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7일 토요일

나노 기술(NT: Nanotechnology)의 이해

요즘 많이 들을 수 있는 과학용어 중의 하나가 나노 기술을 의미하는 NT(Nano Technology)이다. NT는 IT(Information Technology), BT(BioTechnology)와 더불어 인류를 먹여살릴 T자가 들어가는 차세대 기술이다. 이중 IT는 이미 우리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IT 혁명은 끝나지 않았고 이제 시작이다. IT와 비교해 NT와 BT는 걸음마 단계이다. NT에 들어가는 나노(nano)는 난쟁이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왔다. 나노는 과학과 공학에서 $10^-9$[십억분의 일]을 뜻하는 접두어로 쓰이므로, NT에 쓰이는 나노는 1 nm를 의미한다. 원자(atom)의 크기는 0.03~0.2 nm, 소형 분자(molecule)의 크기는 약 0.1~1 nm 정도 되기 때문에, NT에서 연구하는 주된 분야는 원자와 분자 크기의 영역이다. 그래서 나노라는 크기는 미시 세계를 위한 가장 적절한 측정 단위가 된다.

[그림 1] STM의 동작 원리(출처: wikipedia.org)

[그림 2] 1981년에 만든 최초의 STM(출처: IBM Research - Zurich)

나노 세계를 탐색하는 기본 도구는 [그림 1, 2]에 제시한의 STM(주사 굴 뚫기 현미경,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이다. STM이 없었으면 NT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STM의 개발자인 비니히Gerd Binnig(1947–)와 로러Heinrich Rohrer(1933–2013)는 1986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STM의 동작 원리는 단순하지만 실상은 정말 대단한 기술이다.

[그림 3] 양자 굴 뚫기의 예(출처: wikipedia.org)

양자 역학(quantum mechanics)에 나오는 [그림 3]의 양자 굴 뚫기(quantum tunneling)가 STM의 기본 원리이다. 고전 역학(classical mechanics)에서는 장벽을 뚫고 입자가 전달될 수 없지만, 양자 역학에서는 장벽의 폭이 매우 좁은 경우 입자의 파동성으로 인해 입자의 일부가 장벽을 뚫고 전달될 수 있다. 이 현상이 양자 굴 뚫기 현상이다. [그림 1]에 있는 탐침의 끝[빨간색]을 원자 하나의 크기로 만들어 시료[하늘색] 가까이에 대면 양자 굴 뚫기 현상에 의해 탐침 끝과 시료 사이에 미세한 전류가 흐른다. 이 전류의 양을 분석해서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 STM이다. STM의 탐침은 매우 미세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모터(motor)를 이용해서 제어할 수는 없고 압전관(piezoelectric tube)을 이용해야 한다. 압전관은 압전 효과(piezoelectric effect)를 이용해 전압(voltage)이 가해진 경우 특정한 방향으로 기계적 힘을 생성할 수 있다.

[그림 4] STM 측정 결과를 이용한 영상 복원(출처: IBM Research - Zurich)

[그림 4]는 STM을 이용해 실리콘(silicon) 원자의 결정구조를 측정한 후 이를 영상 처리하여 3차원 영상을 만드는 방식을 보여준다. 실리콘이 가진 결정 구조를 STM은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다.

[그림 5] STM으로 촬영한 CENS 글자를 가진 유기 반도체 형상(출처: wikipedia.org)

STM 기술을 이용하면 원자 세계의 모양을 정밀하게 볼 수 있다. [그림 4]는 독일 나노과학센터(Center for NanoScienceCeNS)가 만든 유기 반도체(organic semiconductor)의 원자 수준 사진이다.

[그림 6] 1989년에 크세논 원자로 만든 IBM 글자(출처: IBM Research - Zurich)

[그림 7] 1996년에 만든 세계에서 가장 작은 주판(출처: IBM Research - Zurich)

[그림 6, 7]은 IBM에서 원자 혹은 분자를 재배열하여 특정한 모양을 만든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 7]에 있는 분자의 크기는 1 nm 보다도 작다. 어떻게 보면 위 그림은 아이들 장난 같지만, NT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NT에서 관심 있는 미시 세계의 특성을 이해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려면 원자나 분자를 우리가 원하는 정밀도로 마음대로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한 경우 현실에서는 관찰하기 어려운 신비한 현상이 나노 영역에서 생길 수 있다는 철학이 NT의 중요한 특성이다.
NT에서 연구하는 영역은 크기가 100 nm보다 작은 영역이다. 100 nm 이하가 되면 물질의 물리적 혹은 화학적 특성이 매우 이상하게 변한다.  예를 들면 체적은 작으면서 표면적은 매우 클 수도 있고 용융점, 강도, 마찰력, 점성, 거칠기(roughness) 등의 물리적 특성이 특별해질 수도 있다. 전자파(electromagnetic wave) 관점에서는 반사도(reflection), 흡수율, 공진(resonance) 특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런 관점을 보여주는 파인만Richard Feynman(1918–1988)의 유명한 강연이 [1]에 소개되어 있다. 아래에 원자 재배열에 대한 내용만 발췌해서 번역한다.

원자 재배열
자 이제 마지막 질문을 생각해봅시다. 아주 먼 미래에 우리는 원자를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재배치할 수 있을까요? 바로 이런 원자를, 아주 밑바닥까지 내려가서요! 우리 뜻대로 원자를 하나씩 하나씩 배열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물론 이유를 가지고 배치를 해야죠. 예를 들면 재배치 했을 때 원자가 화학적으로 불안정해진다면 원자를 조정할 수 없지요. 지금까지 우리는 채굴을 해서 광물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이 광물을 대량으로 가열해서 순도가 높은 물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지요. 사실 여기에도 불순물은 많이 들어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자연이 허락해준 원자 재배열의 가능성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우리 마음대로 이 불순물을 배치하는 방법을 잘 모릅니다. 예를 들면 불순물 원자가 장기판처럼 1,000 Å을 정확하게 떨어져 있거나 어떤 특정한 모양으로 배치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적당한 층으로 물질을 적층하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우리 마음대로 원자를 배치할 수 있다면 물질의 성질은 어떻게 바뀔까요? 이런 부분을 이론적으로 탐구하기는 매우 흥미로워요. 하지만 정확히 어떤 일이 생길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확신합니다. 우리가 물질을 아주 미세한 수준까지 정밀하게 재배치하는 제어력을 얻으면, 우리는 더욱 다양하고 현재와는 다른 물질의 성질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파인만이 대가라 칭송 받는 이유를 [1]의 강연에서 느낄 수 있다. 미래를 보는 정확한 시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인만이 강연한 1959년파이만 41세, 이승만 정부 시절에는 NT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었지만, 1959년 이후 앞으로 일어날 일의 가치를 쉽고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참고문헌]
[1] R. P. Feynman, "There's plenty of room at the bottom," An Invitation to Enter a New Field of Physics, 1959.

2012년 10월 16일 화요일

리스트 컨트롤 사용법(How to Use a List Control)

MFC(Microsoft Foundation Class) GUI(Graphical User Interface)에서 많이 사용하는 리스트 컨트롤(List Control)은 다음처럼 쓰면 된다.
CListCtrl m_ctList; // 적당한 곳에 변수 선언
// 리스트 컨트롤 초기화: 양식 설정 m_ctList.SetExtendedStyle(LVS_EX_FULLROWSELECT|LVS_EX_GRIDLINES);
// 리스트 컨트롤 초기화: 열 추가
m_ctList.InsertColumn(0, _T("번호"), LVCFMT_LEFT, 100);
m_ctList.InsertColumn(1, _T("이름"), LVCFMT_LEFT, 100);
// 리스트 행 추가
m_ctList.InsertItem(0, _T("1")); // 첫째행(0), 첫째열에 삽입
m_ctList.SetItem(0, 1, LVIF_TEXT, _T("가우스"), NULL, NULL, NULL, NULL); // 첫째행(0), 둘째열(1)에 삽입
m_ctList.InsertItem(1, _T("2")); // 둘째행(1), 첫째열에 삽입
m_ctList.SetItem(1, 1, LVIF_TEXT, _T("맥스웰"), NULL, NULL, NULL, NULL); // 둘째행(1), 둘째열(1)에 삽입

[참고문헌]
[2] 쿠식, "CListCtrl 에 관한 정리", 2010.

2012년 10월 11일 목요일

계산용 전자파 코드: NEC(Numerical Electromagnetic Code)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계산용 전자파 코드: NEC"를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미분 방정식의 만병통치약: 그린 함수


계산용 전자파 코드인 NEC(Numerical Electromagnetic Code)[1], [2]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선형(linear) 혹은 표면형(surface) 안테나(antenna)를 해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NEC는 미 해군(the US Navy)이 지원해서 1970년대부터 포트란(Fortran: IBM 수학 공식 번역 체계, The IBM Mathematical Formula Translating System) 언어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NEC를 만든 전자파 수치 해석 기법은 그린 함수(Green's function)에 바탕을 둔 MoM(Method of Moments)이다.

[그림 1] NEC로 계산한 안테나 특성(출처: wikipedia.org)

NEC를 읽을 때는 엔이시라고 해야 한다. 이 아니다. NEC는 개발순서에 따라 NEC, NEC-2, NEC-3, NEC-4 등으로 구분한다. NEC-2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소스 코드(source code)까지 공개되어 있다. NEC-4는 미국 밖에서 상업적으로 쓰려면 하나당 약 165만원[$1,500]을 줘야 한다. 하지만 공짜라고 해서 NEC-2를 아무 프로그램이나 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NEC-2는 GNU GPL(General Purpose License) 2.0을 따르고 있어 내부적으로 NEC-2 소스 코드를 사용하면 그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포트란이 아닌 C 언어(C language)에 익숙하다면 NEC2C란 이름을 가진 C 언어로 변환된 NEC-2 소스 코드를 사용할 수 있다. C++ 언어(C++ language)로 된 NEC2++의 소스 코드도 이미 만들어져 포트란으로 작성한 NEC-2와 마찬가지로 GNU GPL 기반으로 배포되고 있다. 소스 코드는 [여기]에서 받을 수 있다. Visual Studio에서 돌리고 싶으면 관련된 프로젝트 파일을 [여기]에서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다중 처리(multiprocessing)가 가능한 NEC2/MP도 제안되었다. 관련된 설명은 [여기]에서, 실행 파일은 [여기]에서 받을 수 있다. NEC2/MP를 쓰려면 GUI(Graphical User Interface) 프로그램인 4NEC2가 있어야 한다. 4NEC2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여기]에서 내려받기 할 수 있다. 4NEC2의 사용 설명서를 보면 쉽게 활용할 수 있다.

[그림 2] 4NEC2 주요(Main) 창 실행 모습

4NEC2를 사용할 때 주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설치시 폴더는 바꾸지 말 것: 폴더를 바꿀 수는 있지만 설치후 4NEC2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경로명을 일일이 다시 바꾸어야 함(현재까지는 자동으로 변경되지 않음)
  • 메뉴에서 File > Open 4NEC2 In/Out File을 선택해 이미 만들어진 NEC 파일을 불러들임
  • 메뉴에서 Calculate > NEC Output-Data를 선택하거나 F7을 눌러 Generate (F7) 창을 실행시킴
  • Generate (F7) 창에서 필요한 사항을 선택한 후 Generate 단추를 누름
  • 그러면 Pattern (F4) 창에 결과가 나옴
예를 들어 다이폴 안테나(dipole antenna)의 복사 특성을 4NEC2를 이용해 계산해 보자. 메뉴에서 File > Open 4NEC2 In/Out File을 눌러 아래에 제시한 예제 입력 파일인 Example1.nec를 불러오자. 이 파일은 4NEC2에서 제공하는 다이폴 안테나의 예제이다. 그러면 [그림 2]와 같은 창이 얻어진다. Example1.nec는 아래와 같은 NEC 문법으로 작성되어 있다.

[표 1] NEC-2용 다이폴 안테나 예제
Example1.nec
CM Example 1 : Dipole in free space   ' Comment cards
CM See GetStarted.txt
CE    ' End of comment
'
GW 1 9 0 -.2418 0 0 .2418 0 .0001   ' Wire 1, 9 segments, halve wavelength long.
GE 0   ' End of geometry
'
EX 0 1 5 0 1 0   ' Voltage source (1+j0) at wire 1 segment 5.
'
FR 0 1 0 0 300 0   ' Set design frequency (300 Mc).
'
EN   ' End of NEC input

메뉴에서 Calculate > NEC Output-Data를 선택하거나 F7을 눌러 Generate (F7) 창을 실행하면 [그림 3]과 같은 창을 생성할 수 있다.

[그림 3] 4NEC2 생성(Generate) 창 실행 모습

[그림 4] 4NEC2의 패턴(Pattern) 창 실행 모습

원역장 패턴(Far Field Pattern)을 선택하고 생성(Generate) 단추를 누른다. 그러면 [그림 4]에 있는 다이폴 안테나복사 패턴(radiation pattern)을 얻을 수 있다.

[그림 5] 4NEC2의 기하 구조(Geometry) 창 실행 모습

[그림 6] 4NEC2의 3차원 보기(3D Viewer) 창 실행 모습

4NEC2로 작성한 기하구조가 맞는 지 확인하려면 3차원 구조를 보면 된다. 메뉴에서 Window > Geometry를 선택하거나 F3를 누르면 기하 구조(Geometry) 창이 뜨고, 메뉴에서 Window > 3D Viewer를 선택하거나 F9을 누르면 3차원 보기(3D Viewer)가 떠서 쉽게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7] 4NEC2의 3차원 복사 패턴 실행 모습

다이폴 안테나의 복사 패턴을 3차원 형태로 보고 싶으면 [그림 6]의 3차원 보기(3D Viewer) 옆에 있는 콤보 박스(ComboBox)의 Hide Patt.을 Multi-Color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그림 7]과 같은 멋진 그림을 얻을 수 있다.

[그림 8] 안테나 입력부 특성을 계산하기 위한 생성(Generate) 창 설정

[그림 9] 다이폴 안테나의 반사도 특성

안테나의 반사도(reflection), 안테나 이득(antenna gain), 입력 임피던스(input impedance) 특성을 계산하려면 [그림 3]의 생성(Generate) 창 설정을 [그림 8]처럼 바꾸어야 한다. 다음에 Generate 단추를 누르면 [그림 9]에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참고문헌]
[1] R. Anderson, The Unofficial Numerical Electromagnetic Code (NEC) Archives.
[2] T. Marshall, Numerical Electromagnetics Code (Method of Moments).

[다음 읽을거리]
1. NEC-2의 문법

2012년 9월 24일 월요일

전자파를 눈으로 보자!(Let's See EM Waves!)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전자파를 눈으로 보자"를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가장 쉬운 안테나 이론


안테나(antenna)전류(electric current)와 전압(voltage)전자파(electromagnetic wave)로 바꾸어 주는 무선 통신에서 매우 중요한 수동 소자(passive device)이다.

[그림 1] 깃대 안테나(mast antenna)의 모습(출처: wikipedia.org)

현재까지 인간이 발견한 파동중 신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전자파보다 효과적인 매개체는 없다. 그래서, 전자파는 장거리 레이다(radar), 위성 통신, 우주 통신 등에 사용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파동이다. 이런 전자파에도 약점이 있다. 비가시 전자파(invisible electromagnetic wave)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통신 시스템을 설계할 때 매우 불편하다. 이런 문제를 재미있게 해결하는 논문이 [1]에 발표되었다. [1]에서 3.3 GHz 전자파 가시화 장치를 만드는 방법과 구체적인 부품을 볼 수 있다.

[그림 2] 렉테나를 이용한 전자파 가시화 장치(출처: [1])

[그림 2]처럼 전자파를 눈에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LED(발광 다이오드, Light Emitting Diode)렉테나(rectenna: 정류 안테나, rectifying antenna)를 활용하고 있다. 이를 위한 발상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전자파를 수신하여 전기를 생성하기 위해 정류 안테나인 렉테나를 사용한다. 렉테나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LED를 이용하여 빛을 만든다. 즉, 전자파가 있으면 전기가 만들어져 LED가 켜지고 전자파가 없으면 전기가 없어 LED를 켤 수 없다. 전자파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렉테나는 최근에 등장하는 에너지 수확(energy harvesting) 기술의 핵심을 이루는 중요 소자이다. 하지만 렉터나의 기본원리는 정류기(rectifier)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림 2]에서 사용한 렉테나는 실제 다음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림 3] 렉테나의 실제 모습(출처: [1])

렉테나의 회로도는 다음과 같다. [그림 4]의 렉테나는 마이크로스트립[간략하게 μ스트립] 패치 안테나(microstrip patch antenna), μ스트립 선로(microstrip line), 임피던스 정합망(impedance matching network), 전압 체배기(voltage multiplier)로 구성된다.

[그림 4] 렉테나의 회로도(출처: [1])

50 Ω의 입력 임피던스(input impedance)를 가진 패치 안테나를 전압 체배기와 임피던스 정합을 시키기 위해 인덕터(inductor) L1, L2로 구성된 임피던스 정합망을 사용하였다. 전압 체배기는 두 개의 전압 이배기(voltage doubler)를 직렬로 연결하여 안테나에 유기되는 전압을 4배로 키운다.

[그림 5] 그라이나허 전압 이배기(출처: wikipedia.org)

전압을 두 배로 키우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회로는 [그림 5]와 같다. [그림 5]의 회로는 약 100년 전인 1913년그라이나허 33세, 일제 식민지 시절에 그라이나허Heinrich Greinacher(1880–1974)가 발명했다. [그림 4]의 전압 체배기는 다음처럼 동작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안테나에 유기되는 전압은 $v_a$라 하고 최대값을 $V_p$라 가정한다.
  1. $v_a$가 (+): D1-d2 다이오드가 켜져 C1을 최대 $V_p$까지 충전한다.
  2. $v_a$가 (-): D1-d2는 꺼지고 D1-d1이 켜져 C2를 최대 $2V_p$까지 충전한다. $2V_p$가 되는 이유는 C1에 $V_p$ 만큼 충전되어 있고 $v_a$가 음(-)의 방향으로 $V_p$까지 움직이기 때문이다.
  3. 다시 $v_a$가 (+): D2-d2가 켜져 C4를 충전한다. KVL(Kirchhoff Voltage Law)에 의해 최대 $2V_p$까지 충전된다.
  4. 다시 $v_a$가 (-): D2-d2는 꺼지고 D2-d1이 켜져 C3를 충전한다. C3는 최대 $4V_p$까지 충전된다.
  5. 이 과정이 주기적으로 계속 반복된다.


[참고문헌]
[1] B. Bauman, A. Christianson, A. Wegener, W. J. Chappell, "Dynamic visualization of antenna patterns and phased-array beam steering," IEEE Antennas Propag. Mag., vol. 54, no. 3, pp. 184–193, June 2012.

2012년 9월 18일 화요일

신기한 투명 안테나(Transparent Antenna)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투명 안테나"를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가장 쉬운 안테나 이론
2. 액체 금속을 이용한 휘어지는 안테나


인공적인 특성을 가진 안테나를 사용자로부터 감추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제안되었다. 숨겨진 안테나(hidden antenna)를 위한 대표적인 기술이 인테나(intenna: internal antenna)이다. 인테나 기술은 대부분의 스마트폰(smartphone)에 쓰이는 안테나 기술이다.

[그림 1] 최초의 스마트폰 IBM 사이먼(Simon)(출처: wikipedia.org)

   
[그림 2] 아이폰 5와 갤럭시 S3(출처: wikipedia.org)

1994년에 나온 최초의 스마트폰인 사이먼은 돌출형 안테나를 가지고 있지만 최근에 나온 [그림 2]의 스마트폰은 안테나가 내부에 장착된 인테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경향과는 별도로 연구되고 있는 분야가 투명 안테나(transparent antenna) 기술이다. 투명 안테나는 [그림 3]의 투명 인간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림 3]  영화 할로우 맨(Hollow Man)(출처: wikipedia.org)

투명 안테나 개념으로 보면 실제 안테나는 돌출되어 있지만 빛 영역에서는 투명하여 보이지 않고 빛이 아닌 전자파 영역에서는 금속으로 작용하는 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빛에는 투명하고 전자파에는 금속인 물질이 어디 있을까 고민할 수 있지만 우리가 매일 보고 있다. 바로 하늘이다.

[그림 4] 아름다운 하늘(출처: wikipedia.org)

이 하늘에는 플라즈마(plasma) 특성을 갖는 전리층(電離層, ionosphere)이 있어 저주파 전자파는 가두고 빛은 계속 통과시키고 있다. 이게 바로 우리가 태양을 볼 수 있는 이유이다.

[그림 5] 고도와 전리층의 관계(출처: wikipedia.org)

[그림 6] 발광하는 플라즈마(출처: wikipedia.org)

플라즈마는 물질의 제 4상태로서 기체와 비슷하지만 물질이 이온화된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양이온과 음이온이 다수로 존재하기 때문에 전도체 특성을 강하게 가진다. 즉, 플라즈마는 기체 성질을 가진 금속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플라즈마는 기본적으로 기체 상태를 필요로 하므로, 상용 안테나에 쓰이기는 힘든 물질이다.

[그림 7] TCO를 이용한 태양 전지(출처: wikipedia.org)

그래서 최근에는 TCO(투명 전도성 산화물, Transparent Conducting Oxide)를 이용하여 패치 안테나(patch antenna)를 만드는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1]. TCO 기반 패치 안테나는 투명하기 때문에 자동차 앞유리, 태양전지 등에 장착하여 전자파를 송수신할 수 있다. [그림 8]은 파장(wavelength)에 대한 TCO의 전도도(conductivity) 특성을 보여준다.

[그림 8] 파장에 대한 TCO의 전도도 특성(출처: [1])

TCO의 플라즈마 주파수(plasma frequency)는 약 30 THz이므로 GHz 주파수 대역에서는 금속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30 THz보다 높은 가시광 대역에서는 플라즈마 주파수를 넘어갔기 때문에 투명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TCO는 광학적으로 투명하면서 전기적으로 전도성을 가진 물질이 된다.

[그림 9] TCO를 이용해 만든 모노폴 안테나(출처: [2])

[그림 9]는 투명 기판에 TCO를 이용해 모노폴 안테나(monopole antenna)를 형성한 모습을 보여준다[2]. [그림 9]에서 사다리꼴 모양으로 회색을 띤 물체가 TCO로 만든 모노폴 안테나이다. 이와 같이 투명 안테나 기술은 오래전부터 광범위하게 개발되고 있다. 참고문헌 [4]에서 KAIST가 세계 최초로 차량용 투명 안테나를 개발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미 2000년 이전부터 개발되어온 기술이다. 예를 들면 [3]을 보자. 영국 IEE 학회에서 주최한 차량용 안테나 세미나에서 광학적으로 투명한 마이크로스트립[간략하게 μ스트립] 안테나(microstrip antenna) 기술을 2000년김대중 정부 시절에 소개했었다. 물론 [3]의 결과가 최초는 아니고 찾아보면 이전 선행 기술이 또 있을 것이다. 따라서 KAIST의 세계 최초 주장은 아마 KAIST쪽에서 문헌 조사를 게을리 했거나 한국 특유의 과장법이라 볼 수 있다. KAIST에서 개발된 투명 안테나의 세부적인 내용은 [5]에서 볼 수 있다. 개발에 사용한 TCO가 약간 다른 외에는 일반적인 제조 공정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2]와 차별화되는 면을 찾기 어렵다.

[참고문헌]
[1] J. R. Saberin and C. Furse , "Challenges with optically transparent patch antennas," IEEE Antennas Propag. Mag., vol. 54, no. 3, pp. 10–16, June 2012.
[2] N. Guan, H. Furuya, D. Delaune, and K. Ito, "Antennas made of transparent conductive films," PIERS Online, vol. 4, no. 1, pp. 116–120, 2008.
[3] C. Mias, C. Tsakonas, N. Prountzos, D. C. Koutsogeorgis, S. C. Liew, C. Oswald, R. Ranson, W. M. Cranton, and C. B. Thomas, "Optically transparent microstrip antennas," IEE Colloquium on Antennas for Automotives, March 2000.
[5] 박재우, "차량용 투명 안테나", 대한민국 특허 제101053056호, 2011년 7월 26일.
[6] T. D. Nguyen, J. H. Choi, C. W. Jung, "Optically transparent patch antennas using saltwater for WLAN applications," J. Electromagn. Eng. Sci., vol. 22, no. 6, pp. 609–615, Nov. 2022.

2012년 9월 6일 목요일

로고 안테나(Logo Antenna)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로고 안테나"를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가장 쉬운 안테나 이론


전자파를 다루는 기본 요소 중에서 가장 혁신이 많이 일어나는 부분은 전자파를 복사하거나 수신하는 안테나(antenna)이다. 무선 통신(wireless communication)에 필수적인 안테나지만, 부드러운 곡면보다는 뾰족한 인공적인 모양을 가져 아름다움이나 세련됨과는 거리가 있다.

[그림 1] 비너스의 탄생(출처: wikipedia.org)

안테나에 대한 이런 편견을 효과적으로 완화시키는 개념이 로고 안테나(logo antenna)[1]–[4]이다. 어떤 제품이든지 회사 로고는 들어가기 때문에, 로고 자체를 안테나로 만드는 기술은 매우 유용하다.

[그림 2] 델 컴퓨터의 로고 안테나 특허(출처: [1])

로고 안테나에 대한 재미있는 특허 중 하나가 델 컴퓨터(Dell)에서 나왔다[1]. [그림 2]처럼 노트북 컴퓨터 표면에 델 로고가 있다. 이 로고를 상표 뿐만 아니라 안테나로 사용하여 무선 통신을 하는 특허를 등록했다[1].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미 학계에서는 잘 알려진 개념이다[2]–[4]. 참고문헌 [2]를 보면 1997년김영삼 정부 시절에 이미 홍콩 시립대학교(City University of Hong Kong)의 로고를 안테나로 활용하였다.

[그림 3] 예전 홍콩 시립대학교의 로고(출처: wikipedia.org)

[그림 4] 마이크로스트립 패치 안테나로 구성한 홍콩 시립대학교의 로고(출처: [2])

[그림 3]과 같이 생긴 대학교 로고를 안테나로 만들려면 마이크로스트립[간략하게 μ스트립] 패치 안테나(microstrip patch antenna)가 적당하다. 패치 안테나에 적당한 홈을 만들면 안테나 공진(antenna resonance)이 생긴다. 이때 홈 모양을 대학교 로고처럼 만들면 우리가 원했던 로고 안테나가 만들어진다. 이런 접근은 공개된 기술이므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a) 노트북에 위치한 로고
(b) 로고 밑에 있는 안테나용 구멍(cavity)
[그림 5] 애플의 로고 밑 안테나(출처: [5])

논란이 되는 또 하나의 로고 안테나는 애플(Apple)이 발표했다. 참고문헌 [1]–[4]에 있는 로고 안테나 개념으로 보면, [5]에 있는 애플의 안테나는 로고 안테나가 아니다. 로고를 안테나로 만들지 않고 로고 밑에 안테나를 배치했기 때문에, 정확히는 로고 밑 안테나(antenna under logo)라고 해야 한다. 애플은 특이하게도 특허를 출원할 때, 출원인을 회사로 하지 않고 개인발명자를 자주 내세운다. 이런 이유로 출원인을 애플로 검색해서는 해당 특허를 찾을 수 없다. 아마도 이런 방식은 비밀 유지(?) 때문인 듯 하지만, 워낙 애플 열광자가 많아서 애플의 특허는 쉽게 드러난다. 애플이 가진 안테나 설계의 고민은 디자인 때문에 생긴다. 노트북 외형을 금속으로 만들면 전자파가 차폐되어 무선 통신을 할 수 없다. 현재 애플 디자인에서 플라스틱이 쓰이는 부분은 로고 부분이다. 그래서, 이 로고의 아래에 안테나를 담을 빈 구멍(공동, 空洞, cavity)을 만든다. 이 넓은 빈 구멍에 전자파를 여기시켜 플라스틱 로고를 통해 전자파를 복사한다는 특허가 [5]에 제시되어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역시 애플이라 하겠지만 안테나 설계자 입장에서 보면 한심한 특허 중의 하나이다. 이미 후면 공동 안테나(cavity-backed antenna) 개념은 오래 전에 개발되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예를 들면 1962년국가재건최고회의 시절에 발표된 후면 공동 고리형 긴 구멍 안테나(cavity-backed annular slot antenna)[6]를 들 수 있다. 이 논문 외에도 후면 공동 안테나는 무수히 제안되어 훌륭히 잘 쓰이고 있다. 후면 공동 안테나의 장점은 안테나 이득(antenna gain) 개선이다. 즉, 전자파가 구멍 전체로 골고루 퍼지면서 복사되기 때문에 전자파가 집속되는 정도인 안테나 이득이 높아진다. 따라서 애플이 [그림 5] 방식으로 안테나를 설계하면 안테나 이득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애플 이전에 다 알고 있었던 내용이다.

[그림 6] 안테나를 덮은 플라스틱 뚜껑(출처: wikipedia.org)

후면 공동 안테나의 신규성이 없다면 안테나에 뚜껑을 덮는 방식에 신규성이 있다고 주장할 지 모르지만, 후면 공동 안테나를 만드는 사람들은 다 안테나에 뚜껑을 덮는다.[∵ 덮지 않으면 먼지나 불순물이 공진기 내부로 들어올 수 있다.] 특히 레이다(radar)에 사용하는 [그림 6]과 같은 뚜껑은 레이돔(radome: 레이다 덮개, radar dome의 약어)이라 부른다. 후면 공동 안테나에 뚜껑이 없으면 먼지가 끼고 습기도 들어가기 때문에 안테나 보호를 위해 상식적으로 플라스틱 뚜껑을 덮는다. [그림 6]의 레이돔용 플라스틱은 둥글고 [그림 5]의 로고 밑 안테나는 평평하기 때문에 차이난다고 생각한다면, [7]을 보라. 상부층(superstrate)이라 불리는 평평한 유전체로 안테나를 보호함 기본이고 상부층의 유전율과 높이를 조정하여 안테나 이득까지 증가시키고 있다. 이 논문은 이미 1984년전두환 정부 시절에 발표되었다. 즉, 플라스틱이 평평하든지 둥글든지 플라스틱으로 안테나를 감싸는 기술은 너무 범용으로 쓰여 애플 특허의 신규성과 진보성에 문제가 느껴진다.
삼성전자는 [1]과 유사한 로고 안테나를 특허 출원[8]하였으나,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특허 출원을 취하하였다. 특허 전문이 공개된 이후에 출원을 물렀기 때문에, 특허 전문은 여전히 공개가 되며 먼저 출원한 당사자도 삼성전자가 된다. 이 상태에서는 로고 안테나로 광범위하게 특허를 재출원하기는 불가능하다.

[참고문헌]
[1] D. M. LaKomski, "Logo antenna," US Patent No. 6667719, Dec. 2003.
[2] Y. L. Chow and C. W. Fung, "The City University logo patch antenna," Asia-Pacific Microwave Conference, vol. 1, pp. 229–232, Dec. 1997.
[3] C.-L. Hung and W.-C. Weng, "An NCNU-shape planar antenna for multiband applications," Asia-Pacific Microwave Conference, pp. 1990–1993, Dec. 2009.
[4] M. S. Mahmud and S. Dey, "Design, performance and implementation of UWB wearable logo textile antenna," Int. Symp. Antenna Technology and Applied Electromagnetics, pp. 1–4, June 2012.
[5] E. A. Vazquez, G. A. Springer, B. Chiang, D. B. Kough, R. W. Schlub, Y. Jiang, R. A. G. Angulo, R. Caballero, "Dielectric window antennas for electronic devices," US Patent Application No. 12/486,496, June 2009.
[6] J. Galejs and T. Thompson, "Admittance of a cavity-backed annular slot antenna," IRE Trans. Antennas Propag., vol. 10, no. 6, pp. 671–678, Nov. 1962.
[7] N. G. Alexopoulos and D. R. Jackson, "Fundamental superstrate effects on printed circuit antenna efficiency," IEEE MTTS Int. Microwave Symp. Digest, pp. 475–476, May 1984.
[8] 김진우, "휴대 단말기의 로고 안테나 장치", 대한민국 특허 출원번호 1020040094650, 2004년 11월.

2012년 8월 19일 일요일

복소 함수의 다가성(多價性, Multi-valuedness of Complex Function)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복소 함수의 다가성"을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복소 함수론의 이해
2. 복소 함수의 표현법


[그림 1] 복소 함수의 함수론적 설명(출처: wikipedia.org)

복소 함수(complex function)가 무엇인지 수학적으로 생각해보자. 먼저 단순히 실 함수(real function)적으로 설명하면 [그림 1]과 같은 관계이다. 실 함수와 비교하여 복소 함수는 정의역(domain of definition)과 치역(range)이 모두 복소수(complex number)인 점이 다르다. 복소 함수를 [그림 1]처럼 생각한다 해서 틀린 부분은 없다. 하지만 정의역이 2차원[∵ 복소수의 실수부와 허수부가 독립적이므로], 치역이 2차원이므로 복소 함수를 그릴려면 4차원을 고려해야 한다. 현실 공간은 3차원이므로 복소 함수를 [그림 1]처럼 함수론적으로 그리기는 불가능하다. 이때 나타나는 새로운 방법이 [그림 2]처럼 기하학적으로 복소 함수 보기이다.

[그림 2] 복소 함수의 기하학적 설명(출처: wikipedia.org)

복소 함수를 [그림 2]처럼 2차원 평면의 기하학적 변형성으로 본 사람은 리만Bernhard Riemann(1826–1866)이 최초이다. 리만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1]에서 이런 관점을 새롭게 제시했다. [그림 2]의 개념은 너무 간단해서 쉽게 볼 수도 있지만, 복소 함수의 다가성(多價性, multi-valuedness) 관점에서는 기하학적 접근법이 매우 유용하며 필수적이다. 복소 함수는 하나의 복소수 $z$에 대해 여러 개의 함수값 $f(z)$가 있을 수 있는 다가성이 있다. 함수값의 다가성이 있는 함수는 다가 함수(函數多價, multi-valued function)라 칭한다. 복소 함수의 다가성은 통상적인 함수 관점에서는 말이 되지 않는다. 실 함수의 기본 조건에 의해 [그림 1]처럼 $x$에 대해 하나의 함수값 $f(x)$만 연결되기 때문이다. 복소 함수에도 실 함수와 동일한 개념을 적용할 수 있지만, 중요한 다수의 복소 함수가 해석적이 아닌 결과가 얻어진다. 예를 들어, 함수의 다가성이 생겨서 해석 함수로 만들 필요가 있는 대표적인 복소 함수가 제곱근 함수(square root function) $\sqrt{z}$이다.

                       (1)

실 함수로 보면, 제곱근 함수는 $y$ = $x^2$의 역함수이다. 그래서 제곱근 함수는 $y$ = $\pm \sqrt{|x|}$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함수의 다가성으로 인해 $y$ = $\sqrt{|x|}$ 혹은 $y$ = $-\sqrt{|x|}$으로 택한다. 이런 선택 방식은 복소 함수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복소 함수론에서는 절대값 연산 $|z|$이 코쉬–리만 방정식(Cauchy–Riemann equation)을 만족하기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곱근 함수 $\sqrt{z}$를 복소 함수론에 제외하면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제곱근 함수를 복소 함수론에서 다루지 않으면 너무 아깝다. 어떻게 식 (1)을 분석하고 설명해야 제곱근 함수가 해석적이 될까? 복소 함수를 분석하기 위해 복소수의 근본을 고민해본다. 복소수는 2차원 복소 평면(complex plane)에 존재하므로, 변수 $z$를 극좌표계(polar coordinate system)로 표현할 수 있다. 이를 식 (1)에 대입하면 다음을 얻는다.

                        (2)

복소수 $z$ 입장에서 보면 각도 $-3\pi, -\pi, \pi, 3\pi$ 등이 나타내는 값은 서로 같다. 하지만 식 (2)처럼 제곱근 함수 $f(z)$에 들어가면 그 결과는 몇 바퀴를 돌았는가에 따라 함수값이 달라진다. 이러한 복소 함수의 다가성을 해결하기 위해, 복소 평면에 나타나는 함수 관계 $z \to f(z)$를 아예 4차원 공간 상의 표면으로 사상(寫像, mapping)해서 동일한 복소수 $z$가 가지는 다른 함수값 $f(z)$를 표현하는 리만 표면(Riemann surface)이 매우 유용하다. 기하학적으로 리만 표면은 2차원인 정의역 $z$와 또 다른 2차원인 치역 $f(z)$로 구성한 $\mathbb{C} \times \mathbb{C}$ = $\mathbb{C}^2$의 4차원 공간에 그린 매끈한 곡면이다. 혹은 사상 관점으로 정의역 $z$에서 치역 $f(z)$로 가는 $\mathbb{C} \to \mathbb{C}$의 함수 관계가 항상 근방을 가지면 리만 표면이 된다. 더 구체적으로, 리만 표면은 서로 근접한 임의의 $z_1, z_2$를 사상한 $f(z_1), f(z_2)$가 복소 평면에서 항상 서로 가까이 있는 성질을 가진다. 예를 들면, 식 (1)의 정의역 $z$와 치역 $\sqrt{z}$의 관계는 [그림 3]과 같은 리만 표면이 명확히 보여준다. 
[그림 3] 제곱근 함수 $\sqrt{z}$를 위한 리만 표면(출처: wikipedia.org)

[그림 3]은 제곱근 함수 $f(z)$ = $\sqrt{z}$를 위한 리만 표면을 보여준다. 원래는 4차원에 그려야 하나, 우리가 사는 공간이 3차원이라서 3차원적으로 점 $(x_1, x_2, x_3)$을 찍어서 3차원 색칠하기 표현으로 그린다. 먼저 평평한 평면을 구성하는 $(x_1, x_2)$가 복소수 $z$ = $x + iy$ = $(x, y)$를 표현한다. 수직 높이에 해당하는 $x_3$는 복소 함수의 실수부 $\Re[f(z)]$가 된다. 나머지 한 차원인 복소 함수의 허수부 $\Im[f(z)]$는 색깔로 표현한다. 물론 이런 방식 외에 복소 함수의 치역을 아예 색깔[이 방식은 정의역 색칠하기(domain coloring)라 한다.]로만 나타낼 수도 있다. 이러한 멋진 상상력으로 [그림 3]을 보면, 3차원이지만 4차원적 특성을 느낄 수 있다. 리만 표면의 가시화인 [그림 3]에서 정의역 $z$의 각도는 -180˚~540˚까지 그려져 있다. 정의역 $z$ 관점에서는 두 바퀴를 돌았지만 치역 $f(z)$ 관점에서는 -90˚~270˚가 되어 한바퀴 돌기가 된다. 더 구체적으로는 $z$의 각도가 -180˚~180˚까지 돌면 원래 시작한 -180˚에서 함수값이 겹치지만 어디까지나 실수부가 같다는 뜻이다. 허수부는 색깔이라서 원래 시작한 -180˚에서는 파란색, 180˚에서는 빨간색이라서 서로 다르다. 그래서 아래쪽으로 한 바퀴를 더 돌아야 실수부와 허수부가 같아진다. 즉 $z$의 각도가 -180˚~540˚만큼 돌아야 $\sqrt{z}$의 함수값이 같아진다. 복잡한 설명 같지만 [그림 3]의 리만 표면은 엃히고설킨 복소 함수의 다가성을 한 눈에 보여준다. 리만Bernhard Riemann(1826–1866)의 천재성이 엿보이는 위대한 순간이다[1].

(a) 나무 가지
(b) 실제 가지 자르기
[그림 4] 나무로 보는 복소 함수론(출처: wikipedia.org)

우리가 화가 수준의 그리기 능력이 있어서 모든 복소 함수에 대해 [그림 3]처럼 멋지게 리만 표면을 묘사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 저주받은 망손(?)이다. 그래서 그리기 능력과 복소 함수론 이해력을 분리시키려면 복소수를 2차원에 그리면 된다. 정의역과 치역 중에서 주로 선 적분에 사용되는 정의역 $z$를 중심으로 복소수를 그린다. 이 경우에 다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정의역 $z$이다. 정의역 $z$의 치역 $f(z)$가 다가성을 가져서 [그림 3]의 리만 표면을 도입했다. 그런데 돌고 돌아서 다시 정의역만 단순히 그리면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어떻게 할까? 우리 문제의 해답은 분명히 [그림 3]과 같은 리만 표면이다. 리만 표면을 평면에 적절히 사영해서 복소 함수의 다가성을 쉽게 다룰 수 있다. 리만 표면이 정의역 $z$에 따라 뻗어가는 모양은 [그림 4(a)]와 같은 나무 가지 모양이라서, 하나의 2차원 복소 평면 $z$를 기준으로 분리한 리만 표면을 가지(branch)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그림 3]은 2개의 가지를 가지고 있다. 복소수 $z$의 각도 -180˚~180˚와 180˚~540˚에 대응하는 두 개의 잘린 리만 표면이 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지 중 하나에 대응하는 정의역 $z$를 그린 그리면 [그림 5]처럼 된다. 다만 하나의 정의역으로 두 바퀴 회전을 표현해야 하므로, [그림 4(b)]에 있는 가지 자르기처럼 현재 가지의 정의역[혹은 복소 평면]을 싹둑 잘라서 다른 가지의 정의역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표시한다. 이때 복소 평면을 자른 흔적을 가지 자름(branch cut)이라 부른다. 제곱근 함수의 경우 복소 평면을 두 번만 돌면 모든 값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가지 자름은 어디에 만들어도 된다. 예를 들어, 식 (2)의 복소수 $z$ 정의[= $-\pi < \phi \le \pi$ 혹은 $-\pi \le \phi < \pi$]를 도입해서 [그림 5]처럼 $\phi = \pi$ 지점에 가지 자름을 만들 수 있다. 제곱근 함수 $\sqrt{z}$의 경우는 $\sqrt{-1}$ = $(e^{i \pi})^{1/2}$ = $i$가 되도록 편각 범위를 $-\pi < \phi \le \pi$로 한정한다.

[그림 5] 위상 $\phi = \pi$에 생긴 제곱근 함수를 위한 가지 자름

가지 자름을 기하학적으로 이해하려면 [그림 3]과 [그림 5]를 같이 보면 된다. 복소 평면은 360˚만 돌 수 있어서 두 바퀴에 해당하는 720˚를 돌리려면, 복소 평면을 가지처럼 잘라서 복소 곡면[정확히는 리만 표면] 두 개를 [그림 3]처럼 이어 붙여야 한다. 이때 잘린 복소 곡면의 시작과 끝을 서로 붙인 정의역의 흔적이 [그림 5]에 표시한 가지 자름이다. 식 (2)와는 다르게 각도 $\phi$의 범위를 0에서 $2\pi$로 잡으면 가지 자름은 $\phi$ = $0$이 된다. 가지 자름의 끝은 가지점(branch point)이라 부른다. 가지점 주위로 $z$가 한 바퀴를 돌면, 다른 정의역의 입구인 가지 자름으로 인해 항상 함수값이 불연속인 점이 생긴다. 돌리는 원의 반지름을 아무리 작게 해도 가지점에서는 불연속이 계속 생긴다. 그래서 가지 자름에 의해 필연적으로 생기는 가지점은 해석 함수 관점에서 특이점이 된다. 다만 조금 세련된 용어인 리만 표면, 가지 자름 등을 어려운 개념이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리만 표면은 실 함수의 적분에 쓰는 변수 변환(change of variables) 혹은 변수 치환(variable substitution)과 매우 비슷하다. 실 함수는 변수를 바꾸더라도 1차원적인 적분 경로를 사용해서 시작점과 끝점만 잘 보면 된다. 하지만 복소 함수의 변수는 2차원 복소 평면에서 자유롭게 변형될 수 있어서 전체 경로를 해석적으로 일관되게 처리해야 한다. 변수 변환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는 복소 적분을 제대로 계산하려면, 리만 표면과 같은 아름다운 생각의 틀이 꼭 필요하다.

[그림 6] 세제곱근 함수 $\sqrt[3]{z}$를 위한 리만 표면(출처: wikipedia.org)

[그림 7] 네제곱근 함수 $\sqrt[4]{z}$를 위한 리만 표면(출처: wikipedia.org)

세제곱근(cube root)과 네제곱근(4th root) 함수는 정의역 $z$가 세 바퀴와 네 바퀴를 돌아야 해서 [그림 6]과 [그림 7]처럼 각각 리만 표면을 정의하면 된다. 세제곱근과 네제곱근 함수의 가지 개수는 각각 $3$과 $4$이다. [그림 6, 7]에서 현재 가지의 정의역과 다른 가지의 정의역을 잇기 위해 현재 정의역을 자른 가지 자름은 [그림 5]처럼 보통 음의 실수축인 $\phi$ = $\pi$에 만든다. 또한 다른 제곱근 함수 혹은 분수 멱함수의 가지 자름도 어느 곳이든 설정할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그림 5]처럼 가지 자름을 설정한다.
제곱근 함수 다음으로 다가성을 가진 유명한 복소 함수는 로그 함수(logarithmic function)이다. 정의역을 식 (2)처럼 정의해 로그 함수를 구해보자.

                       (3)

제곱근 함수와는 다르게 로그 함수는 정의역 $z$의 각도에 따라 무한개의 다른 값을 가진다.[∵ $m$은 임의의 정수일 수 있으므로] 당연히 로그 함수의 가지 개수도 무한개이다. 그래서 리만 표면의 기하학적 구조는 아래 그림처럼 생각해야 한다. 

[그림 8] 로그 함수 $\log(z)$를 위한 리만 표면(출처: wikipedia.org)

동일한 $z$에 대해 무한개의 함수값이 존재하므로, 정의역도 [그림 8]처럼 무한번 회전이 허용되어야 한다. 가지 자름은 식 (3)의 정의에 따라 [그림 5]와 동일하게 정의한다. 식 (3)에서 $z$가 주어진 경우 $f(z)$는 무한개의 다른 값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각 가지를 구별하기 위해 가지 번호(branch number)를 식 (3)에 나온 $m$으로 선택한다. 만약 가지 자름이 표현하는 복소 평면을 $m$ = $0$로 제한하면, 로그 함수는 복소 영역에서 단 하나의 값으로 표현된다. 해석 함수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긴 다가성을 일가성(single-valuedness)으로 제한하기 위한 가지는 주요 가지(principal branch)라고 부른다. 원래는 하나 이상의 값을 가진 다가성이 있지만 주요 가지만 택해서 단 하나의 값만 가지도록 만든 경우는 주치(主値, principal value)라고 한다. 예를 들어 식 (3)의 로그 함수를 주치만 가지도록 만든 함수는 대문자를 이용해 아래처럼 표현한다.

                       (4)

즉 식 (3)에서 $m$ = $0$을 대입한 경우가 주치만 가진 식 (4)이다. 일반적으로는 $z$가 고정되더라도 $m$은 여러 값이 가능해서 식 (3)은 다가성에 의해 무한히 많은 함수값을 나타낸다. 반면에 식 (4)는 딱 주치만 택해서 다가성 없이 단 하나의 함수값만 표현한다.

[참고문헌]
[1] B. Riemann, Grundlagen für eine allgemeine Theorie der Functionen einer veränderlichen complexen Grösse (Foundations for a General Theory of Functions of One Variable Size Complex Number), Inaugural Dissertation, Göttingen, Dec. 1851.
[2] C. Teleman, Riemann Surfaces, The Cambridge Riemann Surfaces course, 2003. (방문일 2020-10-17)

[다음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