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6일 목요일

로고 안테나(Logo Antenna)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로고 안테나"를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가장 쉬운 안테나 이론


전자파를 다루는 기본 요소 중에서 가장 혁신이 많이 일어나는 부분은 전자파를 복사하거나 수신하는 안테나(antenna)이다. 무선 통신(wireless communication)에 필수적인 안테나지만, 부드러운 곡면보다는 뾰족한 인공적인 모양을 가져 아름다움이나 세련됨과는 거리가 있다.

[그림 1] 비너스의 탄생(출처: wikipedia.org)

안테나에 대한 이런 편견을 효과적으로 완화시키는 개념이 로고 안테나(logo antenna)[1]–[4]이다. 어떤 제품이든지 회사 로고는 들어가기 때문에, 로고 자체를 안테나로 만드는 기술은 매우 유용하다.

[그림 2] 델 컴퓨터의 로고 안테나 특허(출처: [1])

로고 안테나에 대한 재미있는 특허 중 하나가 델 컴퓨터(Dell)에서 나왔다[1]. [그림 2]처럼 노트북 컴퓨터 표면에 델 로고가 있다. 이 로고를 상표 뿐만 아니라 안테나로 사용하여 무선 통신을 하는 특허를 등록했다[1].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미 학계에서는 잘 알려진 개념이다[2]–[4]. 참고문헌 [2]를 보면 1997년김영삼 정부 시절에 이미 홍콩 시립대학교(City University of Hong Kong)의 로고를 안테나로 활용하였다.

[그림 3] 예전 홍콩 시립대학교의 로고(출처: wikipedia.org)

[그림 4] 마이크로스트립 패치 안테나로 구성한 홍콩 시립대학교의 로고(출처: [2])

[그림 3]과 같이 생긴 대학교 로고를 안테나로 만들려면 마이크로스트립[간략하게 μ스트립] 패치 안테나(microstrip patch antenna)가 적당하다. 패치 안테나에 적당한 홈을 만들면 안테나 공진(antenna resonance)이 생긴다. 이때 홈 모양을 대학교 로고처럼 만들면 우리가 원했던 로고 안테나가 만들어진다. 이런 접근은 공개된 기술이므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a) 노트북에 위치한 로고
(b) 로고 밑에 있는 안테나용 구멍(cavity)
[그림 5] 애플의 로고 밑 안테나(출처: [5])

논란이 되는 또 하나의 로고 안테나는 애플(Apple)이 발표했다. 참고문헌 [1]–[4]에 있는 로고 안테나 개념으로 보면, [5]에 있는 애플의 안테나는 로고 안테나가 아니다. 로고를 안테나로 만들지 않고 로고 밑에 안테나를 배치했기 때문에, 정확히는 로고 밑 안테나(antenna under logo)라고 해야 한다. 애플은 특이하게도 특허를 출원할 때, 출원인을 회사로 하지 않고 개인발명자를 자주 내세운다. 이런 이유로 출원인을 애플로 검색해서는 해당 특허를 찾을 수 없다. 아마도 이런 방식은 비밀 유지(?) 때문인 듯 하지만, 워낙 애플 열광자가 많아서 애플의 특허는 쉽게 드러난다. 애플이 가진 안테나 설계의 고민은 디자인 때문에 생긴다. 노트북 외형을 금속으로 만들면 전자파가 차폐되어 무선 통신을 할 수 없다. 현재 애플 디자인에서 플라스틱이 쓰이는 부분은 로고 부분이다. 그래서, 이 로고의 아래에 안테나를 담을 빈 구멍(공동, 空洞, cavity)을 만든다. 이 넓은 빈 구멍에 전자파를 여기시켜 플라스틱 로고를 통해 전자파를 복사한다는 특허가 [5]에 제시되어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역시 애플이라 하겠지만 안테나 설계자 입장에서 보면 한심한 특허 중의 하나이다. 이미 후면 공동 안테나(cavity-backed antenna) 개념은 오래 전에 개발되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예를 들면 1962년국가재건최고회의 시절에 발표된 후면 공동 고리형 긴 구멍 안테나(cavity-backed annular slot antenna)[6]를 들 수 있다. 이 논문 외에도 후면 공동 안테나는 무수히 제안되어 훌륭히 잘 쓰이고 있다. 후면 공동 안테나의 장점은 안테나 이득(antenna gain) 개선이다. 즉, 전자파가 구멍 전체로 골고루 퍼지면서 복사되기 때문에 전자파가 집속되는 정도인 안테나 이득이 높아진다. 따라서 애플이 [그림 5] 방식으로 안테나를 설계하면 안테나 이득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애플 이전에 다 알고 있었던 내용이다.

[그림 6] 안테나를 덮은 플라스틱 뚜껑(출처: wikipedia.org)

후면 공동 안테나의 신규성이 없다면 안테나에 뚜껑을 덮는 방식에 신규성이 있다고 주장할 지 모르지만, 후면 공동 안테나를 만드는 사람들은 다 안테나에 뚜껑을 덮는다.[∵ 덮지 않으면 먼지나 불순물이 공진기 내부로 들어올 수 있다.] 특히 레이다(radar)에 사용하는 [그림 6]과 같은 뚜껑은 레이돔(radome: 레이다 덮개, radar dome의 약어)이라 부른다. 후면 공동 안테나에 뚜껑이 없으면 먼지가 끼고 습기도 들어가기 때문에 안테나 보호를 위해 상식적으로 플라스틱 뚜껑을 덮는다. [그림 6]의 레이돔용 플라스틱은 둥글고 [그림 5]의 로고 밑 안테나는 평평하기 때문에 차이난다고 생각한다면, [7]을 보라. 상부층(superstrate)이라 불리는 평평한 유전체로 안테나를 보호함 기본이고 상부층의 유전율과 높이를 조정하여 안테나 이득까지 증가시키고 있다. 이 논문은 이미 1984년전두환 정부 시절에 발표되었다. 즉, 플라스틱이 평평하든지 둥글든지 플라스틱으로 안테나를 감싸는 기술은 너무 범용으로 쓰여 애플 특허의 신규성과 진보성에 문제가 느껴진다.
삼성전자는 [1]과 유사한 로고 안테나를 특허 출원[8]하였으나,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특허 출원을 취하하였다. 특허 전문이 공개된 이후에 출원을 물렀기 때문에, 특허 전문은 여전히 공개가 되며 먼저 출원한 당사자도 삼성전자가 된다. 이 상태에서는 로고 안테나로 광범위하게 특허를 재출원하기는 불가능하다.

[참고문헌]
[1] D. M. LaKomski, "Logo antenna," US Patent No. 6667719, Dec. 2003.
[2] Y. L. Chow and C. W. Fung, "The City University logo patch antenna," Asia-Pacific Microwave Conference, vol. 1, pp. 229–232, Dec. 1997.
[3] C.-L. Hung and W.-C. Weng, "An NCNU-shape planar antenna for multiband applications," Asia-Pacific Microwave Conference, pp. 1990–1993, Dec. 2009.
[4] M. S. Mahmud and S. Dey, "Design, performance and implementation of UWB wearable logo textile antenna," Int. Symp. Antenna Technology and Applied Electromagnetics, pp. 1–4, June 2012.
[5] E. A. Vazquez, G. A. Springer, B. Chiang, D. B. Kough, R. W. Schlub, Y. Jiang, R. A. G. Angulo, R. Caballero, "Dielectric window antennas for electronic devices," US Patent Application No. 12/486,496, June 2009.
[6] J. Galejs and T. Thompson, "Admittance of a cavity-backed annular slot antenna," IRE Trans. Antennas Propag., vol. 10, no. 6, pp. 671–678, Nov. 1962.
[7] N. G. Alexopoulos and D. R. Jackson, "Fundamental superstrate effects on printed circuit antenna efficiency," IEEE MTTS Int. Microwave Symp. Digest, pp. 475–476, May 1984.
[8] 김진우, "휴대 단말기의 로고 안테나 장치", 대한민국 특허 출원번호 1020040094650,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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