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1일 수요일

유전체의 비밀(Secret of Dielectric)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유전체의 비밀"을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전기장
2. 전압
3. 전기 쌍극자 모멘트


처음 전기장(electric field)의 특성을 정의할 때 주변에 아무런 물질이 없는 진공 상태를 가정하였다. 이렇게 진공 중에 정의하는 게 전기장 정의를 매우 단순화한다. 하지만 이런 가정은 현실 세계와는 매우 동떨어져 있다. 왜냐하면 현실에는 다양한 물질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이런 물질을 일반적인 전기장 관점에서 어떻게 모형화하여야 하나?

[그림 1] 유전체의 모형화(출처: wikipedia.org)

전자기학에서는 [그림 1]처럼 모든 물질이 분극(分極, polarization)을 가진다고 가정한다. 이 가정은 당연하다. 물질은 양성자(陽性子, proton)와 전자(電子, electron)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림 1]처럼 전기장을 걸어주면 분극이 일어난다. [그림 1]처럼 ($+$)와 ($-$)로 극성이 분리되는 특성은 전기 쌍극자 모멘트(electric dipole moment)라 한다. 하지만 모든 물질이 분극을 가진다는 가정은 양성자와 전자가 발견되기 이전에 나온 개념임을 기억한다. 옛날에 도입된 분극이란 개념은 당시 실험 결과를 너무나 잘 설명했기 때문에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물질의 하부 구조를 이해해서 만든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거꾸로 보면 양성자와 전자의 존재성은 물질에 전기장을 걸어줌으로써 증명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분극을 일으키는 물질을 유전체라 한다. 말 그대로 유전체(誘電體, dielectric)는 전기를 유도하는 물체이다. 분극은 원자 각각이 일으키기 때문에 이산적(discrete)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수학적으로 표현하기가 무척 어려우므로 연속 함수(continuous function)를 이용해 모형화한다.[∵ 적분(연속 함수)보다 덧셈(이산 함수)이 쉽기는 하지만 무한 급수를 생각하면 적분이 더 쉽다.] 그래서, 식 (1)의 전하 밀도(electric charge density) $\rho$ 개념을 기준으로 식 (2)의 분극 밀도(polarization density) $\bar P$를 정의한다. 분극 밀도는 전기 분극(electrical polarization), 분극도(polarization) 등으로도 부른다.

                       (1)

                       (2)

여기서 $V$는 체적(volume), $N$은 물질 구성 요소[정확히는 분자]의 전체 숫자, $q$와 $Q$는 전하(electric charge), $\bar p$는 전기 쌍극자 모멘트(electric dipole moment)이다. 전하 밀도와 분극 밀도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식 (1)과 (2)의 체적을 0으로 보내야 한다. 식 (2)를 이용하면 식 (3)에 있는 하나의 전기 쌍극자 모멘트가 만드는 전 $V(r)$을 식 (4)의 일반적인 물질에 대한 전압(voltage)으로 확장할 수 있다.

                         (3)

                  (4)

식 (4)를 이용해서 유전체의 성질을 탐구하기는 어려우므로 진공 중의 전압인 아래 식을 고려한다.

                           (5)

다음으로 아래 벡터 항등식(vector identity)도 생각한다.

                         (6)

                         (7)

                         (8)

식 (6)–(8)을 식 (4)에 대입해 정리하면 유전체에 대해서도 식 (5)와 유사한 형태를 얻을 수 있다.

                       (9)

식 (9)의 마지막 줄 증명에는 발산 정리(divergence theorem)를 이용한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따라온 이유는 식 (5)처럼 만들기 위해서다. 식 (5)와 (9)를 비교하면 새로운 전하 밀도를 정의할 수 있다.

                       (10)

여기서 $\rho_{bs}'$는 표면 전하 밀도(surface charge density)이며 $\rho_{b}'$는 체적 전하 밀도(volume charge density)이다. 그러면 분극을 일으키는 전기 쌍극자 모멘트를 마치 전하처럼 취급할 수 있다. 분극에 의한 전하는 구속 전하(拘束電荷, bound charge) 혹은 분극 전하(polarization charge)라 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전하는 자유 전하(自由電荷, free charge)라 한다. 구속 전하는 분극에 의해 생기기 때문에 자유 전하와는 성질이 다르다[1]. 예를 들면 자유 전하의 총전하량은 ($+$) 혹은 ($-$)가 될 수 있지만 구속 전하의 총전하량은 항상 0이다.

                       (11)

식 (10)의 체적 전하 밀도 $\rho'_b$만을 이용해서 표면 전하 밀도 $\rho'_{bs}$를 구할 수 있다. 체적 전하 밀도는 [그림 1]처럼 어떤 물질 내부에 있는 전하 밀도이다. 이 전하 밀도를 구성하는 요소는 분극 밀도 $\bar P$이다. 물질의 끝부분으로 가면 분극 밀도는 불연속이 되기 때문에 표면 전하 밀도를 형성한다. 예를 들면 $x' \le x_0$이면 분극 밀도가 존재하고 $x'$ = $x_0$부터는 분극 밀도가 잘려서 불연속이 된다고 가정한다. 그러면 $x' = x_0$ 근방에서 분극 밀도는 $\bar P(\bar r')$ = $\bar P_0(\bar r') u(x_0 - x')$로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u(\cdot)$는 단위 계단 함수(unit step function)이다. 이 결과를 식 (10)의 둘째식에 넣으면 다음을 얻을 수 있다.

           (12)

식 (12)의 둘째줄 마지막 항이 표면 전하 밀도를 나타낸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다음 식을 관찰한다.

                                 (13)

여기서 체적을 뚫고 나오는 법선 벡터는 $\hat n'$ = $\hat x$이다. 이 개념을 이용해서 유전체가 있는 경우의 전기장을 구한다. 유전체라는 게 진공 중에 구속 전하가 있는 경우이므로 구속 전하를 계산하면 유전체 내부의 전기장을 계산할 수 있다. 먼저 진공 중의 전기장은 아래와 같이 표현된다.

                                 (14)

유전체가 있으면 자유 전하 $\rho_f$와 구속 전하 $\rho_b'$가 함께 있으므로 식 (14)를 아래처럼 바꾸어야 한다.

                                 (15)

여기서 $\bar D$는 전속 밀도(電束密度, electric flux density), 식 (10)에 정의한 $\rho_b'$은 식 (15)의 $\rho_b'$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체적 전하 밀도의 특별한 경우가 표면 전하 밀도이다. 어려우면 식 (13)을 다시 본다.] 전속 밀도는 전기 묶음[혹은 전속]의 밀도이다. 발산 연산자의 의미에 의해 전속 밀도의 원천은 자유 전하이다. 반면에 전기장의 원천은 자유 전하 및 구속 전하와 관련된다. 만약 자유 전하는 없고 구속 전하만 있다면[자석(磁石, magnet)에 대응하는 전석(電石, electret)이 이에 해당], 바로 $\bar D$ = $0$이 될까? 아니다. 식 (15)를 다시 본다. 전속 밀도의 발산이 0[∵ 자유 전하가 없으므로]이라고 해서, 전기장과 분극도의 합인 전속 밀도가 꼭 0일 필요는 없다.

[표 1] 물질별 유전 상수(출처: wikipedia.org)
물질
(Substance)
유전 상수, $\epsilon_r$ = $\epsilon_{\rm rc}'$
(Dielectric constant)
손실 탄젠트, $\tan \delta$ = $\epsilon_{\rm rc}'' /\epsilon_{\rm rc}'$
(Loss tangent)
기타 사항
(Other details)
진공(vacuum)1--
테플론(Teflon, PTFE)2.1–2.330.0009–0.0012@ 1 GHz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 PC)2.9–3.330.012–0.026@ 164 ℃ [3]
유리(glass)3.7–10--
FR4(화염 지연제, flame retardant)4.4--
규소(silicon)11.68--
페라이트(ferrite)13–20--
해수(sea water)18–800.06–0.83$\epsilon_{\rm rc}''$ = 5–15 @ L 대역 [4]
(water)87.9-@ 0 ℃

식 (15)의 마지막식은 유전체까지 적용될 수 있는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s)의 일반형이다. 식 (15)에서 분극 밀도를 알 경우에 유전체가 있는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분극 밀도를 정확히 알기는 매우 어렵다.[∵ 식 (2)에 의해 물질내에 있는 모든 전기 쌍극자 모멘트를 계산해서 벡터적으로 더해야 한다.] 이에 따라 근사 조건이지만, 분극 밀도는 전기장과 선형 비례라는 가정을 도입한다.[∵ 전기장이 커지면 전기력이 커지기 때문에 분극을 더 많이 만들 것이다. 즉 분극을 만들어주는 근원인 전기장을 기준으로 분극 밀도를 정의한다.]

                                 (16)

여기서 $\chi_e$는 전기 감수율(electric susceptibility)이며 $\epsilon_r$은 비유전율(relative permittivity) 혹은 유전 상수(dielectric constant)라 한다. 식 (16)의 둘째식은 전기장과 전속 밀도의 구성 관계식(constitutional relation)이라 부른다. 전기장과 분극 밀도를 연결한 식 (16)의 첫째식은 매질 측정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 현재 매질의 유전율을 재려면 외부에 전압을 가해서 전기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에 진공일 때와 매질이 있을 때의 전기력 혹은 전기장[정확히는 전기 용량(capacitance)]을 재면 분극 밀도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식 (16)의 정의가 타당하다. 대부분의 유전체는 식 (16)처럼 전기장을 가해서 분극을 일으킨다. 다만 전석(電石, electret: 전기를 만드는 돌)이라 불리는 물질은 그 자체로 영구 분극도(permanent polarization density) $\bar P_i$를 가지고 있으며, 당연히 물질 속에 자유 전하 밀도 $\rho_f$는 없고 구속 전하 밀도 $\rho_b'$ = $- \bar \nabla \cdot \bar P_i$만 있다. 그래서 이 $\bar P_i$가 내부에 전속 밀도 $\bar D$ = $\epsilon \bar E + \bar P_i$ = $\epsilon (\bar E + \bar E_i)$를 생성한다. 여기서 $\bar E_i$ = $\bar P_i / \epsilon$, $\bar \nabla \cdot \bar D$ = $0$, $\bar \nabla \cdot \bar E$ = $\rho_b' / \epsilon$이다.

[그림 2] 대전 가능한 속이 빈 두 개의 금속 구(출처: wikimedia.org)

단순하게 보면 식 (16)은 너무 작위적이란 느낌이 든다. 전기장($\bar E$)만으로도 유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데 귀찮게 전속 밀도($\bar D$)까지 정의하니 너무 번거롭다. 하지만 이런 정의의 이면을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영웅 패러데이Michael Faraday(1791–1867)가 1837년패러데이 46세, 조선 헌종 시절에 했던 유전체에 대한 패러데이 실험(Faraday experiment on dielectric)을 고려하자[2]. 이 당시 패러데이는 유전체[혹은 절연체]와 전기장의 관계가 궁금했다. 그래서 [그림 2]처럼 대전시킬 수 있는 속이 빈 두 개의 금속 구(metallic sphere) 사이에 절연체를 채워 전기장을 발생시켰다.[그림 2의 빨간색 에 ($+$) 전하를 넣었다.] 전기장을 발생했던 금속 구의 전하량을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 이 전하량은 유전체의 종류에 관계없이 일정했다. 그래서 패러데이는 변하지 않는 전하량을 전속(electric flux)이라고 불렀다. 패러데이 실험으로 인해 유전체 특성과 관계없는 전기장($\bar E$)과 유사한 양이 현실에서 분명 존재하므로, 이 결과를 이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식 (15)와 (16)에 있는 전속 밀도($\bar D$)를 도입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유전체 내부에 생기는 전기장도 식 (16)으로 계산할 수 있다. 물질 내부를 생각하면 식 (16)은 약간의 오류가 있지만 거시적 특성을 잘 설명한다. 왜냐하면 식 (9)의 유전체에 대한 전압 관계식은 전기 쌍극자 모멘트 근처($R \approx 0$)에서는 맞지 않지만 주변에 워낙 많은 원자가 있기 때문에 $R$ = $0$에 있는 하나의 전기 쌍극자 모멘트에 의한 기여는 무시할 수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혹은 식 (9)에서 체적을 0으로 가져가면 체적 적분도 0으로 간다.]

[그림 3] 유전체 기판(출처: wikimedia.org)

[그림 4] 헬륨의 원자 구조(출처: wikipedia.org)

이상의 논의를 통해서도 약간의 의문은 남는다. 실제 물질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연속 전하를 뜻하는 전하 밀도로 유전체 이론을 전개함은 문제가 아닐까? 정확하게 하려면 적분이 아닌 이산적 덧셈을 뜻하는 급수를 써야 하지 않을까? 엄밀한 측면에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계산하는 경우 수많은 원자의 전기장 기여를 모두 계산해서 유전체 내부의 전기장 특성을 논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다루기 편리한 적분을 이용하는 전하 밀도 기반의 유전체 이론을 쓴다. 다행히 이렇게 만든 전하 밀도 기반 유전체 이론이 거시적 실험을 매우 잘 설명한다.[∵ 그만큼 원자가 매우 작고 매우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적분(integration)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이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림 5] 유전체 내부의 로렌츠 분자장 혹은 국소장

유전체의 분극 밀도 $\bar P$와 유전율 $\epsilon$을 더 미시적으로 살펴볼 수도 있다. 분극 밀도는 전기 쌍극자 모멘트 $\bar p$가 원인이지만, 더 정밀하게 보면 유전체 내부에 존재하는 분자가 전기장에 의해 분극을 일으켜서 식 (16)과 유사하게 $\bar p$를 만든다.

                                 (17)

여기서 $\alpha$는 분자 분극율(molecular polarizability), $\bar E_m$은 로렌츠 분자장 혹은 국소장(Lorentz molecular field or local field), $n$은 분자 농도(molecular concentration)이다. 로렌츠 분자장은 [그림 5]처럼 특정 위치[예를 들면 그림 5의 $\bar r$]의 분자에 분극을 일으키는 전기장을 의미한다. 다만 로렌츠 분자장 $\bar E_m$은 유전체 내부의 평균 전기장 $\bar E$와 비슷하지만, 분자장을 정의한 부피 $v_0'$을 제외한 나머지 부피 $V-v_0'$이 만드는 전기장 $\bar E_p$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특정 위치에 만드는 분극은 외부에서 가해준 전기장과 함께 유전체의 나머지 부분이 주는 영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18)

전기장 $\bar E_p$는 [그림 5]의 구조로 쉽게 계산할 수 있다. 분자장을 계산할 부피 $v_0'$은 여러 가지 기하 구조로 선택할 수 있지만, 유전체 결정의 특성이 모든 방향에서 동일하다고 생각해서 $v_0'$은 구로 가정한다. 그러면 $v_0'$ 내부에는 분극이 없고 $v_0'$ 외부에만 분극이 생긴다. 이는 $v_0'$ 내부에 생길 분극을 계산하기 위해 분자장을 정의하기 때문이다. 식 (10)의 첫째식에 따라 [그림 5]처럼 생기는 표면 전하 밀도 $\rho_{bs}'$은 다음과 같다.

                                 (19)

여기서 $\bar P$의 방향은 $\hat z$이다. 그러면 식 (19)의 $\rho_{bs}'$이 구의 중심에 만드는 전기장 $\bar E_p$도 쉽게 계산된다.

                                 (20)

식 (20)의 결과는 $v_0'$ 내부의 물질이 만드는 전기장 $\bar E_v$와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이다. 왜냐하면 $\bar E_p + \bar E_v$ = $0$이 되어야만 $v_0'$ 내부에 생성될 전체 전기장이 외부에 있는 $\bar E$와 같아지기 때문이다. 내부 전기장 $\bar E_v$는 전기 쌍극자 내부의 전기장으로부터 간단히 구할 수도 있다.

                                 (21)

로렌츠 분자장 $\bar E_m$을 식 (17)에 대입한 후 식 (16)을 다시 적용해서 비유전율 $\epsilon_r$과 분자 분극율 $\alpha$와의 관계를 얻는다.

                                 (22)

                                 (23)

식 (23)은 기체나 액체의 유전율을 설명하는 유명한 클라우지우스–모소티 관계(Clausius–Mossotti relation)이다. 만약 $n \alpha$ $\approx$ $3 \epsilon_0$이면, 전기장이 약하더라도 분극은 매우 크게 일어난다. 고체 결정처럼 전기 쌍극자가 복잡하게 배치된 경우는 클라우지우스–모소티 관계가 잘 맞지 않는다.

[참고문헌]
[1] H. Föll, Polarization and Dielectric Constant, Electronic Materials, University of Kiel, Germany.
[2] k10blogger, "The Faraday experiment (overview)," iiteeeestudents: Class Room notes and materials, 2011.
[3] A. J. Bur, S. C. Roth, and Y.-H. Lee, and M. McBrearty, "A dielectric slit die for in-line monitoring of polymer compounding," Review of Scientific Instruments, vol. 75, no. 4, pp. 1103–1109, Apr. 2004.
[4] R. Lang, Y. Zhou, C. Utku, and D. Le Vine, "Accurate measurements of the dielectric constant of seawater at L band," Radio Sci., vol. 51, no. 1, pp. 2–24, Jan. 2016.

[다음 읽을거리]
1. 유전 상수 재는 방법

2011년 9월 19일 월요일

전기 쌍극자 모멘트(Electric Dipole Moment)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전기 쌍극자 모멘트"를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전기장
2. 전압


전기장(electric field)의 관계식을 유도할 때는 단 하나의 전하(electric charge)만을 고려한다. [그림 1]처럼 두 개의 서로 다른 전하를 고려하면 어떻게 될까?

[그림 1] 전기 쌍극자

[그림 1]의 전하 분포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물질에 전기장을 가하면 [그림 1]과 같이 전하가 서로 분리되기 때문이다.[∵ 전기장이 가해지면 (+) 전하는 (-)쪽으로, (-) 전하는 (+)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전기장에 의해 전하가 분리되는 현상은 분극(分極, polarization)이라 한다. 식 (1)에 있는 전압(voltage)의 정의를 이용해 [그림 1]의 전기 쌍극자(electric dipole) 특성을 식 (2)와 같이 계산해 보자.

                           (1)

                           (2)

[그림 2] 구 좌표계의 표현(출처: wikipedia.org)

원점 기준에 대한 관측점(observation point) $r$이 매우 멀리 있다고 하면[$r \gg d$] 식 (2)를 아래처럼 근사화할 수 있다.

                         (3)

여기서 $\theta$는 [그림 2]에 제시한 극고도각(極高度角, polar angle: $\theta$는 꼭대기부터 시작해 내려오기 때문에 일반 고도각과는 정의가 약간 다름), $\hat z \cdot \hat r$ = $\cos \theta$, 벡터 $\bar d$ = $d \hat z$는 변위 벡터(displacement vector)이다.

[그림 3] 전기 쌍극자 모멘트의 방향(출처: wikipedia.org)

[그림 1]에서 변위 벡터의 정의를 보면 특이하다. [그림 3]처럼 (-) 전하에서 (+) 전하로 가는 방향이 벡터 $\bar d$의 기준 방향이 된다. 이 방향은 전기장을 정의할 때와는 반대이다.[∵ 전기장은 (+) 전하에서 나와 (-) 전하로 들어간다.] 식 (3)에 있는 전기 쌍극자 모멘트 혹은 전기 쌍극자 능률(electric dipole moment) $\bar p$의 기준 방향을 [그림 3]과 같이 전기장과 반대로 정하면, 유전체(dielectric)의 성질을 표현하기가 매우 편리하다.

[그림 4] 외부 전기장과 분극에 의한 전기장의 방향(출처: wikipedia.org)

왜냐하면 [그림 4]처럼 물체에 전기장이 가해지면 전기적인 인력과 척력에 따라 물체 내부에 (+)와 (-) 전하가 나누어지는 분극이 생기고, 분극에 의한 전기장은 외부 전기장과 정확히 반대가 되기 때문이다. 즉, 분극에 의한 전기장과는 반대 방향으로 물체 내부의 전기 쌍극자 모멘트를 정의하면, 외부 전기장과 전기 쌍극자 모멘트의 벡터 방향이 일치해서 유전체의 공식화가 간단해진다. 전기 쌍극자 모멘트(electric dipole moment)에 나오는 모멘트 혹은 능률(能率, moment)은 어떤 물리량이 변하는 경향을 뜻한다.[영어 moment의 어원이 라틴어 momentum(운동)인 이유이다.] 식 (3)은 전기 쌍극자가 변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지표라서 당연히 모멘트가 어울린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모멘트는 어떤 형태나 특성을 곱 형태로 표현하는 핵심 측정량(measure)을 뜻한다. 물리학에서는 주로 수직 길이를 모멘트라 하지만 반드시 이럴 필요는 없다. 식 (3)에서는 길이와 더불어 전하량까지 곱한 값을 모멘트로 정의한다.
식 (3)에 구배 연산자(gradient operator)를 적용해서 전기장을 계산하자.

                       (4)

                       (5)

그런데 식 (5)가 성립하는 영역은 $r \gg d$이므로 전기 쌍극자가 있는 곳[$r \approx d$]과는 거리가 매우 먼 곳이다.

[그림 5] 전기 쌍극자가 만드는 전기장(출처: wikipedia.org)

전기 쌍극자 가까이에서는 식 (5)가 맞지 않으므로 $d \gg r$이라 가정하고 식 (3)의 방법론을 적용해보자.

                       (6)

식 (6)에 구배 연산자를 적용하면 전기 쌍극자 가까이의 전기장을 구할 수 있다.

                       (7)

만약 $d$가 매우 작아지면 어떻게 되는가? 편하게 계산하기 위해 전기 쌍극자 모멘트 $\bar p$는 $d$에 관계없이 일정하고 $d$만 작아진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다음 극한이 성립한다.

                       (8)

3차원 디랙 델타 함수(Dirac delta function) $\delta (\bar r)$는 아래처럼 정의한다. 식 (8)의 유도를 위해, 반지름이 $d/2$인 구 부피의 극한은 $0$이라고 가정한다.

                          (9)

[그림 6] 전기 쌍극자에 작용하는 전기력

물질 내부에 고정된 전기 쌍극자에 작용하는 전기력은 [그림 6]과 같다. 외부에서 인가한 전기장 $\bar E$에 따라 전기 쌍극자의 (+)와 (-) 전하는 전기력을 받는다. 하지만 전기 쌍극자는 결정 분자의 내부에 있기 때문에 전기력이 있더라도 자유롭게 병진 운동을 할 수는 없다. 대신에 전기력에 의한 회전 운동이 다음처럼 발생할 수 있다.

                          (10)

따라서 회전력(torque) $\bar \tau$는 전기 쌍극자 모멘트 $\bar p$와 외부 전기장 $\bar E$의 외적과 같다. 즉, 전기 쌍극자 모멘트에 수직인 방향으로 입사하는 전기장이 전기 쌍극자의 회전을 발생시킬 수 있다.

                          (11)

식 (11)은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를 사용하는 전자레인지에서 물 분자를 회전시키는 원리이다. 시간적으로 변하는 전기장은 식 (11)에 따라 전기 쌍극자를 가진 물 분자의 회전을 일으키고, 공진 주파수에 해당하는 주기로 전기장이 변하면 물 분자가 완전히 회전을 해서 마찰에 의한 열을 발생시킨다. 식 (11)에 바탕으로 두고 전기 쌍극자가 가진 위치 에너지도 정의할 수 있다. 위치 에너지는 기준점과의 차이만 중요하기 때문에, 보통 회전력이 가장 큰 $\theta$ = $\pi/2$를 위치 에너지의 영점으로 삼는다. 따라서 $\theta$에서 전기 쌍극자가 가진 위치 에너지 $U$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12)

우리가 위치 에너지의 영점을 $\theta$ = $\pi/2$에 잡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식 (12)가 간단해진다. 식 (12)를 벡터 형태로 다시 쓰면 다음과 같다.

                          (13)

전기장 $\bar E$가 $\bar p$와 동일한 방향으로 가해지면, 위치 에너지가 가장 낮아져서 $\bar p$는 이 상태에 머물 수 있다. 또한 $\bar E$의 방향이 $\bar p$와 반대인 경우는 가장 높은 위치 에너지로 인해 $\bar p$가 불안정해진다.

[참고문헌]
[1] J. D. Jackson, Classical Electrodynamics, 3rd ed., John Wiley & Sons, 1999.

[다음 읽을거리]
1. 유전체의 비밀
2. 자기 쌍극자 모멘트

2011년 9월 17일 토요일

한양대학교 OpenCourseWare

2001년부터 시작한 MIT OCW(OpenCourseWare)보다는 늦었지만 한양대학교도 인터넷 강의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참 좋은 일이다.



전국대학들의 OCW를 제공하는 사이트는 KOCW(Korea OCW)이다. 여기에 가면 국내대학강의, 해외공개강의, 노벨상/석학특강 등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주파수 안정성이 좋은 클라이스트론(Klystron for High Frequency Stability)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클라이스트론"을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최초의 입자 가속기 사이클로트론
2. 고출력 증폭기인 TWT
3.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는 마그네트론


[그림 1] 클라이스트론의 구조(출처: wikipedia.org)

[그림 1]에 있는 이중 공진기 클라이스트론(two-cavity klystron)은 다른 고출력 증폭기에 비해 우수한 주파수 안정성을 가진다. 왜냐하면 고성능 공진기(cavity resonator)를 이용해 RF(Radio Frequency) 입력과 출력을 얻기 때문이다. 클라이스(klys)는 독일말(German)로 뭉쳐짐을 의미하며, 트론(tron)은 전자(電子, electron)의 축약이다. 클라이스트론 개발 역사는 [1]에서 볼 수 있다. 클라이스트론의 사용주파수는 200 MHz~100 GHz 정도이다. 클라이스트론을 마그네트론(magnetron)과 비교하면, 클라이스트론의 장점인 주파수 안정성 특성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그네트론은 음극(cathode)에서 쏜 전자(electron)자기장(magnetic field)에 의해 휘어지면서 전자파를 복사한다. 그래서 주파수 안정성이 매우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극(anode)에 다수의 공진기를 설치하지만 필터(filter) 성능이 아주 좋지는 않아 여전히 다양한 주파수가 검출된다. 클라이스트론은 강력한 주파수 선택도를 가진 공진기를 직접 통과하면서 전자파를 증폭시키므로, 주파수 안정성이 매우 좋다.
클라이스트론의 동작 원리는 TWT(Traveling-Wave Tube)와 매우 유사하다. 두 고출력 증폭기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TWT는 저속 파동(slow-wave) 전송선(transmission)을 이용해 전자–전자파 상호 작용을 만들지만, 클라이스트론은 공진기를 이용한다. [그림 1]에 있는 전자총(electron gun: 그림 1의 음극)에서 전자를 발사하면 이 전자 빔(electron beam)은 첫번째 공진기(buncher cavity)를 반드시 지나야 한다. 첫번째 공진기에서는 전자 뭉침(bunching of electron)도 일어난다. 그래서 뭉침 공진기(buncher cavity)라고도 한다. 뭉침 공진기에서 전자 뭉침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RF 입력이 있어야 한다. 공진기에 입력되는 RF 신호는 공진기벽에 반사되면서 [그림 2]와 같은 정재파(standing wave)도 만든다.

[그림 2] 정재파의 운동 모습(출처: wikipedia.org)

[그림 2]처럼 정재파가 만드는 전기장(electric field)은 어떤 시간에는 (+), 어떤 시간에는 (-)를 형성한다. 이에 따라 뭉침 공진기에 들어오는 전자 흐름도 가속과 감속을 반복한다. 즉, 정재파 전기장이 전자 흐름을 특정 위치에 뭉쳐지도록 한다. 이렇게 고속으로 진행한 전자 뭉침은 두번째 공진기에 들어가 다시 강력한 정재파를 형성한다. 이 정재파는 결합기(結合器, coupler)를 이용해 증폭된 RF 에너지를 외부로 출력한다. 두번째 공진기는 RF 출력을 담당하므로 포획 공진기(catcher cavity)라 한다. 혹은 클라이스트론의 원리를 FET(Field Effect Transistor)로 생각해도 된다. 이 개념에서는 음극이 소스(source), 뭉침 공진기가 게이트(gate), 포획 공진기가 드레인(drain)이 된다. 차이점이 있다면 FET의 출력은 전류(electric current)가 되지만 클라이스트론의 출력은 전자파(electromagnetic wave)가 됨에 있다.

[참고자료]
[1] 임경순, 핸슨과 스탠퍼드 클라이스트론의 개발현대사회와 과학Postech. (방문일 2011-09-17)

[다음 읽을거리]
1. 고출력 밀리미터파 생성 위한 자이로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