$: 분극도(polarization)
영어 이름 때문에 P로 붙인다.
  • $Q$: 전하량(electric charge)
원래 이름은 전기량(quantity of electricity)이다. 전기량의 첫글자에 따라 Q로 붙인다.
  • $R$: 저항(resistance)
영어 이름 때문에  R로 붙인다.

[참고문헌]
[1] J. C. MaxwellA Treatise on Electricity and Magnetismvol. 1 and vol. 2, 1873.
[2] P. Gibbs, "Why is c the symbol for the speed of light?," The Original Usenet Physics FAQ,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