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7일 월요일

피타고라스의 정리(Pythagorean theorem)

현재와 같은 고등 수학을 만들었던 수학적 시초가 무엇인지, 이와 같은 수학 기초를 만든 수학자는 누구인지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수학의 시작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제는 당연히 "$1+1=2$"이다. 하지만 제안자는 선사 시대의 어느 원시인일 것으로 추정되므로 이건 논외로 하자. 옛날 원시인 천재를 제외하면 또렷이 떠오르는 수학 창시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고대 그리스 시대에 살았던 유클리드(Euclid, 대략 기원전 325-265) 혹은 에우클레이데스(Εὐκλείδης)이다. 유클리드는 "기하학의 아버지(Father of Geometry)"란 별명처럼 기하학을 집대성한 위대한 수학자이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개념인지는 우리가 쓰는 기하학(幾何學)의 어원을 보면 명확해진다.
기하학이란 글자는 한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사실 한자가 아니다. 영어 지아머트리(geometry)의 처음 두 음절인 "지아"를 가차하여 기하(幾何, 중국어로 "지허")로 표현한 것이다. 영어 지아머트리(geometry)는 고대 그리스어 게오메트리아(γεωμετρία, 지표 측량)가 어원이다. 기원전 2000년경(한반도 후기 신석기 시대 시작)부터 지표 측량을 위해 모아온 경험적 지식을 수학이라는 논리적 구조로 묶어서 자명한 방식으로 증명한 최초의 인물이 유클리드이다. (유클리드가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에 대한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유클리드 이전에도 이런 시도가 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논리적으로 증명한 예는 유클리드가 유일무이하다. 유클리드가 만든 이 수학 체계가 아랍, 유럽, 중국 등을 거쳐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그래서 기하학을 공부할 때, 하품보다는 경이를 먼저 떠올려보자. 우리가 쓰는 기하학이란 말 자체가 고대 그리스로부터 돌고돌아 우리에게 왔기 때문이다.

[그림 1] 재정렬에 의한 증명 방법(출처: wikipedia.org)

[그림 2] 대수 기반의 증명 방법(출처: wikipedia.org)

유클리드 기하학(幾何學, Euclidean geometry)[1]의 가장 멋진 증명을 꼽을 때 피타고라스의 정리(定理)는 절대 빠질 수 없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피타고라스(Pythagoras, 대략 기원전 570-495)가 증명했다는 전설이 전해지지만, 정확한 증명은 유클리드의 원론(原論, Elements)에 있다. [2]에 의하면 현재까지 약 370 여개의 방법으로 피타고라스 정리를 증명할 수 있다. 수학 정리중에서 피타고라스의 정리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증명된 경우는 찾기 어렵다. 그 정도로 피타고라스 정리의 위상이 높다는 것이다.


[유클리드의 전기]

여러 증명중에서 [그림 2]와 같은 대수(代數, algebra) 기반 증명이 가장 쉽고 이해가 빠르다. 물론 [그림 1]의 재정렬 방법이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엄밀하게 증명하려면 [그림 1]의 방법도 세세한 부분까지 증명해야 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
$a, b, c$가 직각 삼각형의 각 변 길이이고 $c$가 가장 긴 변일 때 아래 식 (1)이 성립한다.

                          (1)

[증명: $a + b$ 관점]
[그림 2]의 아래쪽에 있는 사각형의 면적을 고려하면 아래 식을 얻을 수 있다.

                          (2)

여기서 두 개의 삼각형이 구성하는 바깥쪽 변 $(a + b)$가 직선인 것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 증명을 위해 [그림 2]의 아래쪽을 참고하자. 그림을 보면 $a, b, c$가 직각 삼각형을 구성하기 때문에(∵ $\alpha + \beta$ = 90도) 이 부분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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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 $a - b$]
[그림 2]의 위쪽에 있는 변 길이가 $c$로 표현된 바깥쪽 사각형은 정사각형이다. 왜냐하면 사각형의 각도가 90도이면서(∵ $a, b, c$가 직각 삼각형을 구성하기 때문에) 길이가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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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클리드는 공리, 정의, 정리를 엄밀하게 연결하여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했지만, 식 (2)와 (3)에서는 단순하고 쉬운 대수학을 이용했다. 대수학이 더 발전된 수학 이론이므로, 정통 기하학보다 대수학을 쓰는 것이 더 유리할 때가 많다. 하지만 기하학 없는 대수학을 생각하기는 어렵다. 유클리드가 정립한 기하학이 발전을 거듭하여 정수론, 대수학, 함수론, 미적분학 등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3]. 특히 기하학과 대수학을 연결한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의 대수 기하학(algebraic geometry) 혹은 해석 기하학(analytic geometry)은 미적분 발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수학을 넘어 전체 인류 역사로 확장하더라도 유클리드는 공전절후하다. 유클리드의 공리/정의/정리 기반의 수학 체계로 인해 인류의 인식 체계가 변화되어 궁극적으로 현대 수학과 과학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유클리드는 정말 "나는 전설이다"라고 할 만하다. 만약 인류 멸망으로 인해 짧은 단 하나의 지식만 소수의 생존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직각 삼각형(right-angled triangle) 하나면 충분하다. 생존자들이 전달된 직각 삼각형의 비밀을 풀기 위해 계속 고민하여 새로운 공리와 정리를 찾을 것이며 언젠가 제2의 유클리드가 등장하여 현재와 같은 고등 문명을 다시 건설할 것이기 때문이다.

[표 1] 수학 체계 구성 용어

유클리드가 시작하여 현대 수학까지 이른 수학적 체계를 구성하는 용어는 [표 1]과 같다. 비슷하면서 미묘하게 다른 면들이 있으므로 잘 기억해두자. [표 1]의 용어만 잘 알아도 앞으로 수학책 읽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피타고라스의 정리 (1)을 이용하면 산술-기하 평균 부등식(inequality of arithmetic and geometric means) (4)가 쉽게 증명된다. 이 부등식 증명에 피타고라스 정리를 사용하면 따름 정리가 된다. 물론 이 부등식은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의지하지 않고 증명될 수 있으므로, 항상 피타고라스 정리의 따름 정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림 3] 산술-기하 평균 부등식의 기하학적 의미

[산술-기하 평균 부등식]

                          (4)

여기서 $a$와 $b$는 양수이며 등호는 $a = b$에서 성립한다.

[증명: 피타고라스의 정리 이용]
[그림 3]처럼 지름이 $a$와 $b$인 원을 정렬해서 배치하면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의해 다음이 성립한다.

                          (5)

원의 중심이 만드는 기하 구조는 직각 삼각형이므로, 빗변($(a+b)/2$)은 밑변($\sqrt{ab}$)보다 반드시 커야 한다. 또한 빗변이 밑변과 같아지는 경우는 높이가 $0$인 경우 뿐이다. [그림 3]에서 삼각형의 높이가 $0$이라는 것은 당연히 $a = b$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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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 곱셈 공식 이용]
곱셈 공식을 사용하면 다음 부등식이 항상 성립해야 한다.

                          (6)

이 식을 이항해서 정리하면 식 (4)가 얻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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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의 정리 증명 때와 마찬가지로 대수학을 사용한 증명이 기하학을 직접 쓰는 것보다 간편하다. 하지만 시각적 직관 관점에서는 [그림 3]과 같은 방식이 훨씬 더 유용하다. 대수적 계산 없이 기하학적으로 원을 배치하면 신기하게도 산술-기하 평균 부등식이 증명되고 등호가 성립하는 경우까지 저절로 나온다.

[참고문헌]
[3] J. Dieudonne, "The historical development of algebraic geometry," The American Mathematical Monthly, vol. 79, no. 8, pp. 827-866, Oct. 1972.

[다음 읽을거리]
1. 삼각 함수

댓글 16개 :

  1. 웹툰 정주행 하는 느낌이네요. 즐거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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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방문 감사합니다. ^^ 수학을 웹툰으로 느낄 정도라니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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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말 웹툰 정주행같음
    바보로 느껴질까봐 여기부터 읽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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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천~천~히~ 하세요. ^^ 늦게 한다고 수학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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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DFT이해할려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러다 또 포기하겠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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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딘가님, 포기하면 어떻습니까! 다시 시작하면 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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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데시벨 이해하려다 여기까지 왔네요. 바보되기 싫어서 여기서부터 다시 공부하겠습니다. 지금 외국 회사 연구소 신입사원인데... 동기들에게도 홈페이지 공유를 해야할것 같네요 ㅋㅋㅋ 열심히 정주행 하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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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태준님, 처음 방문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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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학원있는 학우들이 부럽지 않을정도네요~
    정말 잘 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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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학원보다는 스스로가 답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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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바보는 되기 싫고 ㅎㅎㅎ
    나이 먹어서 다시 보니 참 새롭네요
    마이크로 전자파 자료 보다가 계속 보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바보되지 않게 정주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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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방문 감사합니다, 고호선님. ^^
      블로그의 첫번째 꼬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앞으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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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ㅓ저기 길이가 왜 루트에이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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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하면 밑변 길이가 바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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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거북이님 수고많으십니다. 저도 푸리에 찾다가 여기까지 와서 결국 글을 쓰고 있네요. 뭔가 고민에 고민을 더해 해답을 찾아가는것. 존경드립니다. 정말 궁금합니다. 머하시는 분이신가요? ^^;;(기분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ㅠㅠ) 아무래도 팬 될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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