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위너–킨친 정리"를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림 1] 스펙트럼 분석기(spectrum analyzer)에 나타난 잡음 모습(출처: wikipedia.org)
열 잡음(thermal noise)처럼 시간에 따라 무작위(randomness)로 나오는 물리 현상을 분석하는 도구로 매우 유명한 확률 과정(random process) 혹은 추계 과정(stochastic process)이 있다. 확률 과정은 확률을 측정하는 확률 실험(random experiment)에 의해 도출되는 확률 변수(random variable)를 나열해서 구성한다. 나열되는 순서는 보통 시간을 따르기 때문에, [그림 1]처럼 시간에 따라 무작위로 변하는 확률 변수[그림 1에서 전력 분포]의 모임을 확률 과정이라 한다. 시간 대신 다른 매개변수[예를 들어 시행 순서, 저장 위치 등]의 차례를 가정하더라도, 이 순서의 변화는 확률 과정에 속한다. 전기 회로에 자주 나오는 잡음 전압(noise voltage)을 예로 보면, 오랜 시간 관찰한 잡음 전압은 평균(mean)이 거의 0 V이고, 표준 편차(standard deviation)는 온도에 따라 비례적으로 커지는 확률 과정이다.
[그림 2] 시간에 따른 입자의 위치 변동(출처: wikipedia.org)
물위에 떠있는 꽃가루의 움직임 같은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은 확률 과정의 또 다른 예가 된다. [그림 2]처럼 입자는 시간에 따라 무작위로 이동하지만, 이동 평균(moving average)은 대충 $x$ = $0$에 가깝고, 분산(variance)에 해당하는 이동 위치의 제곱은 0이 아닌 값을 가진다. 따라서 [그림 2]와 같은 브라운 운동은 확률 실험의 결과물인 표본 $s$에서 확률 변수 $X_{t, s}$ 혹은 $X(t, s)$를 시간 $t$ = $t_i$ 순서로 나열하는 확률 과정 $\{X_{t, s}\}$ 혹은 $\{X(t, s)\}$로 설명할 수 있다. 확률 실험의 표본이 하나라면 굳이 $\{X_{t, s}\}$로 표기하는 대신 간략화한 $\{X_{t}\}$ 혹은 $\{X(t)\}$를 사용한다. 시간마다 확률 변수를 완전히 바꾸면 이론화가 너무 어려워져서, 시간에 따라 $X_t$는 계속 바뀌지만 확률 분포(probability distribution)는 모든 시간에서 하나의 확률 변수 $X$의 함수로 생성된다고 가정한다. 이 경우를 확률 과정의 정상성(定常性, stationarity) 혹은 정상 확률 과정(stationary random process)으로 부른다.
정상성을 관찰하는 시간 범위를 축소해서, 안정 상태(steady state)처럼 $t$ = $0$에서 $\tau$까지 관찰한 결과가 이후 시간에도 특점 시점 $t_1, t_2$에 관계없이 계속 반복된다는 병진 대칭(translational symmetry)을 가진 정상성도 정의한다. 즉, 확률 과정은 $t_1, t_2$가 아닌 $\tau$ = $t_2 - t_1$의 병진 대칭성을 가진다. 이는 기존 정상성의 범위를 넓히거나 약화시킨 추상화라서 광의 정상성(wide-sense stationarity, WSS) 혹은 약의 정상성(weak-sense stationarity)으로 명한다. 시점을 2개가 아닌 임의 $n$개로 넓혀도 병진 대칭성이 있다는 정상성은 엄격 정상성(strict stationarity) 혹은 강한 정상성(strong stationarity)으로 구분한다. 광의 정상성은 킨친Aleksandr Khinchin(1894–1959)이 제안한 중요한 확률 개념이다. 이외에도 킨친은 확률 변수를 써서 확률 과정의 수학적 정의도 내렸다.
확률 지식에 기반해서 엄격 정상성과 광의 정상성을 각각 정의한다.
(1a: 광의 정상성, $\tau$ = $t_2 - t_1$)
(1b: 엄격 정상성)
여기서 $\operatorname{Cov}(X, Y)$는 공분산(covariance), 평균 $\mu_X$와 분산 $\operatorname{Var}[X]$ = $\sigma_X^2$은 유한; $F_X(\cdot)$는 $\{X_t\}$의 결합 확률 분포(joint probability distribution)로 만든 누적 분포 함수(cumulative distribution function)이다. 이름 그대로 $n$개 시점의 결합 확률 분포에 대해 병진 대칭성을 보장하는 엄격 정상성은 평균과 공분산 조건만 가진 광의 정상성보다 확률 기준으로 더 엄격하고 강력하다.
공분산 대신 신호 처리에 많이 쓰는 자기 상관(autocorrelation) 함수로 식 (1a)를 대신할 수 있다. 먼저 시간 평균(time average)을 이용해 확률 변수 $X$에 대한 자기 상관 함수 $\rho_{XX}(t_1, t_2)$와 자기 공분산(auto-covariance) 함수 $K_{XX}(t_1, t_2)$를 정의한다.
(2: 시간 평균)
(3a: 엄격 정상성)
여기서 $\langle X \rangle$는 $X$의 시간 평균이다. 시간 평균은 각 시간에 확률 변수가 발생하는 확률이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계산한 평균이다. 광의 정상성에서는 시간차 $\tau$ = $t_2 - t_1$로 자기 상관과 공분산을 쓸 수 있어서 식 (3a)가 간략화된다.
(3b: 광의 정상성)
여기서 $K_{XX}(0)$ = $\sigma_X^2$이다. 따라서 광의 정상성에서는 시점에 무관하게 공분산이 같다는 조건이나 간편한 자기 상관 함수 $\rho_{XX}(\tau)$를 쓸 수 있다.
확률 과정 $x(t)$를 위해 정의한 자기 상관 함수 $\rho_{XX}(\tau)$와 광의 정상성 개념을 합쳐서, 간단하지만 심오한 정리인 위너–킨친 정리(Wiener–Khinchin theorem)를 만든다[1]. 증명에 앞서 관측 시간 $T$에서만 적분해서 만드는 절단된 푸리에 변환(truncated Fourier transform)을 정의한다.
(4a)
이 푸리에 변환의 크기 $|F_T(\omega)|$를 제곱하고 $T$로 나누어서 전력 스펙트럼 밀도(power spectral density) $S(\omega)$를 계산한다.
(4b)
여기서 $|F_T(\omega)|^2$은 에너지 스펙트럼 밀도(energy spectral density)이다. 이상을 종합해서 위너–킨친 정리를 유도한다.
[위너–킨친 정리] [1]
(5a)
(5b)
여기서 $X_T(\omega)$는 확률 과정 $x(t)$의 절단된 푸리에 변환이다.
[증명]
식 (6a)를 에너지 스펙트럼 밀도로 만들어서 시간 평균을 적용한다.
확률 과정 $x(t)$의 절단된 푸리에 변환 $X_T(\omega)$는 새로운 확률 변수가 된다.
(6a)
(6b)
식 (6b)에 나온 마지막식에 병진 대칭성에 대한 이중 적분식을 응용해서 단일 적분으로 바꾼다.
(6c)
여기서 $u$ = $t + \tau$이다. 시간 구간 $T$를 무한대로 보내면, 피적분 함수에 있는 $|\tau|/T$는 0으로 수렴하기 때문에 식 (5a)가 얻어진다. 식 (5b)는 식 (5a)의 푸리에 역변환(inverse Fourier transform)이다.
식 (5b)에 $\tau$ = $0$을 대입하면, 위너–킨친 정리 방식의 파르세발의 정리(Parseval's theorem)가 얻어진다.
위너–킨친 정리를 이용해서 확률 과정인 잡음 전압(noise voltage) $v(t)$의 특성을 분석할 수 있다. 잡음이 생기는 전기 회로에 대한 확률 실험에서 적당한 표본을 선택해 시간 $T$ 동안 수집한 $v(t)$는 다음과 같다.
(7a)
여기서 $\omega_m$ = $2 \pi m \mathbin{/} T$; 진폭 $a_m, b_m$은 광의 정상성을 만족하며 실수인 확률 변수, $v(t)$는 푸리에 급수(Fourier series)로 공식화, 잡음 $v(t)$의 시간 평균값은 0이다. 식 (7a)로 구성한 자기 상관 함수는 다음과 같다.
(7b)
위너–킨친 정리에 따라 식 (7b)를 푸리에 변환함[식 (5a)의 결과]으로써 잡음 전압이 가진 전력 스펙트럼 밀도 $S(\omega)$를 계산한다. 이 밀도를 식 (5b)처럼 적분해서 잡음 전력(noise power) $P_\text{tot}$를 얻는다.
(7c)
다만 $P_\text{tot}$는 한 번의 확률 실험에서 구한 값이므로, 다른 실험을 무한히 반복해서 얻은 잡음 전력의 기대값(expectation) $E[P_\text{tot}]$를 최종적으로 계산한다.
(8a: 앙상블 평균)
(8b)
여기서 $s_i$는 확률 실험의 $i$번째 표본, 광의 정상성으로 인해 $a_m, b_m$이 따르는 분산은 $\sigma_m^2$으로 동일하다.[∵ 사인과 코사인 함수는 위상 지연만 차이나므로, 광의 정상성이라서 시간에 대한 병진 대칭성이 있는 $a_m, b_m$의 확률적 특성은 같다.]
[그림 3] 여러 악기로 구성하여 연주하는 모임인 앙상블(출처: wikipedia.org)
식 (8a)는 시간을 붙박이로 놓고 표본의 평균을 구한 기대값이며 앙상블 평균(ensemble average)으로 부른다. 앙상블 혹은 총체(總體, ensemble)는 확률 실험으로 나올 수 있는 모든 결과물의 모임이다. 표본을 고정한 식 (2)의 시간 평균과 시간을 고정한 식 (8a)의 앙상블 평균이 같은 경우는 에르고드 성질(ergodicity)이라 이름 붙인다. 에르고드는 통계 역학(statistical mechanics)을 발명한 볼츠만Ludwig Boltzmann(1844–1906)이 고대 그리스어 에르곤(일, 물체, ἔργον, work, thing)과 오도스(경로, ὁδός, path)를 합쳐서 만든 용어이다. 어원적으로 보면 에르고드는 사물이 지나는 길인 물체 경로를 의미한다. 에르곤에는 협회(guild)란 의미도 있어서, 에로고드를 물체 집단이 움직이는 전체 경로로 개념을 확장해 집단 경로로 의역해도 된다. 에르고드 성질을 가진 체계인 에르고드 시스템(ergodic system)에서는 시간적으로 오랫동안 특성을 관찰할 필요 없이, 정상 확률 과정 하나를 선택해서 평균과 같은 통계적 처리로 시간적 변화를 추계해도 된다.
[참고문헌]
[1] C. Jayaprakash, "Wiener-Khinchin theorem," Ohio State University, OH, USA. (방문일 2024-06-24)
정상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am, bm의 분산이 같음이 보장되나요??
답글삭제또한 식 (7b)에서 특정 순간의 전력일 것이므로 바로 tau=0을 대입하는 것은 어떨까요?
1. 식 (3)에 의해 분산이 같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삭제2. 그건 위너–킨친 정리 방식의 파르세발의 정리라고 그렇게 해도 됩니다. 하지만, 이 결과는 단순한 순시 전력이 아니고, 전력 스펙트럼 밀도로 구한 잡음 전력입니다.
1. 음 ㅠㅠ a_m이나 b_m 각각은 wss에 의해 각각 일정한 분산을 갖는다 해도, 그 일정한 값이 서로 다를 수는 없는 걸까요? 참고문헌을 훑어봤지만 명확히 나오진 않는 것 같아서 조금 어렵네요...
삭제2. 감사합니다. 의미가 다르단 말씀이시겠네요
1. 사인 함수와 코사인 함수는 위상 지연만 차이나기 때문에, 식 (1a)에 정의한 광의 정상성 관점에서는 특성이 같아요.
삭제아하 그렇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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