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3일 토요일

대칭적인 맥스웰 방정식(Symmetric Maxwell's Equations)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대칭적인 맥스웰 방정식"을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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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웰 방정식은 혁명적인 방정식이기는 하지만 전기장(electric field)자기장(magnetic field)에 대한 방정식이 서로 대칭적이지는 않다. 언제나 수학자와 물리학자는 단순성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기 때문에 무언가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서, 기존의 맥스웰 방정식을 대칭으로 만들기 위해 아래 식을 생각한다.

                                (1: 쿨롱의 법칙)

               (2: 패러데이의 법칙)

                                (3: 비오-사바르의 법칙)

                  (4: 변위 전류 포함 암페어의 법칙)

여기서 $\rho_e$와 $\rho_m$은 전하 밀도(electric charge density)와 자하 밀도(magnetic charge density)이며 $\bar J$와 $\bar M$은 전류 밀도(electric current density)와 자류 밀도(magnetic current density)이다.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는 자하(磁荷, magnetic charge)전하(電荷, electric charge)처럼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위의 식처럼 맥스웰 방정식을 대칭적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자하의 존재 가정이 틀리면 어떻게 하지? 걱정말아요 그대! 이 경우는 $\rho_m$ = $\bar M$ = $0$으로 두면 된다. 자하가 없다는 가정은 경험적인 관찰의 결과이므로 다른 곳에서 관측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예를 들면, [그림 1]의 안드로메다 은하(Andromeda galaxy)에서 발견될 수도 있다.

[그림 1] 안드로메다 은하의 관측 사진(출처: wikipedia.org)

식 (1)에서 (4)까지의 미분 방정식(differential equations)을 풀려면 원천을 전하와 자하로 구분하면 편리하다.

                       (5)

여기서 아래첨자 $e$는 전하가 만든 전자장이며 아래첨자 $m$은 자하가 만든 전자장이다. 식 (5)에 따라 대칭적인 맥스웰 방정식을 분해한다.

                       (6)

                       (7)

식 (6)은 우리가 지금까지 풀어온 맥스웰 방정식이다. 포텐셜(potential) 기반 파동 방정식(wave equation)을 고려하면 아래 식을 만족해야 한다.

                          (8)

                          (9)

                          (10)

                          (11)

여기서 벡터 $\bar A$는 자기 벡터 포텐셜(magnetic vector potential)이며 식 (9)는 로렌츠 게이지(Lorenz gauge)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자하에 대한 맥스웰 방정식인 식 (7)을 풀 수 있다. 먼저 전기 벡터 포텐셜(electric vector potential) $\bar F$를 식 (12)로 정의한다.

                          (12)

그런데 식 (12)에 ($-$) 부호는 왜 있을까? 식 (2)에서 자류 밀도의 부호가 ($-$)이므로 전기 벡터 포텐셜 정의시 ($-$) 부호를 사용하면 편하다. 식 (6)의 유도와 동일한 방법으로 식 (7)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3)

                          (14)

                          (15)

식 (13)에서 (15)의 증명은 맥스웰 방정식의 쌍대성(雙對性, duality)을 이용해도 쉽게 증명된다. 지금까지 얻은 식 (6)과 (7)의 해인 $\bar A, \bar F$와 함께 식 (5)의 방식으로 전하와 자하 원천 기여를 합치면, 식 (1)에서 (4)를 모두 만족하는 결과식을 공식화한다.

                          (16)

                          (17)

식 (16)과 (17)에 있는 복잡한 항인 $\bar \nabla (\bar \nabla \cdot \bar A)$와 $\bar \nabla (\bar \nabla \cdot \bar F)$의 의미는 무엇일까? 전기장과 자기장이 원역장(far field)로 가는 경우를 생각한다. 이 경우 평면파(plane wave) 특성에 의해 나블라(nabla, $\bar \nabla$) 연산자는 다음처럼 바뀐다.

                         (18)

그러면 미분 연산으로 인해 복잡한 항이던 $\bar \nabla (\bar \nabla \cdot \bar A)$와 $\bar \nabla (\bar \nabla \cdot \bar F)$는 다음처럼 파동의 진행 방향 $r$ 성분과 관계된 항이 된다.

                         (19)

여기서 $\bar \nabla \cdot \bar A$ $\sim$ $i k \hat r \cdot \bar A$ = $ik A_r$이다. 식 (19)를 식 (17)에 대입하면 전기장과 자기장은 원역장에서 다음처럼 간략화된다.

                         (20)

식 (20)의 의미는 분명하다. 원역장에서 전기장과 자기장은 파동의 진행 방향인 $r$과 관계된 항이 전혀 없다. 예를 들어, 식 (20)의 첫째식을 꼼꼼하게 본다. 자기 벡터 포텐셜 $\bar A$는 $r$방향 성분이 빼졌기 때문에[= $\bar A - A_r \hat r$] $r$방향 성분이 없다. 전기 벡터 포텐셜 $\bar F$는 벡터 $\bar r$에 대한 외적이 있기 때문에 $r$방향 성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기장은 원역장에서 $r$방향 성분이 전혀 없다. 이 사실은 평면파의 특징과 일치한다.
다이폴 안테나(dipole antenna)처럼 전류가 $z$방향으로 흘러서 자기 벡터 포텐셜이 $A_z$만 생기는 경우는 전자기장 표현식이 다소 복잡해진다. 먼저 $A_z$를 구 좌표계의 성분으로 분해한다.

                         (21)

식 (21)을 식 (16), (17)에 대입해서 $A_z$만 존재하는 때에 발생하는 전기장과 자기장을 각각 정의한다.

             (22)

             (23a)

             (23b)

                         (24)

여기서 $\partial A_z / \partial \phi$ = $0$이다. 식 (23), (24)는 그다지 단순화된 형태가 아니지만, $z$방향 전류가 만드는 전자기장을 구 좌표계에서 표현하는 여전히 유용한 공식이다. 원점에서 측정한 거리 $r$이 매우 커지면 식 (23), (24)는 거의 균일 평면파(uniform plane wave)처럼 진행한다.

                         (25)

여기서 $\partial A_z / \partial r \sim i k A_z$, $\eta$ = $\sqrt{\mu / \epsilon}$이다. 만약 $r \to \infty$이면, $E_r$은 결국 없어져서 진행 방향에 수직인 성분만 남는다. 이는 전자파의 횡파 혹은 가로파(transverse wave) 특성을 보여준다.

[다음 읽을거리]

페이저를 이용한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s Using Phasor)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페이저를 이용한 맥스웰 방정식"을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맥스웰 방정식
2. 전자기장 파동 방정식
3. 포텐셜 기반 파동 방정식
4. 정말 유용한 페이저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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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저를 이용하면 시간에 대한 미분 방정식을 이용하지 않고 대수적으로 맥스웰 방정식을 풀 수 있다. 이때 페이저에 대한 시간 약속(time convention)을 하게 된다. 시간 약속은 두 가지 종류가 있어 이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많이 헷갈리게 된다.

                          (1)

맥스웰 방정식을 시간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식 (1)에 있는 $\exp(j\omega t)$ 시간 약속을 사용한다. 식 (1)에 있는 $\omega$는 각주파수(角周波數, angular frequency)이다. 이런 시간 약속은 회로, RF(Radio Frequency) 소자, 전송선(transmission line), 도파(導波, waveguiding) 등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한다. $\exp(j\omega t)$ 시간 약속은 시간항의 위상(位相, phase)을 (+)로 정의하기 때문에 시간만 볼 때는 이 방식이 편하다.

                          (2)

또 다른 시간 약속은 식 (2)에 있는 $\exp(-i\omega t)$이다. $\exp(-i\omega t)$ 시간 약속은 공간을 중심으로 맥스웰 방정식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사용한다. 즉, 전자파, 안테나, 산란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보통 $\exp(-i\omega t)$ 시간 약속을 사용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파동 방정식(wave equation)을 풀어봐야 이해할 수 있다. 두 가지 방식이 존재한다 해서 너무 힘들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식 (1)과 (2)는 서로 켤레 복소수(complex conjugate)이다. 예를 들어, 식 (2)로 푼 결과에 켤레 복소수를 취하면 식 (1)로 구한 결과가 된다. 이 부분만 기억하면 참 쉽다.
먼저 다음의 맥스웰 방정식을 생각해보자.

                                (3: 쿨롱의 법칙)

                       (4: 패러데이의 법칙)

                                (5: 비오-사바르의 법칙)

                  (6: 변위전류 포함 암페어의 법칙)

식 (4)와 (6)에 있는 시간 미분을 식 (2)의 $\exp(-i\omega t)$ 시간 약속을 이용해 복소수로 바꾸어보자.

                                (7: 쿨롱의 법칙)

                       (8: 패러데이의 법칙)

                                (9: 비오-사바르의 법칙)

                  (10: 변위전류 포함 암페어의 법칙)

식 (7)에서 (10)까지의 맥스웰 방정식을 이용해 포텐셜(potential) 기반 파동 방정식을 아래와 같이 유도할 수 있다.

              (11)

                          (12)

여기서 $k$는 파수(波數, wavenumber), $\phi$는 전기 스칼라 포텐셜(electric scalar potential), $\bar A$는 자기 벡터 포텐셜(magnetic vector potential)이다. 파수는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13)

식 (11)과 (12) 같은 형태로 표현되는 미분 방정식(differential equation)헬름홀츠 방정식(Helmholtz equation)이라 부른다. 파동 방정식의 특성으로 인해 파동의 속도 $v$는 유전율(誘電率, permittivity)투자율(透磁率, permeability)에만 관계된다.

                          (14)

여기서 $f$는 주파수(周波數, frequency), $\lambda$은 파장(波長, wavelength)이다.
[그림 1] 주파수의 개념(출처: wikipedia.org)

[그림 2] 파장의 개념(출처: wikipedia.org)

파장은 [그림 2]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전자파가 움직이는 모양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다면 마치 [그림 2]처럼 정지되어 보일 것이다. 이때 동일한 모양이 반복되는 공간적인 간격을 파장이라 부른다. 쉽게 생각해 시간의 주기(temporal period)를 흔히 $T$[= $1/f$]라 정하기처럼 공간의 주기(spacial period)를 파장이라 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또한, 주파수와 파장의 개념을 이해하면 주파수 $\times$ 파장 = 속도가 되는 관계도 쉽게 보일 수 있다. 주파수는 1초 동안 동일한 행동이 반복되는 회수이며 파장은 이 동일한 행동이 발생할 때 움직인 거리이므로 이를 종합하면 1초 동안 파동이 움직인 거리가 된다. 이 비율은 당연히 속도(velocity)이다. 파수는 이해가 다소 어렵다. 파수의 단위는 rad/m이므로 이를 통해 파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즉, 1 m 거리 안에 존재하는 파동의 위상수가 파수이다. 쉽게 생각하면 파수는 1 m 안에 파동이 몇 개 있는가를 표현한다. 만약 1 m에 위상수가 $2\pi$[= $360^\circ$]이면, 1 m 범위에 파동이 1개 있다.

[그림 3] 파면의 개념(출처: wikipedia.org)


[그림 4] 파동의 움직임(출처: wikipedia.org)

방정식을 쉽게 생각하기 위해 식 (11)과 (12)에서 전하 밀도(electric charge density)와 전류 밀도(electric current density)는 0이라 생각하자. 이런 방정식은 원천이 없는 파동 방정식(sourceless wave equation)이라 한다. 이 경우 파동 방정식의 답은 무엇인가? 먼저 라플라시안(Laplacian)을 생각하자.

                         (15)

그러면 파동 함수(wave function) $f$는 아래로 가정할 수 있다.

                       (16)

식 (15)와 (16)을 원천이 없는 파동 방정식에 대입하면 다음 관계를 만족해야 한다.

                         (17)

식 (17)과 같이 파수와 각주파수가 이루는 관계는 분산 관계(分散關係, dispersion relation)라 한다. 물론 분산 관계의 원래 의미는 파동이 진행할 때 파동이 퍼지는[혹은 분산되는] 특성을 의미한다. 파동의 분산을 더 이론적으로 파고들려면, 주파수에 따라 파수가 변하는 관계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파수와 주파수의 관계를 간단히 분산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림 3]의 빨간색 사각형이 표현하는 파면(波面, wavefront)에 기준값 개념을 적용하면 식 (16)으로 표현된 파동의 진행 방향[그림 3의 검정색 화살표]을 예측할 수 있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그림 4]를 보라. 어떻게 파동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임을 인지할 수 있을까? 왜냐하면 우리가 눈으로 파면[예를 들면 꼭대기나 골짜기 등]을 추적해서 움직임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파면 위상의 기준값을 $0$이라 하면 $t$ = $0$일 때 $\Phi$ = $k_x x_0 + k_y y_0 + k_z z_0$ = $0$을 만족해야 한다. 이 관계를 벡터적으로 쓰면 $\bar k \cdot \bar r_0$ = $0$이 된다. 여기서  $\bar k$는 파수 벡터(wavenumber vector: 전자파가 진행하는 위상을 표현하는 벡터)이며 기준 위치 벡터는 $\bar r_0$ = $(x_0, y_0, z_0)$로 쓴다. 기준 위치 벡터는 파면 혹은 동위상 표면에 있는 임의의 점이다. 바로 얻어지는 결과중 하나를 보면 내적(inner product) 정의에 의해 파수 벡터 $\bar k$는 기준 위치 벡터 $\bar r_0$에 항상 수직이다. 3차원 공간 관점으로 보면 파수 벡터 $\bar k$는 평면의 법선 벡터가 되고 기준 위치 벡터는 평면[여기서는 파면]에 놓여 있는 임의의 점이 된다. 즉, 파수 벡터는 동위상 표면인 파면에 항상 수직이다. 다음으로 $t = \Delta t$가 되면 기준값 0을 만족하기 위해 $k_x x_1 + k_y y_1 + k_z z_1$ = $\omega \Delta t$가 되어야 한다.

                       (18)

여기서 $\bar r_1$ = $(x_1, y_1, z_1)$는 시간이 $t$ = $\Delta t$ 만큼 흐른 후 형성되는 평면을 표현하는 위치 벡터이다. 식 (18)에서 좌변이 $0$보다 크려면 새롭게 위치 벡터의 차이인 $\Delta \bar r$ = $\bar r_1 - \bar r_0$가 벡터 $\bar k$ 방향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내적(inner product)의 특성을 생각하라.]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bar r_1$ = $\bar r_0 + \Delta \bar r$이 된다. 즉, $\bar r_1$ = $(x_1, y_1, z_1)$은 $\bar r_0$ = $(x_0, y_0, z_0)$로부터 $\bar k$ = $(k_x, k_y, k_z)$ 방향으로 $|\Delta \bar r|$ = $\omega \Delta t / k$ = $v \Delta t$ 만큼 진행한 형태가 된다. 이 개념이 헷갈리면 3차원 공간의 평면 방정식을 다시 고민해 보라. 좀더 쉬운 이해를 위해 예를 하나 들자. $\bar k$가 $z$방향인 경우 $\bar r_0$ = $(x, y, 0)$이 되어 $x$-$y$ 평면에 있는 임의의 점이 된다. 시간이 $\Delta t$ 만큼 지나면 $\Delta \bar r$ = $(0, 0, \Delta z)$가 되어 $t$ = $\Delta t$에서 $\Phi = 0$ 파면은 $\bar r_1$ = $(x, y, \Delta z)$ 위치에 있다. 이 $\bar r_1$ 위치를 $\bar r_0$ = $(x, y, 0)$과 비교하면 $z$ = $0$ 평면이 이동하여 $z$ = $\Delta z$ 평면이 됨과 동일하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파동은 벡터 $\bar k$ 방향으로 분명히 진행한다. 그래서, 전자파의 공간적 진행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exp(-i\omega t)$ 시간 약속을 주로 사용한다.

2010년 10월 18일 월요일

정말 유용한 페이저(Phasor)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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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페이저의 기하학적 의미(출처: wikipedia.org)

공과대학에 입학해서 처음 배우는 수학은 미분적분학이다. 그 다음으로 미분 방정식(微分方程式, differential equation)을 배운다. 고등학교 미적분과는 너무 다른 미분 방정식 분야를 만나면, 어렵다 혹은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수학과도 아닌데 도대체 왜 배우지라는 마음도 가지게 된다. 이런 마음의 흔들림은 정말 당연하다. 미분 방정식은 절대로 쉽지 않다. 그럴듯한 책 제목으로 독자를 현혹하기도 하지만, 고등 학문 특히 수학에는 왕도가 없기 때문에 미분 방정식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진짜 없다. 미분 방정식 문제를 많이 풀어보고 미분 방정식의 수학적 기반을 고민해야 앞으로 한 걸음 나갈 수 있다. 이런 고행을 쌓고 내공을 더해가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특히나 공학도를 힘들게 하는 부분은 이 미분 방정식 이론이 대부분의 시스템 설계에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미분 방정식을 배우는 공학도는 웃는 얼굴을 하기가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를 미분 방정식에서 해방시키는 놀라운 개념을 배우게 된다. 바로 페이저(phasor) 혹은 위상자(位相子) 개념이다. 페이저는 미분 방정식을 쓰지 않고 미분 방정식을 풀게 해주는 재미있는 도구이다. 페이저라는 신개념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은 수학을 싫어했던 공학자 헤비사이드Oliver Heaviside(1850–1925)이다.[역설적이게도 헤비사이드의 논문은 수학식으로 도배되어 있다.] 헤비사이드와 독립적으로 페이저를 완성한 공학자는 교류 회로 이론(AC circuit theory)으로 유명한 스타인메츠Charles Steinmetz(1865–1923)이다[1]. 헤비사이드와 스타인메츠는 1893년헤비사이드 43세, 스타인메츠 28세, 조선 고종 시절에 비슷한 개념의 페이저 논문을 거의 동시에 발표했다. 다만 연산 미적분학(operational calculus)을 제안하면서 덤으로 페이저 개념을 언급한 헤비사이드의 논문 수준이 스타인메츠보다 훨씬 높다. 이런 결과는 자존심 강한 스타인메츠에게 다소 충격이었을 것이다.
헤비사이드와 스타인메츠는 누구나 알고 있는 식 (1)을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1)

여기서 $j$ = $\sqrt{-1}$, $\omega$[= $2 \pi f$ = $2 \pi /T$]는 각주파수(角周波數, angular frequency)이며 $f$는 주파수(frequency)이다. 주파수[단위는 Hz]는 [그림 2]처럼 $1$초에 특정 동작이 반복되는 회수이다. 각주파수[단위는 rad/s]는 [그림 3]처럼 $1$초 동안 회전하는 각도를 라디안(radian: 아래 그림 4 참고)으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1$초에 한바퀴를 돌면 $2 \pi$[= 36]이므로 각주파수는 $2\pi$ rad/s가 된다. 교류 회로 이론에서는 전류 $i$와 구별하기 위해 허수 단위를 $j$로 쓴다. 허수 단위를 $j$로 바꾼 제안자는 스타인메츠이다[1].
[그림 2] 주파수의 개념(출처: wikipedia.org)

       
[그림 3] 각주파수의 개념(출처: wikipedia.org)

[그림 4] 라디안의 정의(출처: wikipedia.org)

수학 연산을 고려하지 않고 다소 무식하게 식 (1)을 보면 $d/dt \equiv j \omega$라고 착각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이 말이 될까? 하지만 이 오해는 정말 아주 위대한 착각이다. 이 성질을 이용하여 미분 방정식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대수적으로만 미분 방정식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식 (1)의 좌변은 미분식이지만 우변은 복소수 기반의 대수식이기 때문에 미분식을 복소수로 해결할 수 있다. 즉, 미분하기를 복소수 곱셈하기로 계산할 수 있다. 이 개념을 확장하면 AC(교류, 交流, Alternating Current) 회로 이론페이저 기반 맥스웰 방정식 등을 얻을 수 있다. 시간 약속 $\exp(j \omega t)$와 정반대 시간 약속은 $\exp(-i \omega t)$이다.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exp(j \omega t)$와 $\exp(-i \omega t)$는 복소 평면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자세하게 이해하려면 파동의 시간 약속 개념이 필요하다.
미분 연산자를 숫자로 대체하는 기법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바로 그 유명한 라플라스 변환(Laplace transform)이다. 라플라스 변환은 미분 방정식을 대수적으로 해결하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사실 라플라스 변환은 헤비사이드가 만든 연산 미적분학(operational calculus)을 복소 함수론으로 개선한 결과물이다.] 헤비사이드가 이런 라플라스 변환을 베꼈다고 착각하지는 말라. 미분 방정식을 푸는 라플라스 변환의 창시자가 헤비사이드이다. 하지만 헤비사이드가 사용한 적분식은 대(大)수학자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1749–1827)가 이전에 이미 제안한 식과 같았다. 그래서 새로운 적분 변환(integral transform)의 명칭을 라플라스 변환으로 붙였다. 미분 연산자의 숫자 대체 기법이 잘 이해가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헤비사이드가 이 방법을 제안했을 때 당대 수학자들은 맹렬히 공격했다. 헤비사이드의 방법론은 수학적으로 엄밀하지 않았고 대수적으로 미분 방정식을 해결할 수 있는지도 모호했다. 당연하게도 수학자들은 자기 본성에 맞게 연산 미적분학과 라플라스 변환을 계속 의심했다. 하지만 헤비사이드는 개의치 않고 자기만의 방법을 계속 만들어갔다. 후에 브롬위치Thomas John I'Anson Bromwich(1875–1929)가 연산 미적분학의 수렴성과 라플라스 역변환(inverse Laplace transform)이 존재함을 복소 함수론(complex analysis)으로 증명하여서 라플라스 변환은 수학 이론의 반열에 들게 된다. 또 다른 측면에서 한가지 의문이 든다. 모든 시간 변화 함수를 $\exp(j \omega t)$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가? 이런 $\exp(j \omega t)$ 접근법의 타당성은 푸리에 급수(Fourier series) 혹은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지수 함 $\exp(j \omega t)$를 기하학적으로 표현하면 [그림 1]처럼 된다. $\omega$는 $2 \pi \cdot f$이므로 1초에 $f$개 만큼의 한바퀴 회전[= $2 \pi$ 혹은 36]이 얻어진다. 이 모양을 [그림 1]이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오일러의 공식(Euler's formula)을 사용하면 지수 함수를 삼각 함수로 바꿀 수 있다.

                         (2)

그래서, [그림 1]은 이 복소 지수 함수(complex exponential function)가 삼각 함수 중에서 코사인(cosine) 함수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준다. 식 (2)에서 실수부(real part)만 택하면 다음 페이저(phasor) 관계를 정의할 수 있다.

   

                   (3)

여기서 $A$는 전압(voltage)의 진폭(amplitude), $\phi$는 전압의 위상(phase), $\Re(\cdot)$은 복소수의 실수부(real part)를 얻는 함수이다. 식 (3)에서 알파벳을 굵게 표시한 $\bf V$가 페이저가 된다. 페이저는 크기(amplitude or magnitude)와 위상(phase)으로만 구성이 되고 $\exp(j \omega t)$는 생략한다. 또한 $v(t)$를 정의하기 위해 식 (3)처럼 페이저의 실수부를 택한 부분은 큰 의미가 없다.[혹은 페이저의 허수부를 이용해 $v(t)$ = $\Im[Ae^{j(\omega t + \phi)}]$ = $A \sin(\omega t + \phi)$로 택하더라도 전혀 문제 없다.] 많은 연구자가 페이저의 실수부를 택해 시간 영역 전압을 정의하고 있으므로 식 (3)은 그냥 대세를 따랐다.

[그림 5] 페이저 합의 특성(출처: wikipedia.org)

페이저의 사칙 연산은 복소수를 이용하여 쉽게 정의할 수 있다.

                         (4)

                         (5)

                  (6)

식 (6)은 식 (2)를 이용하여 지수 함수삼각 함수로 분해한 후 크기와 위상을 구하면 증명할 수 있다. 페이저의 빼기는 식 (6) 공식과 비슷하다. 단지 $A_2 \to -A_2$로 바꾸면 빼기 공식을 쉽게 얻을 수 있다.
페이저의 유용성은 평균 AC 전력(average AC power)을 계산할 때도 나타난다. 식 (3)을 이용하여 전압과 전류 페이저를 아래로 정의하자.

                         (7)

                         (8)

전기 전력 정의 및 식 (7)과 (8)을 이용해서 평균 AC 전력을 계산하면 매우 단순화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9)

여기서 $A_v, A_i$는 전압(voltage)전류(electric current)의 진폭을 나타내는 실수(real number), 셋째식에 있는 $(\cdot­)^*$는 켤레 복소수(complex conjugate)이다. 페이저 정의인 식 (7)과 오일러의 공식(Euler's formula)을 이용해 식 (9)의 셋째식을 다음과 같이 유도할 수 있다.

                           (10)

식 (9)를 보면 순시 전력(瞬時電力, instantaneous power)은 시간 변동 성분을 갖지만[∵ 시간에 따라 전압과 전류가 변하므로] 평균 전력(平均電力, average power)은 상수임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회로 이론의 전력 계산은 순시 전력이 아닌 평균 전력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 평균 전력의 유용성은 식 (11)에 제시한 전압과 전류의 위상차 관점에서도 생각할 수 있다.

                         (11)

식 (11)에 나타나는 코사인 함수는 보통 역률(力率, power factor)이라 부른다. 역률이 1이 되면[전압과 전류의 위상차가 $0$이면] 최대 평균 전력이 나타나고 역률이 $0$이면[전압과 전류의 위상차가 90˚ 혹은 270˚가 되면] 평균 전력도 $0$이 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식 (9)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순시 전력[= $v(t)\cdot i(t)$]을 평균하기 때문이다. 전압과 전류의 위상이 맞지 않으면, 주기동안 전력을 소모[$+$ 부호]하기도 하고 생산[$-$ 부호]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 주기에 걸쳐 순시 전력을 합한 총계는 위상이 맞지 않아 크기가 항상 줄어든다. 식 (9)와 (11)에서 평균 전력을 정의할 때는 주로 전류의 켤레 복소수를 취한다. 이는 전류 위상을 기준으로 전압 위상과의 차이를 본다는 뜻이다. 만약 전압의 켤레 복소수를 취하면 그 답은 틀릴까? 아니다. 틀리는 부분은 없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약속이기 때문에, 전체 이론에서 언제나 일관되게 사용해야 한다. 비슷한 예를 볼 수 있는 이론은 포인팅의 정리(Poynting's theorem)이다.
추가적으로 전류의 켤레 복소수로 평균 전력을 정의한 이유를 회로 관점으로 찾는다면, 페이저 관점의 옴 법칙(Ohm's law) 때문이라 말할 수도 있다.

                                  (12)

                         (13)

식 (13)에 있는 옴의 법칙으로 인해 전압 위상은 전류 위상을 기준으로 정한다. 평균 전력을 구하기 위해 식 (13)에 전류의 켤레 복소수를 곱하면 전류 위상이 약분되므로 쉽게 평균 전력을 구할 수 있다.
[그림 6] 신호의 위상차(출처: wikipedia.org)

쉽게 얘기하면, 평균 AC 전력을 정의할 때 전류의 켤레 복소수를 취한 이유는 전압과 전류 위상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찾기 위해서이다. [그림 6]의 위상차(位相差, phase difference)는 신호간의 위상[혹은 모양]이 얼마나 차이나는지 알려준다. 즉, 켤레 복소수를 취하면 전압과 전류의 위상차를 전류 위상을 기준으로 빼서 아래와 같이 계산할 수 있다. 위상차[= $\phi_v - \phi_i$]가 없는 경우가 전력을 최대로 소비할 수 있는 경우이다.

                         (14)

여기서 식 (14)의 실수부는 부하에서 소비되는 전력인 유효 전력(effective power or available power), 허수부는 커패시터(capacitor)나 인덕터(inductor)에 저장되는 전력인 무효 전력(reactive power)이다. 추가적으로 식 (14)의 절대값인 $A_v A_i$는 유효와 무효 전력을 모두 포함하는 피상 전력(apparent power)이 된다. 식 (14)에서 위상이 같으면[혹은 동위상(in phase), $\phi_v$ = $\phi_i$] 전력[= 전압과 전류의 곱]은 항상 양($+$)이다.[∵ 신호의 크기를 나타내는 $A_v, A_i$는 항상 양이기 때문에] 반대 위상(out of phase)이면 전압과 전류의 부호가 반대이므로 전력은 음($-$)이 된다. 전력이 음이 되면 전력을 소비하지 않고 생산한다는 뜻이다. 위상이 직교 혹은 직각 위상(quadrature phase: $\phi_v$ = $\phi_i \pm \pi/2$)이면 전력은 식 (14)의 마지막식처럼 순허수가 된다. 순허수 전력의 의미를 알려면 직교 위상 관계식[$\phi_v$ = $\phi_i \pm \pi/2$]을 식 (9)에 대입하면 된다. 페이저는 식 (3)의 정의처럼 실제 신호를 편하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다. 위상이 90˚만큼 차이나게 되면 식 (3)에서 코사인 함수는 사인 함수로 바뀐다. 즉, 평균 전력을 계산할 때는 식 (15)처럼 코사인과 사인 함수의 곱을 적분해야 한다. 최종 결과는 식 (11)에 있는 역률이다. 이 값은 분명히 $0$이므로 순허수 전력은 평균 전력에 기여할 수 없다.

                         (15)

물론 순허수 전력의 순시 전력이 항상 $0$은 아니다.[∵ 전류와 전압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 주기에 대해 적분한 평균 전력이 $0$이다.

[참고문헌]
[1] A. E. A. Araújo and D. A. V. Tonidandel, "Steinmetz and the concept of phasor: a forgotten story," J. Control Autom. Electr. Syst., vol. 24, pp. 388–395, 2013. 

[다음 읽을거리]
1. 페이저를 이용한 맥스웰 방정식
2. 페이저를 이용한 임피던스 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