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페이저 개념"을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확인] 본 페이지는 exp(jωt) 시간 약속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과대학에 입학해서 처음 배우는 수학은
미분적분학이다. 그 다음으로
미분 방정식(微分方程式, differential equation)을 배운다. 고등학교 미적분과는 너무 다른 미분 방정식 분야를 만나면,
어렵다 혹은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수학과도 아닌데 도대체 왜 배우지라는 마음도 가지게 된다. 이런 마음의 흔들림은 정말 당연하다. 미분 방정식은 절대로 쉽지 않다. 그럴듯한 책 제목으로 독자를 현혹하기도 하지만, 고등 학문 특히 수학에는 왕도가 없기 때문에
미분 방정식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진짜 없다. 미분 방정식 문제를 많이 풀어보고 미분 방정식의 수학적 기반을 고민해야 앞으로 한 걸음 나갈 수 있다. 이런 고행을 쌓고 내공을 더해가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특히나 공학도를 힘들게 하는 부분은 이 미분 방정식 이론이 대부분의 시스템 설계에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미분 방정식을 배우는 공학도는 웃는 얼굴을 하기가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를 미분 방정식에서 해방시키는 놀라운 개념을 배우게 된다. 바로
페이저(phasor) 혹은
위상자(位相子) 개념이다. 페이저는 미분 방정식을 쓰지 않고 미분 방정식을 풀게 해주는 재미있는 도구이다. 페이저라는 신개념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은 수학을 싫어했던 공학자 헤비사이드
Oliver Heaviside(1850–1925)이다.
[역설적이게도 헤비사이드의 논문은 수학식으로 도배되어 있다.] 헤비사이드와 독립적으로 페이저를 완성한 공학자는
교류 회로 이론(AC circuit theory)으로 유명한 스타인메츠
Charles Steinmetz(1865–1923)이다[1]. 헤비사이드와 스타인메츠는 1893년
헤비사이드 43세, 스타인메츠 28세, 조선 고종 시절에 비슷한 개념의 페이저 논문을 거의 동시에 발표했다. 다만
연산 미적분학(operational calculus)을 제안하면서 덤으로 페이저 개념을 언급한 헤비사이드의 논문 수준이 스타인메츠보다 훨씬 높다. 이런 결과는 자존심 강한 스타인메츠에게 다소 충격이었을 것이다.
헤비사이드와 스타인메츠는 누구나 알고 있는 식 (1)을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1)
여기서 $j$ = $\sqrt{-1}$, $\omega$
[= $2 \pi f$ = $2 \pi /T$]는 각주파수
(角周波數, angular frequency)이며 $f$는 주파수
(frequency)이다. 주파수
[단위는 Hz]는 [그림 2]처럼 $1$초에 특정 동작이 반복되는 회수이다. 각주파수
[단위는 rad/s]는 [그림 3]처럼 $1$초 동안 회전하는 각도를
라디안(radian: 아래 그림 4 참고)으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1$초에 한바퀴를 돌면 $2 \pi$
[= 360˚]이므로 각주파수는 $2\pi$ rad/s가 된다. 교류 회로 이론에서는 전류 $i$와 구별하기 위해 허수 단위를 $j$로 쓴다. 허수 단위를 $j$로 바꾼 제안자는 스타인메츠이다[1].
[그림 2] 주파수의 개념(출처: wikipedia.org)
[그림 3] 각주파수의 개념(출처: wikipedia.org)
[그림 4] 라디안의 정의(출처: wikipedia.org)
수학 연산을 고려하지 않고 다소 무식하게 식 (1)을 보면 $d/dt \equiv j \omega$라고 착각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이 말이 될까? 하지만 이 오해는 정말 아주
위대한 착각이다. 이 성질을 이용하여 미분 방정식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대수적으로만 미분 방정식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식 (1)의 좌변은
미분식이지만 우변은
복소수 기반의 대수식이기 때문에 미분식을 복소수로 해결할 수 있다. 즉, 미분하기를 복소수 곱셈하기로 계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확장하면 AC
(교류, 交流, Alternating Current) 회로 이론과
페이저 기반 맥스웰 방정식 등을 얻을 수 있다. 시간 약속 $\exp(j \omega t)$와 정반대 시간 약속은 $\exp(-i \omega t)$이다.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exp(j \omega t)$와 $\exp(-i \omega t)$는 복소 평면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자세하게 이해하려면
파동의 시간 약속 개념이 필요하다.
미분 연산자를 숫자로 대체하는 기법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바로 그 유명한
라플라스 변환(Laplace transform)이다. 라플라스 변환은 미분 방정식을 대수적으로 해결하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사실 라플라스 변환은 헤비사이드가 만든 연산 미적분학(operational calculus)을 복소 함수론으로 개선한 결과물이다.] 헤비사이드가 이런 라플라스 변환을 베꼈다고 착각하지는 말라. 미분 방정식을 푸는 라플라스 변환의 창시자가 헤비사이드이다. 하지만 헤비사이드가 사용한 적분식은 대
(大)수학자 라플라스
Pierre-Simon Laplace(1749–1827)가 이전에 이미 제안한 식과 같았다. 그래서 새로운 적분 변환
(integral transform)의 명칭을 라플라스 변환으로 붙였다. 미분 연산자의 숫자 대체 기법이 잘 이해가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헤비사이드가 이 방법을 제안했을 때 당대 수학자들은 맹렬히 공격했다. 헤비사이드의 방법론은 수학적으로 엄밀하지 않았고 대수적으로 미분 방정식을 해결할 수 있는지도 모호했다. 당연하게도 수학자들은 자기 본성에 맞게
연산 미적분학과 라플라스 변환을 계속 의심했다. 하지만 헤비사이드는 개의치 않고 자기만의 방법을 계속 만들어갔다. 후에 브롬위치
Thomas John I'Anson Bromwich(1875–1929)가 연산 미적분학의 수렴성과 라플라스 역변환
(inverse Laplace transform)이 존재함을
복소 함수론(complex analysis)으로 증명하여서 라플라스 변환은 수학 이론의 반열에 들게 된다. 또 다른 측면에서 한가지 의문이 든다. 모든 시간 변화 함수를 $\exp(j \omega t)$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가? 이런 $\exp(j \omega t)$ 접근법의 타당성은
푸리에 급수(Fourier series) 혹은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지수 함수 $\exp(j \omega t)$를 기하학적으로 표현하면 [그림 1]처럼 된다. $\omega$는 $2 \pi \cdot f$이므로 1초에 $f$개 만큼의 한바퀴 회전
[= $2 \pi$ 혹은 360˚]이 얻어진다. 이 모양을 [그림 1]이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오일러의 공식(Euler's formula)을 사용하면 지수 함수를
삼각 함수로 바꿀 수 있다.
(2)
(3)
여기서 $A$는
전압(voltage)의 진폭
(amplitude), $\phi$는 전압의 위상
(phase), $\Re(\cdot)$은 복소수의 실수부
(real part)를 얻는 함수이다. 식 (3)에서 알파벳을 굵게 표시한 $\bf V$가 페이저가 된다. 페이저는 크기
(amplitude or magnitude)와 위상
(phase)으로만 구성이 되고 $\exp(j \omega t)$는 생략한다. 또한 $v(t)$를 정의하기 위해 식 (3)처럼 페이저의 실수부를 택한 부분은 큰 의미가 없다.
[혹은 페이저의 허수부를 이용해 $v(t)$ = $\Im[Ae^{j(\omega t + \phi)}]$ = $A \sin(\omega t + \phi)$로 택하더라도 전혀 문제 없다.] 많은 연구자가 페이저의 실수부를 택해 시간 영역 전압을 정의하고 있으므로 식 (3)은 그냥 대세를 따랐다.
[그림 5] 페이저 합의 특성(출처: wikipedia.org)
페이저의 사칙 연산은 복소수를 이용하여 쉽게 정의할 수 있다.
(4)
(5)
(6)
식 (6)은 식 (2)를 이용하여
지수 함수를
삼각 함수로 분해한 후 크기와 위상을 구하면 증명할 수 있다. 페이저의 빼기는 식 (6) 공식과 비슷하다. 단지 $A_2 \to -A_2$로 바꾸면 빼기 공식을 쉽게 얻을 수 있다.
페이저의 유용성은 평균 AC 전력
(average AC power)을 계산할 때도 나타난다. 식 (3)을 이용하여 전압과 전류 페이저를 아래로 정의하자.
(7)
(8)
전기 전력 정의 및 식 (7)과 (8)을 이용해서 평균 AC 전력을 계산하면 매우 단순화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9)
여기서 $A_v, A_i$는
전압(voltage)과
전류(electric current)의 진폭을 나타내는 실수
(real number), 셋째식에 있는 $(\cdot)^*$는
켤레 복소수(complex conjugate)이다. 페이저 정의인 식 (7)과
오일러의 공식(Euler's formula)을 이용해 식 (9)의 셋째식을 다음과 같이 유도할 수 있다.
(10)
식 (9)를 보면 순시 전력
(瞬時電力, instantaneous power)은 시간 변동 성분을 갖지만
[∵ 시간에 따라 전압과 전류가 변하므로] 평균 전력
(平均電力, average power)은 상수임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회로 이론의 전력 계산은 순시 전력이 아닌 평균 전력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 평균 전력의 유용성은 식 (11)에 제시한 전압과 전류의 위상차 관점에서도 생각할 수 있다.
(11)
식 (11)에 나타나는 코사인 함수는 보통
역률(力率, power factor)이라 부른다. 역률이 1이 되면
[전압과 전류의 위상차가 $0$이면] 최대 평균 전력이 나타나고 역률이 $0$이면
[전압과 전류의 위상차가 90˚ 혹은 270˚가 되면] 평균 전력도 $0$이 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식 (9)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순시 전력
[= $v(t)\cdot i(t)$]을 평균하기 때문이다. 전압과 전류의 위상이 맞지 않으면, 주기동안 전력을 소모
[$+$ 부호]하기도 하고 생산
[$-$ 부호]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 주기에 걸쳐 순시 전력을 합한 총계는 위상이 맞지 않아 크기가 항상 줄어든다. 식 (9)와 (11)에서 평균 전력을 정의할 때는 주로 전류의 켤레 복소수를 취한다. 이는 전류 위상을 기준으로 전압 위상과의 차이를 본다는 뜻이다. 만약 전압의 켤레 복소수를 취하면 그 답은 틀릴까? 아니다. 틀리는 부분은 없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약속이기 때문에, 전체 이론에서 언제나 일관되게 사용해야 한다. 비슷한 예를 볼 수 있는 이론은
포인팅의 정리(Poynting's theorem)이다.
추가적으로 전류의 켤레 복소수로 평균 전력을 정의한 이유를 회로 관점으로 찾는다면,
페이저 관점의 옴 법칙(Ohm's law) 때문이라 말할 수도 있다.
(12)
(13)
식 (13)에 있는 옴의 법칙으로 인해 전압 위상은 전류 위상을 기준으로 정한다. 평균 전력을 구하기 위해 식 (13)에 전류의 켤레 복소수를 곱하면 전류 위상이 약분되므로 쉽게 평균 전력을 구할 수 있다.
[그림 6] 신호의 위상차(출처: wikipedia.org)
쉽게 얘기하면, 평균 AC 전력을 정의할 때 전류의 켤레 복소수를 취한 이유는 전압과 전류 위상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찾기 위해서이다. [그림 6]의 위상차(位相差, phase difference)는 신호간의 위상[혹은 모양]이 얼마나 차이나는지 알려준다. 즉, 켤레 복소수를 취하면 전압과 전류의 위상차를 전류 위상을 기준으로 빼서 아래와 같이 계산할 수 있다. 위상차[= $\phi_v - \phi_i$]가 없는 경우가 전력을 최대로 소비할 수 있는 경우이다.
(14)
여기서 식 (14)의 실수부는 부하에서 소비되는 전력인
유효 전력(effective power or available power), 허수부는
커패시터(capacitor)나
인덕터(inductor)에 저장되는 전력인
무효 전력(reactive power)이다. 추가적으로 식 (14)의 절대값인 $A_v A_i$는 유효와 무효 전력을 모두 포함하는
피상 전력(apparent power)이 된다. 식 (14)에서 위상이 같으면
[혹은 동위상(in phase), $\phi_v$ = $\phi_i$] 전력
[= 전압과 전류의 곱]은 항상 양($+$)이다.
[∵ 신호의 크기를 나타내는 $A_v, A_i$는 항상 양이기 때문에] 반대 위상
(out of phase)이면 전압과 전류의 부호가 반대이므로 전력은 음($-$)이 된다. 전력이 음이 되면 전력을 소비하지 않고 생산한다는 뜻이다. 위상이 직교 혹은 직각 위상
(quadrature phase: $\phi_v$ = $\phi_i \pm \pi/2$)이면 전력은 식 (14)의 마지막식처럼 순허수가 된다. 순허수 전력의 의미를 알려면 직교 위상 관계식
[$\phi_v$ = $\phi_i \pm \pi/2$]을 식 (9)에 대입하면 된다. 페이저는 식 (3)의 정의처럼 실제 신호를 편하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다. 위상이 90˚만큼 차이나게 되면 식 (3)에서 코사인 함수는 사인 함수로 바뀐다. 즉, 평균 전력을 계산할 때는 식 (15)처럼 코사인과 사인 함수의 곱을 적분해야 한다. 최종 결과는 식 (11)에 있는 역률이다. 이 값은 분명히 $0$이므로 순허수 전력은 평균 전력에 기여할 수 없다.
(15)
물론 순허수 전력의 순시 전력이 항상 $0$은 아니다.[∵ 전류와 전압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 주기에 대해 적분한 평균 전력이 $0$이다.
[참고문헌]
[다음 읽을거리]
1. 페이저를 이용한 맥스웰 방정식
2. 페이저를 이용한 임피던스 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