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에 있는 이중 공진기 클라이스트론(two-cavity klystron)은 다른 고출력 증폭기에 비해 우수한 주파수 안정성을 가진다. 왜냐하면 고성능 공진기(cavity resonator)를 이용해 RF(Radio Frequency) 입력과 출력을 얻기 때문이다. 클라이스(klys)는 독일말(German)로 뭉쳐짐을 의미하며 트론(tron)은 전자(電子, electron)의 축약이기 때문에, 클라이스트론은 뭉쳐진 전자란 증폭기의 동작 원리를 표현한다. 클라이스트론 개발 역사는 [1]에서 볼 수 있다. 클라이스트론의 사용 주파수는 200 MHz~100 GHz 정도이다. 클라이스트론을 마그네트론(magnetron)과 비교하면, 클라이스트론의 장점인 주파수 안정성 특성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그네트론은 음극(cathode)에서 쏜 전자(electron)가 자기장(magnetic field)에 의해 휘어지면서 전자파를 복사한다. 그래서 주파수 안정성이 매우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극(anode)에 다수의 공진기를 설치하지만 필터(filter) 성능이 아주 좋지는 않아 여전히 다양한 주파수가 검출된다. 클라이스트론은 강력한 주파수 선택도를 가진 공진기를 직접 통과하면서 전자파를 증폭시키므로, 주파수 안정성이 매우 좋다.
클라이스트론의 동작 원리는 TWT(Traveling-Wave Tube)와 매우 유사하다. 두 고출력 증폭기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TWT는 저속 파동(slow-wave) 전송선(transmission)을 이용해 전자–전자파 상호 작용을 만들지만, 클라이스트론은 공진기를 이용한다. [그림 1]에 있는 전자총(electron gun: 그림 1의 음극)에서 전자를 발사하면 이 전자 빔(electron beam)은 첫번째 공진기(buncher cavity)를 반드시 지나야 한다. 첫번째 공진기에서는 전자 뭉침(bunching of electron)도 일어난다. 그래서 뭉침 공진기(buncher cavity)라고도 한다. 뭉침 공진기에서 전자 뭉침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RF 입력이 있어야 한다. 공진기에 입력되는 RF 신호는 공진기벽에 반사되면서 [그림 2]와 같은 정재파(standing wave)도 만든다.
[그림 2] 정재파의 운동 모습(출처: wikipedia.org)
[그림 2]처럼 정재파가 만드는 전기장(electric field)은 어떤 시간에는 (+), 어떤 시간에는 (-)를 형성한다. 이에 따라 뭉침 공진기에 들어오는 전자 흐름도 가속과 감속을 반복한다. 즉, 정재파 전기장이 전자 흐름을 특정 위치에 뭉쳐지도록 한다. 이렇게 고속으로 진행한 전자 뭉침은 두번째 공진기에 들어가 다시 강력한 정재파를 형성한다. 이 정재파는 결합기(結合器, coupler)를 이용해 증폭된 RF 에너지를 외부로 출력한다. 두번째 공진기는 RF 출력을 담당하므로 포획 공진기(catcher cavity)라 한다. 혹은 클라이스트론의 원리를 FET(Field Effect Transistor)로 생각해도 된다. 이 개념에서는 음극이 소스(source), 뭉침 공진기가 게이트(gate), 포획 공진기가 드레인(drain)이 된다. 차이점이 있다면 FET의 출력은 전류(electric current)가 되지만 클라이스트론의 출력은 전자파(electromagnetic wave)가 됨에 있다.
[그림 3] 지구 관측(Earth observation, EO) 위성의 운용 모습(출처: wikipedia.org)
[그림 3]과 같은 운용 환경에서 클라이스트론과 같은 고출력 증폭기를 사용하면 다중 충돌 효과(multipaction or multipactor effect: multiple + impaction)이라는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우주처럼 거의 진공인 조건에서는 전자의 평균 자유 거리(mean free path)가 커진다. 그래서 우주선(cosmic ray)이나 빛이 금속 표면을 때려서 자유 전자(free electron)를 방출하면, 전자는 사라지지 않고 평균 자유 거리 안에서 고출력 증폭기의 전기장에 강하게 가속된다. 이 자유 전자는 다시 주변의 금속에 충돌하여 2차 전자(secondary electron)를 만들며,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전자가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다중 충돌 현상이 생긴다. 다중 충돌이 생기면 통신 잡음이 커지고 RF(radio frequency) 부품이 망가지기도 한다. 다중 충돌이 일어나는 조건은 뉴턴의 운동 법칙(Newton's laws of motion)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먼저 뉴턴의 제2 법칙에서 외부 힘은 사인 함수로 변한다고 가정한다.
(1a)
여기서 $x(0)$ = $0$, $v(0)$ = $0$; $x(t)$와 $v(t)$는 자유 전자의 위치와 속도, $E_0$는 $-\hat x$방향으로 가해지는 외부 전기장(electric field)의 세기이다. 다중 충돌이 일어나는 주파수를 $f_0$ = $1/T$라 하면, 전자는 $t$ = $T/2$까지만 $+\hat x$축으로 가속된다. 그래서 $x(T/2)$ = $d$ 위치에 2차 금속이 존재하면 다중 충돌을 만드는 공진(resonance)이 발생하게 된다.
(1b)
여기서 $\omega_0$ = $2 \pi f_0$, $E_0$ = $V_0/d$이다. 식 (1b)를 $f_0 d$에 대해 정리한다.
(1)
이 결과는 다중 충돌의 공진 조건을 보여주는 주파수–틈 곱(frequency–gap product)이다.
[그림 1]은 전형적인 빈 공간형 마그네트론(cavity magnetron)의 구조를 보여준다. [그림 1]에 보이는 출력 결합 코일(output coupling coil)은 전자의 가속으로 빈 공간(cavity)에 생긴 전자파를 도파관(waveguide)이나 동축선(coaxial line)과 같은 출력 전송선으로 결합시킨다. 즉 가열기(heater)에서 튀어나온 전자(electron)가 양극(anode)으로 가속 받아 휘어지면서 생긴 전자파를 외부로 빼내는 역할이 출력 결합 고리이다. 단면 구조인 [그림 1]에 대응하는 3차원 구조물은 [그림 2]에 있다. 마그네(magne)는 자석(magnet)을 의미하며 트론(tron)은 전자(電子, electron)의 축약이므로, 마그네트론의 원래 의미는 자속 속에 있는 전자이다. 마그네트론의 출력 주파수(output frequency)는 600 MHz~47 GHz 정도이다.
[그림 3] 마그네트론의 전자파 발생 원리(출처: [1])
마그네트론의 동작 원리는 단순하다. 음극(cathode: 그림 1의 중앙부)을 가열하면 열 전자 방출(thermionic emission)이 시작되어 전자가 튀어나온다. 양극(anode: 그림 1의 갈색)에 가해진 DC 전압에 의해 전자(electron)는 고속으로 양극으로[$\rho$방향으로] 움직인다. 보통 음극에 -2~-4 kV 정도를 걸고 양극은 접지시킨다. 또한 [그림 3]의 빈 구멍[공동] 부분은 뾰족하기 때문에 전기장이 강해질 수 있다. 전기장의 원천은 전하(electric charge)이기 때문에, 전자의 흐름이 전하를 공급해서 공동 입구 부분에 전기장이 생기도록 한다. 또한 전자파를 효과적으로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전자를 강하게 가속시켜야 한다. 그래서 $-z$축[그림 1을 뚫고 들어가는 방향]으로 자기장(magnetic field)을 강하게 걸어준다.[∵ 로렌츠 힘(Lorentz force)에 의해 자기장이 강하게 걸리면 구심력(centripetal force)이 커지므로, $\rho$방향으로 움직이던 전자는 $-\phi$방향으로 휘어지게 된다.] 실험을 해보면 자기장 크기를 키울수록 양극으로 흐르는 전자의 흐름[전류의 반대 방향]이 약해진다.[∵ 전자가 $-\phi$방향으로 휘어지고 있으므로] 자기장을 임계치 이상[$B > B_{\rm th}$]으로 키우면 양극으로 더이상 전자의 흐름[전류의 반대 방향]이 생기지 않는다. 식 (1)에 있는 사이클로트론(cyclotron) 원리를 이용해 임계 자기장($B_{\rm th}$)을 근사적으로 구해 보자. 먼저 자기장에 의해 전자가 안정적으로 원 운동하는 조건[혹은 전자 운동에 의한 원심력 = 로렌츠 힘인 자기장의 구심력]을 이용하면 다음을 얻는다.
(1)
여기서 $m_e$는 전자의 질량(mass), $e$는 전자의 전하량(electric charge), $v$는 음극에서 방출되는 전자의 속도(velocity), $r$은 마그네트론의 반지름(radius)이다. 식 (1)을 연립하면 임계 자기장 $B_{\rm th}$을 다음처럼 얻는다.
(2)
$B > B_{\rm th}$이면 자기장의 구심력이 커져 전자는 반지름이 $r$ 범위내에 존재하므로 양극에 이를 수 없다. $B < B_{\rm th}$인 경우는 자기장의 구심력이 약해지므로 전자는 반지름 $r$을 벗어나 양극에 갈 수 있다. 다음으로 에너지 보존 법칙(conservation of energy)에 의해 전자의 운동 에너지(kinetic energy)가 전압의 위치 에너지(potential energy)와 같다고 두면 음극 방출시 전자 속도 $v$를 근사적으로 얻을 수 있다.
(3)
여기서 $V_0$는 DC 전압의 크기이다.
마그네트론이 정상적으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자기장의 크기를 조정해 임계 자기장보다는 약간 작게($B < B_{\rm th}$) 해야한다. 이렇게 하면 전자가 휘어지면서도 양극에 거의 닿아 전류가 양극을 통해 흐르게 된다.[∵ 마그네트론의 증폭이 일어나는 위치는 음극이 아니라 양극이다.] 혹은 식 (2)와 (3)을 이용해 DC 전압을 조정하면 자기장을 변화시키는 방식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림 3]과 같이 전자 흐름[빨간색]이 움직이면서 RF(Radio Frequency) 출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양극[그림 3에 보이는 12개의 구멍]에 발생하는 AC 전압[그림 3의 파란색이 전기장]이 교번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전자 흐름에 의해 유기되는 AC 전압은 다양하게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양극에는 [그림 4]와 같이 결선(strapping)을 하여 인접한 긴 구멍(slot)에 걸리는 전압이 바뀌도록 한다. [그림 4]에서 $\pi$ 모드는 인접한 구멍의 위상이 180˚ 차이나기 때문에 붙여졌다.
[그림 4] 마그네트론 양극(+)의 결선(출처: [1])
그러면 [그림 3]에서 보는 것과 같이 각각의 양극 구멍에 전기장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린다. 전자는 동일한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전기장에 의해 특정 위치에서는 전자가 가속되고 특정 위치에서는 전자가 감속된다. 즉, 전자의 뭉침(bunching)이 일어나게 된다. [그림 3]에 있는 빨간색은 전자 뭉침이 일어난 형태를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은 TWT(Traveling-Wave Tube)의 원리와도 비슷하다. [그림 3]의 빨간색이 마치 바퀴처럼 움직이고 있어 공간 전하의 바퀴(space-charge wheel)라고 부른다. 전자 뭉침을 이해하기 위해 자기력(magnetic force)을 생각해보자.
(4)
전기장에 의해 가속을 받는 전자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식 (4)에 의해 자기력[혹은 구심력]이 강해져서 양극으로 가지 못하고 다시 음극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감속을 받는 전자는 속도가 느려졌으므로, 식 (4)에 의해 자기력[혹은 구심력]이 약간 약해져 일정시간을 더 회전한 후 양극에 들어가게 된다. 즉, [그림 3]처럼 감속한 전자만이 양극에 갈 수 있다. 감속을 하면 전자의 운동 에너지가 줄어들므로, 이 만큼 RF 에너지로 변환된다. 공간 전하 바퀴가 돌아가는 주파수($f_{\rm wheel}$)는 AC 전압의 주파수($f_{\rm AC}$)와 다음 관계를 가진다.
(5)
여기서 $N$은 양극에 있는 공진기[혹은 빈 구멍]의 수이다. 식 (5)를 증명하려면 [그림 3]을 보면 된다. 식 (5)에서 2가 나타난 이유는 [그림 4]의 $\pi$ 모드 결선 때문이다. 공간 전하의 바퀴가 특정 공진기를 지나는데 걸린 시간은 걸어준 AC 전압 주기($T_\text{AC}$)의 반이다. 공간 전하의 바퀴가 360˚ 회전하려면 모든 공진기를 다 지나야 한다. 따라서 공간 전하의 바퀴 주기($T_\text{wheel}$)는 $N T_\text{AC} / 2$가 되어서 식 (5)가 증명된다.
마그네트론이 출력하는 전자파의 주파수는 식 (1)로 주어지는 사이클로트론 주파수와 매우 비슷하다.[하지만 마그네트론에 있는 전자의 움직임이 사이클로트론과 완전히 같지는 않으므로 근사이다.] 외부에서 걸어주는 자기장이 마그네트론의 출력 주파수를 결정한다. 하지만, 마그네트론은 전자가 매우 복잡하게 움직여 다양한 주파수를 복사하기 때문에 주파수 안정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그림 1]과 [그림 3]에 있는 것처럼 양극에 구멍을 뚫어 공진기(resonant cavity)를 만들어야 한다. 마그네트론이 만든 전자파는 공진기를 거치면서 주파수 선택도가 다소 높아져 출력 주파수를 어느 정도 고정할 수 있다.
마그네트론이 가장 많이 쓰이는 응용은 전자레인지(microwave oven)이다. 전자레인지의 구동 주파수는 2.45 GHz이며 출력은 650~1200 W 정도이다. RF 전력을 만드는 효율(efficiency)은 약 65~75 % 정도이다. 전자레인지의 원리는 잘아는 대로 물 분자를 전자파로 회전시키기이다. 그러면 마찰 손실로 인해 강력한 열이 발생한다. 전자파에 의해 물 분자가 열을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주파수를 물의 공진 주파수(resonant frequency)라고 한다. 실험에 의하면 22.235, 183, 323 GHz에서 물이 공진한다. 그런데, 2.45 GHz는 공진 주파수가 아니다.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부품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주파수가 다소 낮은 2.45 GHz를 구동 주파수로 쓸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침투 깊이(skin depth)에 있다. 공진 주파수로 전자레인지를 돌리면 전자파가 식품 속으로 침투하지 못하고 표면에만 영향을 준다.[∵ 공진 주파수에서는 등가적인 전도도가 크기 때문에 침투 깊이가 매우 작아진다.] 그래서 일부러 전자파 구동 주파수를 공진 주파수의 1/10 정도로 낮춘다. 또한 2.45 GHz는 ISM(Industrial, Scientific, Medical) 대역인 2.4~2.4835 GHz에 속해 있어 전력만 잘 제한하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전자레인지가 식품을 덥히기 위해서는 강력한 전자파를 발생시켜야 한다. 전자레인지의 원천으로 사용하는 부품이 [그림 1]의 마그네트론이다. 마그네트론은 출력 주파수가 변동되는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효율이 높고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전자레인지 용도로는 최적이다. 전자레인지의 전면부 유리도 재미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전자파에 의해 식품이 데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전면부 유리 뒷편에는 구멍이 뚫린 금속 판이 있다. 혹시 전자파가 새어나와서 내 몸에 이상을 일으키지는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파장(wavelength)보다 1/50 정도 작은 구멍은 완전히 막힌 판과 거의 동일한 특성을 가진다. 2.45 GHz의 파장은 12.2 cm이므로, 12.2/50 cm = 2.4 mm보다 작은 크기로 구멍을 뚫으면 전자레인지의 전자파가 바깥으로 새어나오지 않는다.[물론 아주 미세한 양이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집에 있는 WLAN의 전자파가 이보다 더 크다.] 전자레인지를 구동하면 윙윙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는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마그네트론은 어머어마한 RF 전력을 만드는 만큼 많은 열을 만든다. 그래서 반드시 공기를 이용해 마그네트론을 식혀야 한다. 이런 공냉으로 인해 듣기 싫은 잡음이 생긴다. 또한, 전자레인지 내부를 보면 대부분 금속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전자레인지는 일종의 공진기(cavity resonator)가 된다. 공진기의 경계 조건으로 인해 전자파가 강한 곳도 있고 약한 곳도 있다. 그래서 복사하는 전자파를 섞어주든지 아니면 내부에 있는 접시를 돌려 식품에 전자파가 골고루 흡수되도록 해야 한다. 이때도 모터(motor)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음이 난다.
[참고문헌]
[1] C. Wolff, "Magnetron," RadarTutorial. (방문일 2011-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