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기하학의 비유(Allegory of Geometry): 피타고라스 정리의 증명을 보여주는 여인(출처: wikipedia.org)
현재와 같은 고등 수학을 만들었던 수학적 시초가 무엇인지, 이와 같은 수학 기초를 만든 수학자는 누구인지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수학의 시작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제는 당연히 $1+1$ = $2$이다. 하지만 제안자는 선사 시대의 어느 원시인으로 추정되므로 이건 논외로 하자. 옛날 원시인 천재를 제외하면 또렷이 떠오르는 수학 창시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고대 그리스 시대에 살았던 유클리드Euclid(대략 기원전 325–265) 혹은 에우클레이데스(Εὐκλείδης)이다. 유클리드는 기하학의 아버지(Father of Geometry)란 별명처럼 기하학을 집대성한 위대한 수학자이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개념인지는 우리가 쓰는 기하학(幾何學)의 어원을 보면 명확해진다.
기하학이란 글자는 한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사실 한자가 아니다. 영어 지아머트리(geometry)의 처음 두 음절인 지아를 가차하여 기하(幾何, 중국어로 지허)로 표현했다. 영어 지아머트리는 고대 그리스어 게오메트리아(γεωμετρία, 지표 측량)가 어원이다. 기원전 2000년경한반도 후기 신석기 시대 시작부터 지표 측량을 위해 모아온 경험적 지식을 수학이라는 논리적 구조로 묶어서 자명한 방식으로 증명한 최초의 인물이 유클리드이다.[유클리드가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에 대한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유클리드 이전에도 이런 시도가 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논리적으로 증명한 예는 유클리드가 유일무이하다. 유클리드가 만든 이 수학 체계가 아랍, 유럽, 중국 등을 거쳐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그래서 기하학을 공부할 때, 하품보다는 경이를 먼저 떠올려보자. 우리가 쓰는 기하학이란 말 자체가 고대 그리스로부터 돌고돌아 우리에게 왔기 때문이다.
(a) 피타고라스의 탄생지인 사모스 피타고레이온
(b) 지하 세계에서 나오는 피타고라스
[그림 2] 수학을 만든 철학자 피타고라스(출처: wikipedia.org)
[유클리드의 전기]
유클리드 기하학(幾何學, Euclidean geometry)[1]의 가장 멋진 증명을 꼽을 때 피타고라스의 정리(定理, Pythagorean theorem)는 절대 빠질 수 없다. 다도해로 유명한 에게 해(Aegean Sea)의 섬중 하나인 사모스(Samos) 피타고레이온(Pythagoreion)에서 태어난 피타고라스Pythagoras(대략 기원전 570–495)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하지만 이 정리의 엄밀한 증명은 한참 후대인 유클리드의 원론(原論, Elements)에 쓰여있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피타고라스의 아내 테아노(Θεανώ, Theano)도 수학자였다. 남편 피타고라스와 아내 테아노가 서로 합심해서 고대 수학의 기틀을 만들었다는 멋진 상상을 해볼 수 있다. 1940년에 출판된 [2]에 의하면 현재까지 약 370 여개의 방법으로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할 수 있다. 수학 정리중에서 피타고라스의 정리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증명된 경우는 찾기 어렵다. 이런 정도로 피타고라스 정리의 위상은 매우 높다.
[그림 3] 대수 기반의 증명 방법(출처: wikipedia.org)
현재까지 나온 수백개의 증명 중에서 [그림 3]과 같은 대수(代數, algebra) 기반 증명이 가장 쉽고 이해가 빠르다. 또 다른 유도인 [그림 4]에 있는 재정렬 방법이 좀더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엄밀성 관점에서 [그림 4]의 방법은 세세한 부분까지 다시 증명해야 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
$a, b, c$가 직각 삼각형의 각 변 길이이고 $c$가 가장 긴 변일 때 아래 식 (1)이 성립한다.
(1)
[증명: $a + b$ 관점]
[그림 3]의 아래쪽에 있는 사각형의 면적을 고려하면 아래 식을 얻을 수 있다.
(2)
여기서 두 개의 삼각형이 구성하는 바깥쪽 변 $(a + b)$가 직선임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 증명을 위해 [그림 3]의 아래쪽을 참고한다. 그림을 보면 $a, b, c$가 직각 삼각형을 구성하기 때문에[∵ $\alpha + \beta$ = $90^\circ$] 이 부분은 명확하다.
[증명: $a - b$ 관점]
[그림 3]의 위쪽에 있는 변 길이가 $c$로 표현된 바깥쪽 사각형은 정사각형이다. 왜냐하면 사각형의 각도가 90˚이면서[∵ $a, b, c$가 직각 삼각형을 구성하기 때문에] 길이가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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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클리드는 공리, 정의, 정리를 엄밀하게 연결하여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했지만, 식 (2)와 (3)에서는 단순하고 쉬운 대수학(代數學, algebra)을 이용한다. 대수학은 계산할 때에 숫자를 있는 그대로 쓰지 않고 문자로 교체해서 대신 연산하는 기법이다. 문자를 도입해 사용함으로써 수 체계가 가진 기반 구조를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훨씬 발전된 수학 이론인 대수학을 쓰는 방식이 정통 기하학보다 편리할 때가 더 많다. 하지만 기하학 없는 대수학을 생각하기는 어렵다. 유클리드가 정립했던 기하학이 발전을 거듭하여 정수론, 대수학, 함수론, 미적분학 등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3]. 특히 기하학과 대수학을 연결한 데카르트René Descartes(1596–1650)의 좌표계 기반 대수 기하학(algebraic geometry) 혹은 해석 기하학(analytic geometry)[해석학이 다루는 실수의 완비성(completeness of real numbers)으로 연속성을 가진 기하학을 연구]은 미적분 발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수학을 넘어 전체 인류 역사로 확장하더라도 유클리드는 공전절후하다. 유클리드의 공리–정의–정리 기반의 수학 체계로 인해 인류의 인식 체계가 변화되어 궁극적으로 현대 수학과 과학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유클리드는 정말 나는 전설이다라고 할 만하다. 만약 인류 멸망으로 인해 짧은 단 하나의 지식만 소수의 생존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직각 삼각형(right-angled triangle) 하나면 충분하다. 자신들에게 전해진 직각 삼각형의 비밀을 풀기 위해 생존자들이 계속 고민하여 새로운 공리와 정리를 찾을 것이며 언젠가 제2의 유클리드가 등장하여 현재와 같은 고등 문명을 다시 건설할 것이기 때문이다.
[표 1] 수학 체계 구성 용어
유클리드가 시작하여 현대 수학까지 이른 수학적 체계를 구성하는 용어는 [표 1]과 같다. 비슷하면서 미묘하게 다른 면이 있으므로 잘 기억해야 한다. [표 1]의 용어만 잘 알아도 앞으로 수학책 읽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예를 들어, 피타고라스의 정리 (1)을 이용하면 산술–기하 평균 부등식(inequality of arithmetic and geometric means) (4)가 쉽게 증명된다. 이 부등식 증명에 피타고라스 정리를 사용하면 따름 정리가 된다. 물론 이 부등식은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의지하지 않고 증명될 수 있으므로, 항상 피타고라스 정리의 따름 정리가 되지는 않는다.
[그림 5] 산술–기하 평균 부등식의 기하학적 의미
[산술–기하 평균 부등식]
(4)
여기서 $a$와 $b$는 양수이며 등호는 $a$ = $b$에서 성립한다.
[증명: 피타고라스의 정리 이용]
[그림 5]처럼 지름이 $a$와 $b$인 원을 정렬해서 배치하면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의해 다음이 성립한다.
(5)
원의 중심이 만드는 기하 구조는 직각 삼각형이므로, 빗변[= $(a+b)/2$]은 밑변[= $\sqrt{ab}$]보다 반드시 커야 한다. 또한 빗변이 밑변과 같아지는 경우는 높이가 0인 경우 뿐이다. [그림 5]에서 삼각형의 높이가 0임은 당연히 $a$ = $b$를 의미한다.
[증명: 곱셈 공식 이용]
곱셈 공식을 사용하면 다음 부등식이 항상 성립해야 한다.
(6)
이 식을 이항해서 정리하면 식 (4)가 얻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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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의 정리 증명 때와 마찬가지로 대수학을 사용한 증명이 기하학을 직접 쓰기보다 간편하다. 하지만 시각적 직관 관점에서는 [그림 5]와 같은 방식이 훨씬 더 유용하다. 대수적 계산 없이 기하학적으로 원을 배치하면 신기하게도 산술–기하 평균 부등식이 증명되고 등호가 성립하는 경우까지 저절로 나온다. 식 (4)를 확장하여 일반화 산술–기하 평균 부등식(generalized inequality of arithmetic and geometric means)도 쉽게 증명할 수 있다[5].
[일반화 산술–기하 평균 부등식]
(7)
여기서 등호는 $x_1$ = $x_2$ = $\cdots$ = $x_n$인 경우에 만족된다.
[증명]
여기서 $x_i$ = $a_i^n$ 혹은 $a_i$ = $\sqrt[n]{x_i}$이다. 식 (9)가 맞다고 생각하고 $n$을 하나 더 증가시킨 후, 식 (9) 좌변의 마지막 두 항에 식 (8)을 적용한다.
식 (4)를 여러 항으로 확장하여 식 (7)과 같이 기술한다. 식 (7)의 실제적인 증명에는 다음 부등식을 활용한다[5].
(8)
여기서 $a_1 \ge a_2$, $b_1 \ge b_2$이다. 식 (7)의 우변에 있는 거듭제곱근은 다루기 어려우므로, 식 (7)을 살짝 바꾸어 다음과 같이 변형한다.
(9)
(10)
여기서 $a_1 \ge a_2 \ge \cdots a_n \ge a_{n+1}$이다. 식 (10)의 항인 $a_{n-1} a_{n-1}^n$과 $a_n a_{n+1}^n$에 대해 다시 식 (8)을 적용한다.
(11)
식 (11)과 같은 과정을 계속 반복해서 다음 최종 결과를 얻는다.
(12)
식 (4)에 의해 $n$ = $2$일 때 식 (9)가 성립하기 때문에, $n$ = $3$인 경우도 식 (12)에 의해 만족된다. 이 과정은 계속 반복될 수 있어서 모든 $n$에 대해 식 (7)이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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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 (12)를 증명할 때 사용한 방법은 수학적 귀납법(數學的歸納法, mathematical induction)이라 부른다. 수학적 귀납법은 자연수의 성질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연수는 가장 작은 수가 있고 이 수를 하나씩 키워가면 무한대까지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수학적 귀납법의 증명 과정은 다음을 따른다.
- 가장 작은 수 $n$ = $n_0$에 대해 명제를 증명한다.
- 만약 $n$에서 성립한다면, $n+1$에서도 만족됨을 보인다.
- 따라서 $n \ge n_0$에 대해 이 명제는 항상 성립한다.
수학적 귀납법은 간단하면서도 강력해서 수학의 많은 분야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참고문헌]
[2] E. S. Loomis, The Pythagorean Proposition, The National Council of Teachers of Mathematics, 2nd ed., 1940.
[3] J. Dieudonne, "The historical development of algebraic geometry," The American Mathematical Monthly, vol. 79, no. 8, pp. 827–866, Oct. 1972.
[4] 이한기, 수학의 맛 이야기 ③ 피타고라스 정리: 빠질 수 없는 소금, 사이언스올. (방문일 2017-09-26)
[4] 이한기, 수학의 맛 이야기 ③ 피타고라스 정리: 빠질 수 없는 소금, 사이언스올. (방문일 2017-09-26)
[5] Y. Uchida, "A simple proof of the geometric-arithmetic mean inequality," Journal of Inequalities in Pure and Applied Mathematics, vol. 9, no. 2, 2008, art. no. 56.
[6] 유필상, "물리수학: 수학과 물리학의 더욱 놀라운 만남", HORIZON, 2023년 9월. (방문일 2023-11-14)
[다음 읽을거리]
1. 삼각 함수
2. 유클리드 기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