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7일 토요일

살아남을까, 전력선 통신(PLC: Power-Line Communication)?

어느 곳에나 설치되어 있는 전력선(電力線, power line)을 이용하여 정보(情報, information)를 주고 받는 방식이 [그림 1]의 전력선 통신(PLC: Power-Line Communication or BPL: Broadband over Power- Lines)이다.

[그림 1] 전력선 통신의 망 구성 방법(출처: wikipedia.org)

[그림 1]처럼 특정 위치에서 고전력이 흐르는 전력선에 정보를 담고 있는 변조 신호(變調信號, modulated signal)를 가해준다. 그러면 이 장치가 송신기(transmitter) 역할을 해서 전력선을 통해 변조된 정보 신호가 전력선이 가설된 어느 영역이든지 전달될 수 있게 한다. 변조된 신호를 복조(復調, demodulation)하기 위해서는 [그림 2]와 같은 PLC 전용 수신기(receiver)가 필요하게 된다. [그림 1]에서 두 줄로 된 주황선이 전력선, 파란색 장치가 [그림 2]의 PLC용 송수신기(transceiver), 한줄로 된 빨간선이 통신망 연결선이다. 전력선의 특정 위치[그림 1의 왼쪽 위 컴퓨터]에서 인터넷 연결이 설정되면 이곳에서 PLC 송수신기를 달아 전체 전력선 연결 부위[그림 1의 중앙 아래와 오른쪽 위 컴퓨터]가 변조된 정보 신호를 받도록 만들 수 있다.

[그림 2] PLC용 송수신기(출처: wikipedia.org)

전세계적으로 전력선에 쓰이는 교류 주파수(frequency)는 50 혹은 60 Hz이므로[우리나라는 60 Hz 채택] 변조 신호는 이 주파수보다 훨씬 높게 잡는다. 그래서 PLC용 송수신기의 전력선쪽 입력단에는 반드시 HPF(고주파 통과 필터, High Pass Filter)를 배치하고 있다. 또한, 전력선에 추가된 변조 신호는 일반적으로 변압기(變壓器, transformer)를 통과할 수 없으므로[∵ 변압기는 60 Hz와 같은 저주파 통과를 목적으로 설계되어 고주파 신호는 감쇠가 매우 심해진다.] 통신망 연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통 사용하는 변조 주파수 대역은 9~500 kHz, 10~450 kHz, 15~500 kHz, 20~200 kHz, 24~500 kHz, 1.6~30 MHz, 1.6~80 MHz 등으로 다양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력선 통신(PLC)의 전망이 아주 밝아보인다. 하지만, PLC의 가장 큰 문제는 WLAN(Wireless Local Area Network)에 대한 비교 우위 확보이다. WLAN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그림 1]과 같은 PLC 기반 근거리 통신망을 가정이나 회사에 꾸며서는 WLAN보다 좋은 통신망을 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WLAN은 무선이라는 분명한 장점이 있으며 통신 환경도 PLC보다는 좋기 때문이다. 여기서 PLC가 쓰는 전력선은 통신용이 아니라 전기를 이송하는 것이 목적임을 기억한다. 즉, 매우 큰 60 Hz 교류가 변조 신호의 강력한 잡음(noise)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PLC의 통신 환경은 일반적인 무선 통신보다 훨씬 더 나쁘다. 또한 전력선은 여러 개의 선을 전선관(conduit)에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파수가 높을수록 혼선(crosstalk)이 잘 생겨 잡음이 더 많아진다. 전력선 배선도 60 Hz가 기준이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가설하더라도 전기는 비교적 이송이 잘 된다. 하지만, 고주파는 전송선(transmission line) 효과 때문에 전력선의 배선 방법에 따라 감쇠(減衰, attenuation)가 급속도로 일어날 수 있다. 고주파가 전송선을 통해 잘 전송이 되려면 특성 임피던스(characteristic impedance)가 일정해야 하지만, 배선이 바뀌면 전송선의 기하 구조가 바뀌어 특성 임피던스가 바뀐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반사(reflection)가 생겨 고주파 신호가 감쇠된다. 또한, 전송선에 존재하는 저항(resistance)과 컨덕턴스(conductance)도 주파수가 증가하면 필연적으로 커지므로, 전송선의 감쇠 특성도 주파수가 증가할수록 나빠진다. 교류 회로적으로 보더라도 주파수가 올라갈수록 감쇠가 심해진다. 예를 들면 전력선이 지나가는 인근에 접지(ground)가 있으면 전기 용량(capacitance)이 생긴다. 전기 용량이 생기더라도 60 Hz는 영향을 거의 받지 않지만 고주파 신호는 접지를 통해 신호가 빠져나가 버린다.[∵ 커패시터(capacitor)의 임피던스(impedance)를 생각한다. 커패시터는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임피던스가 낮아져 전류를 흘리기 쉽다.] 이런 특성이 PLC의 감쇠 현상을 심각하게 한다. 동일한 건물내에서 PLC의 감쇠 특성을 대략적으로 측정해보면 10~100 kHz 대역에서 10~30 dB 근방, 0.3~5 MHz 대역은 30~45 dB 근방[2], 5~30 MHz 대역은 45~50 dB 근방[2]이 된다. 예외적으로 전선관(conduit)이 도파관(waveguide) 역할을 하게 되면 주파수가 올라가더라도 감쇠가 심해지지 않고 개선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우연의 일치이기 때문에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다.[전선관을 잘 설계해서 감쇠 특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마라. 동축선(coaxial cable)으로 배선하면 더 편하고 더 효율적이다.]
다른 관점으로는 전력선의 부하 특성(load characteristics)이 있다. 우리집에서 전기를 거의 쓰지 않을 때와 냉장고, TV, 컴퓨터, 에어컨 등을 동시에 쓸 때는 전력선의 부하 특성이 다르다. 60 Hz 입장에서는 걸리는 전압이 다소 바뀌는 정도이지만 고주파 입장에서는 전송선의 입력 임피던스(input impedance)나 출력 임피던스(output impedance)가 바뀌는 문제이므로, 반사파(reflected wave) 특성이 심하게 바뀌게 된다. 입력이나 출력 임피던스가 어떻게 변경될지 모르기 때문에 PLC 변조 신호 전송이 잘 되도록 특정 조건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PLC의 주요한 문제점은 잡음(noise), 감쇠(attenuation), 부하 특성(load) 등이 된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PLC 기술을 이용해서 유선 인터넷망이 들어가지 않는 산간 벽지에 유선 통신망 가설없이 기존에 설치된 전력선망을 이용해서 가상 인터넷망을 구성해준다는 구상은 다소 허황됨을 알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아래의 섀넌–하틀리 정리(Shannon–Hartley theorem)를 본다.

                       (1)

여기서 $C$는 채널 용량(channel capacity), $B$는 대역폭(bandwidth), $S/N$은 신호 대 잡음비(Signal-to-Noise Ratio, SNR)이다. PLC 입장에서는 잡음 $N$이 계속 커지고 있고 신호 감쇠도 커지고 부하 특성은 계속 바뀌기 때문에, $S$는 기하급수적으로 작아지고 있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전송선로 길이가 길어질수록[혹은 산골로 더 깊이 들어갈수록] $C$는 급속도로 작아지게 된다. 즉, 제대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요즘 들어 100 MHz 초과 변조 신호를 사용하는 PLC도 연구되고 있지만 고주파 감쇠와 전력선이 뿜어내는 EMI(전자파 간섭 혹은 장애, ElectroMagnetic Interference)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림 3] 지능형 계량기(출처: wikipedia.org)

그러면 PLC는 쓸데없는 기술인가? 아니다. 원래 PLC 관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PLC는 원래 저속으로 전력 특성을 외부에서 제어하고 전력 사용 정보를 외부로 전송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요즘 사용하는 말로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가정 자동화(home automation) 등을 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 PLC였으나 응용 범위를 고속 및 대용량 정보 전송으로 확대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스마트 그리드는 지능적으로 전력 수요를 예측해 전력 시스템 사용 효율을 극대화하자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이나 공장의 전력 사용량을 측정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래서 [그림 3]과 같은 지능형 계량기(smart meter)를 사용한다. 이 계량기에서 획득한 정보를 중앙 서버에 모을 때는 유선이나 무선이 다 가능하다. 현재는 편리한 무선이 대세이지만 집집마다 무선 지능형 계량기 달기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SKT/KT/LGT와 같은 이동 통신 회사 입장에서는 돈을 받을 수 있으니 항상 무선을 주장하지만, 스마트 그리드는 철저히 한국전력 관점에서 봐야 한다. 어차피 계량기는 달아야 하기 때문에 한국전력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PLC 지능형 계량기가 답이다. 무선 사용료도 SKT/KT/LGT에 지불할 필요가 없다.] 현실적인 대안은 각 가정의 전력 사용량은 PLC 기반의 유선 지능형 계량기에서 처리한다. 이 다음에 주상 변압기[각 가정에 220 V를 공급하는 전신주에 있는 변압기]에서 모아 동축선과 같은 전송선이나 대용량인 경우 밀리미터파(millimeter-wave) 무선 시스템으로 한국전력 측에 전달하면 타당할 것이다[1]. 가정 자동화도 PLC가 답이다. PLC 시작은 1975년에 개발한 X10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X10은 전력선에 제어 신호를 같이 보내는 초보적인 가정 자동화 장치이다. 현재처럼 기술이 성숙된 상황에서는 애플(Apple)의 구호인 그냥 돼(It just works!)가 되도록 가정 자동화를 만들 수도 있다. 이 접근법의 핵심에 PLC가 있다. 즉 다른 장비를 새로이 설치할 필요없이 PLC 기반 지능형 콘센트(smart plug)를 꽂으면 가정 자동화가 완성되어야 한다. 또한 한국의 아파트 건설사가 지속적으로 시도한 가정 자동화의 주요 실패 원인중 하나는 시스템의 복잡성임을 꼭 기억해야 한다.

[참고문헌]
[1] G. Elmore, "Introduction to the propagating wave on a single conductor," Corridor Systems Inc., July 2009.
[2] J. Ahola, Applicability of Power-Line Communications to Data Transfer of On-Line Condition Monitoring of Electrical Drives, Ph. D. Thesis, Lappeenranta University of Technology, Finland, 2003.

댓글 13개 :

  1. 안녕하세요 제어에대해서 질문을좀 드리고싶은데요...

    sin 이나 cosine과같은 일정 구간내에서 진동하는 시스템은

    stable인가요 아닌가요??


    네이버 백과사전에선 일정한 범위내의 진동에대한 언급이 없어서 친구들모두 답을 못구해서 여기에 질문을 드리러 왔습니다. 게시물과 관련없는 댓글을 달아서 불쾌하셨다면 지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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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질문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먼저 보셔야 하는 게 문제의 관점입니다. 정역학(statics)인 경우 제어 결과가 특정값으로 수렴하지 않고 진동한다면 당연히 안정도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동역학(dynamics)인 경우 제어 목표가 삼각함수 진동이라면 제어 성공이므로 안정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모터 제어 생각해보세요.)
      다른 말로 하면 정역학이든 동역학이든 제어 오차값이 0으로 수렴해서 시간적으로 고정될 수 있으면 안정적인 것입니다. 수학적으로 분석하려면 전달함수(transfer function) 구하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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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하 이해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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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댓글이 안달렸네요 ㅠㅠ 일단 좋은글 정말 감사합니다. 질문 두개만 할게요~
    1. PLC에 큰 장점이 있는데(기존 전력선 사용, 편리함) 무선랜이 더욱 각광받은 이유가 PLC의 고주파 발생과 고속대용량 전송이 무선랜에 비해 안좋기 때문인가요? 무선랜 선을 구축하는 비용이 부담이였을 텐데 굳이 무선랜을 구축하고 사용한 이유가 궁금합니다.(무선랜이 대세인 구체적인 이유..)
    2.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PLC와 사용하는 이유는? 무선랜 시스템이 구축 되어있으면 무선랜에 적용시켜도 되는게 아닌지? 무선랜에는 적용 안되는 이유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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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전력선도 집집마다 들어와 있지만 유선 인터넷도 마찬가지로 들어와 있습니다. 무선랜은 유선에 장치만 연결하면 되서 전력선보다 설치 환경이 나쁘지 않습니다, 대용량 송수신도 가능하고요.

      2. 스마트 그리드도 무선랜으로 적용할 수 있겠지만 이에 따른 데이터 사용료를 누군가는 부담해야 합니다. 이게 애매한 부분 같고요. 스마트 그리드가 확장되어 데이터 사용이 더 늘어난다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고요.
      하지만, 전력이 들어온 전력선을 통신 매체로 쓰면 같은 회사의 선로를 쓰는 것이라 요금 문제는 해결될 것 같습니다. 스마트 그리드의 데이터량도 PLC가 감내할 수준으로 크지 않은 상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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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와 정말 감사합니다!! 명쾌한 답변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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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궁금한게 있어서 질문 남깁니다. PLC의 문제점이 감쇄, 잡음, 부하특성이라고 하셨는데 PLC를 이용한 지능형전력망 구축을 위해 위에서 사업을 추진하기 전 말씀하신 감쇄, 잡음 및 부하특성을 측정하고 싶은데 그 기준이나 방법에 관한 자료를 찾고 있습니다. IEC나 DSLM 등에서 인증하고 있는 방법이나, 기준등이 있다면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지 조언을 주실수 있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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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런 전문적인 내용은 IEC나 IEEE 표준에 직접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Won Taison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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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안녕하세요. 궁금한 점이 있습니당...
    PLC의 단점을 언급해 주셨는데, PLC의 신호 감쇄라던지 노이즈, 상호간섭을 줄이기 위해서 연구되어 지고 있는 것이 있는지 혹시 알고 계신가요? 참고할만한 사이트가 있다면 알려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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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질문하신 부분은 전문적인 영역이라 주로 논문 검색을 해야 합니다. 아래 참고하세요.

      http://ieeexplore.ieee.org/
      http://society.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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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것이... 외부 회로와는 잡음 필터를 달고 집 안에서만 PLC 통신 하는거는 어떨까요... 장거리 송전이 아닌 경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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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단거리 및 저속인 경우는 PLC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WLAN을 넘어서는 PLC만의 장점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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