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분 방정식의 의미
식 (1)과 같은 1계 상미분 방정식(the first order ordinary differential equation)은 해의 존재성과 유일성이 수학적으로 증명되므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1)
하지만 식 (1)은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서 좀더 단순화된 상미분 방정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실제로는 식 (1)의 함수 $f(x, y)$가 선형성을 가진다고 가정해 식 (2)와 같은 선형 상미분 방정식(線形 常微分方程式, linear ordinary differential equation, linear ODE)을 다룬다.
(2)
직선을 표현하는 선형 함수 $f$ = $py+q$를 고려하면 식 (2)가 가진 선형성은 이해가 된다. 만약 $q(x)$ = $0$이라면, 식 (2)는 더욱 재미있는 성질을 가진다. 함수 $y_1, y_2$가 식 (2)를 만족하는 해일 때, 선형 결합 $y_3$도 당연히 해가 된다. 이 성질은 다음과 같은 고계(高階) 선형 상미분 방정식에도 성립한다.
(3)
즉, 식 (3)은 미분 방정식이 생긴 모양만 선형이 아니라 미분 방정식의 해도 선형성을 가진다. 그래서 식 (3)에 대한 미분 방정식의 해를 일반해(general solution) $y_g$라고 한다. 왜냐하면 초기 조건이 없는 경우 해를 무한히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q(x)$ = $0$인 경우는 다른 말로 동차(同次) 선형 상미분 방정식(homogeneous linear ODE)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미분 연산자가 동차 함수(homogeneous function) 관계를 만족하기 때문이다.[∵ 해 $y$에 $\alpha$를 곱하면 미분 연산자 바깥으로 $\alpha$가 나와서 1차 동차 함수가 된다.] 식 (4)에서 $q(x) \ne 0$을 고려한 경우는 특수해(particular solution) $y_p$라고 한다. 또한, 동차의 반대말로 $q(x) \ne 0$인 경우는 비동차(非同次, nonhomogeneous)라고 부른다. 일반해 $y_g$와 특수해 $y_p$를 모두 합치면 $n$계 선형 상미분 방정식인 식 (4)를 만족하는 해 $y$가 된다.
(4)
식 (4)에 있는 상수 $c_1, c_2, \cdots, c_n$은 초기 조건으로 정해야한다. 그런데, $n$계 선형 상미분 방정식인 경우 일반해와 상수의 개수는 왜 $n$개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식 (5)에 있는 $n$계 상미분 방정식 해의 유일성을 고려해야한다.
(5)
일반해는 식 (4)처럼 $y_1, y_2, \cdots, y_n$의 선형 결합으로 구성할 수 있다. 만약 일반해가 $n-1$개만 있다면 식 (5)의 초기 조건 $n$개 중에서 $n-1$개만 만족시킬 수 있다. 이 부분은 문제이다. 만약 일반해가 $n+1$개라면 식 (5)의 초기 조건 $n$개를 대입하더라도 나머지 1개의 상수값을 결정할 수 없다. 이러면 상미분 방정식 해의 유일성에 위배된다. 그래서 당연히 일반해와 상수의 개수는 $n$개여야 한다.
해의 유일성으로 인해 생겨나는 또 다른 재미있는 성질은 식 (6)에 도입한 함수 행렬(functional matrix) $\bf W$이다.
(6)
해의 유일성이 있기 때문에 식 (6)에 있는 함수 행렬 $\bf W$는 반드시 역행렬(inverse matrix)을 가져야한다. 역행렬 존재성을 손쉽게 표현하는 방법은 행렬식(determinant)이므로 새롭게 아래와 같은 함수 행렬식(Wronskian or functional determinant)을 정의한다.
(7)
상수 $c_1, c_2, \cdots, c_n$은 유일하게 정해져야 하므로 함수 행렬식은 항상 $0$이 아니다. 식 (7)에 정의한 함수 행렬식은 이를 도입한 수학자 브룅스키(활동한 프랑스 기준)Józef Maria Hoene-Wroński(1776–1853) 혹은 브로인스키(태어난 폴란드 기준) 이름을 따서 브룅스키안[프랑스어] 혹은 론스키안[영어]으로도 부른다. 함수 행렬식 개념이 좋기 때문에 초기 조건 뿐만 아니라 어떤 임의 함수의 상호 독립성을 따질 때도 사용한다. 예를 들어 함수 $f, g$의 함수 행렬식은 $W(f, g)$ = $fg' - f'g$가 된다. 함수 $f, g$가 종속이 아니라면 당연히 함수 행렬식이 $0$이 아니므로, 함수 행렬식을 계산함으로써 함수의 종속성 혹은 독립성을 판별할 수 있다. 혹은 선형 대수학(linear algebra)적으로 생각해서 함수 행렬식이 $0$이면, 함수 행렬식을 구성한 함수들은 선형 종속(linear dependence)이다. 반면에 $0$이 아닌 함수 행렬식으로 식 (6)을 계산하면, 식 (6)에 있는 $c_1, c_2, \cdots, c_n$은 $0$이 나오므로 함수들은 서로 선형 독립(linear independence)이 된다. 즉, 함수 행렬식 $W(\cdot)$를 이용해서 함수들의 선형 독립 혹은 종속을 쉽게 판정할 수 있다.
식 (4)에서 $q(x)$ = $0$이고 $p(x)$가 상수인 경우는 상수 계수 선형 상미분 방정식(linear ODE with constant coefficients)이 된다.
(8)
식 (8)처럼 상수 계수인 경우는 상미분 방정식의 해가 매우 단순하게 표현된다. 예를 들어, 식 (8)의 해를 지수 함수(exponential function)라고 가정해 지표 방정식(indicial equation) 혹은 특성 방정식(characteristic equation)을 만든다.
(9)
식 (9)의 첫째 줄과 같은 단순 치환에 의해 식 (8)의 미분 방정식이 식 (9)의 마지막 줄에 있는 대수 방정식(代數方程式, algebraic equation)으로 바뀐다. 이 대수 방정식은 대수학의 기본 정리(代數學 基本定理, fundamental theorem of algebra)에 의해 $n$개의 해를 복소수 영역에서 반드시 가진다. 식 (9)에 제시한 방법론은 깔끔하지만 식 (9)의 대수 방정식이 중근(重根, multiple root)을 가지면 문제가 된다. 중근인 경우 식 (6)에 있는 일반해 $y_1, y_2, \cdots, y_n$ 중에서 같은 함수가 반드시 있기 때문에 상수 $c_1, c_2, \cdots, c_n$을 조정해서 임의의 초기 조건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식 (6)에 있는 함수 행렬 $W$의 역행렬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초기 조건을 만족하는 상수 $c_1, c_2, \cdots, c_n$이 없을 수도 있고 무한히 많을 수도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다음 미분 방정식을 고려한다.
(10)
식 (10)의 미분 방정식을 식 (9)의 방법대로 대수 방정식으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11)
식 (10)의 미분 방정식은 식 (11)과 같이 이중근을 가지므로 일반해 $y_1, y_2$는 서로 같다. 그래서, $c_1, c_2$를 아무리 조정해도 식 (10)의 초기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다.[혹은 $y_0'$ = $1$이라면 $y$ = $\exp(x)$가 답이 된다.] 즉, 식 (11)의 마지막 줄에 제시한 $y_1, y_2$는 식 (10)의 해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식 (10)의 해를 구하려면 피카르의 반복법(Picard's iteration method)을 이용해야한다.
(12)
(13)
식 (13)과 같이 2계 선형 상미분 방정식의 해를 좀더 체계적으로 구하는 방법은 계수(階數) 혹은 계층수(階層數) 축소법(reduction of order)이다. 그래서 하나의 해 $y_1$을 알 때 독립적인 해 $y_2$를 아래와 같이 가정한다.
(14)
여기서 $u$는 상수가 아닌 $x$의 함수이다. 식 (14)에서 $y_2$를 $y_1$의 단순 치환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a,b,c$가 상수 계수가 아니어도 식 (14)의 최종식은 항상 성립한다. 만약 $y_1$이 식 (11)과 같이 중근을 가진다면 $u$는 아래와 같이 표현된다.
(15)
식 (15) 관점에서 식 (13)의 최종 결과를 보면 우리 접근법이 성공적임을 알 수 있다. 일반해를 다음과 같이 가정해 식 (10)의 초기 조건을 대입하면 식 (13)의 최종 결과가 얻어진다.
(16)
미분 방정식 (8)을 대수 방정식 (9)로 바꾸는 방식은 단순해보이지만 미분 방정식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한 접근법이다. 따분한 식이고 귀찮은 절차라고만 보면 발전이 없지만, 계산 절차인 연산(演算, operation)과 실질적으로 숫자인 대수(代數, algebra)를 동등하게 놓고 대응시키는 개념은 헤비사이드Oliver Heaviside(1850–1925)에 의해 페이저(phasor)와 연산 미적분학(operational calculus)을 탄생시켰다. 시간 미분 $d/dt$를 복소수 $j \omega$로 치환해서 계산하는 페이저 기법은 교류 회로 이론을 단순한 복소수 계산으로 변형한다. 연산 미적분학은 더 적극적으로 미분 연산 $d/dt$를 대수 $p$로 바꾸고 숫자처럼 무한 급수를 만들어서 미분 방정식의 해를 구한다. 연산 미적분학은 더 발전해서 요즘은 라플라스 변환(Laplace transform)으로 쓰인다.
[다음 읽을거리]
1. 멱급수 기반 상미분 방정식
2. 1계 선형 상미분 방정식
3. 스튀름–리우빌 이론
잘읽고가요
답글삭제예, 감사합니다.
답글삭제식(7)와 (8)사이 설명에서는
답글삭제W(f,g)=fg′−fg′
이렇게 되어 있는데,
W(f,g)=fg′−f′g
로 바꾸어야 하는건 아닌런지요?
벌써 두 개째네요, 지적 계속 감사드립니다, 곰유님. ^^
삭제상미분방정식의 실생활 속의 예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답글삭제선형 상미분 방정식은 매우 일반적인 미분 방정식입니다.
삭제물리학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응용들이 미분 방정식의 훌륭한 예입니다.
uy1 의 꼴이 모든 함수의 형태를 표현하는 방법이 될수있나요? 아니면 상수계수같은 어떤 특정형태에서만 사용가능한 가정인가요?
답글삭제식 (14)를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삭제- 임의의 함수를 표현한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어차피 $u$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요.
- 식 (14)는 상수 계수가 아니어도 성립하는 방정식입니다.
그런데, n차 선형 상미분 방정식인 경우 일반해와 상수의 갯수는 왜 n개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식 (5)에 있는 n차 상미분 방정식 해의 유일성을 고려해야한다.
답글삭제-> 유일성 증명할 때 썼던 방법대로 하자면, 예를 들어 2계 상미분일 경우 초기조건이 2개 주어지므로 만약 답이 2개 y1, y2가 있다고 가정하면
1. y1(0)이 y(0)을 만족하고 y2(0)=0
2. y2'(0)이 y'(0)을 만족하고 y'1(0)=0
이런 식으로 고차도 따라가는 게 맞나요?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단순하게 미지수가 2개, 방정식이 2개라 생각하면 됩니다.
삭제음.. 그렇다면 차수에 상관없이 총 초기 조건이 n개만 주어지면 풀 수 있는 거네요. 그런데 그럴 경우 미분 방정식의 의미에 써 놓으셨던 마지막 예시처럼 해의 유일성이 성립 안될 수도 있는 거 맞나요..?
삭제감사합니다
차수가 n차이기 때문에 초기 조건이 n개입니다. 이걸 만족해야 해의 유일성이 성립합니다.
삭제아, 죄송합니다. 제가 말을 잘못해서.. n차일 경우, 초기조건이 n개만 주어 진다면.. 예를 들어 y에 대해 n개 주어지든 y'에 대해 n개 y''에 대해 n개든 주어지든 답을 구할 수 있긴 한데, 미분 방정식의 의미에서 써 놓으셨던 마지막 예시처럼 해의 유일성이 성립 안될 수도 있는 거네요.
삭제네, 초기 조건은 적절하게 주어져야 해의 유일성이 성립합니다.
삭제음.. 해가 n개여야 하는 이유는 식 (4)에서 계수들을 구하기 위함인데.. 이게 해를 구하는 충분조건이라서 이런 식을 쓰는 건가요?
삭제음.. n차 ode의 solution space basis가 n개인걸 보여주실 수 있나요 ㅠㅠ 제가 좀 모자라서 뭔가 이해가 안가면 자꾸 찝찝하네요 ㅜㅜ
상미분 방정식 해의 유일성이 먼저 입니다. 이게 증명이 된 후 나온 결과가 질문하신 부분입니다. 이 부분을 집중해서 생각해보세요, 이재님. ^^
삭제으아 감사합니다. 붙들고 있으니 느리나마 진전이 있네요 ㅎㅎ..
삭제전파거북이님이 올려주신 정말 귀한 자료들 틈틈히 들어와 정말 잘 보구 있습니다 ^^ 그런데 오늘 들어와보니 올려주신 글들에서 표시가 되지 않는 식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이 포스트에서 식 (11) (13) 등 ) 이번 방학중에 블로그 글들을 정주행하려는데 이부분들이 빠지면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 염려되네요 ㅜㅜ 확인 부탁드립니다!
답글삭제지금은 잘 나오네요. 구글쪽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씩 나올 때가 있어요. F5 눌러서 다시 한 번 보세요. ^^
삭제항상볼때마다 감탄하고갑니다
답글삭제전자닌자님, 칭찬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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