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1일 금요일

선형 상미분 방정식(線形常微分方程式, Linear Ordinary Differential Equation)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선형 상미분 방정식"을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미분 방정식의 의미


식 (1)과 같은 1계 상미분 방정식(the first order ordinary differential equation)해의 존재성과 유일성이 수학적으로 증명되므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1)

하지만 식 (1)은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서 좀더 단순화된 상미분 방정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실제로는 식 (1)의 함수 $f(x, y)$가 선형성을 가진다고 가정해 식 (2)와 같은 선형 상미분 방정식(線形 常微分方程式, linear ordinary differential equation, linear ODE)을 다룬다.

                        (2)

직선을 표현하는 선형 함수 $f$ = $py+q$를 고려하면 식 (2)가 가진 선형성은 이해가 된다. 만약 $q(x)$ = $0$이라면, 식 (2)는 더욱 재미있는 성질을 가진다. 함수 $y_1, y_2$가 식 (2)를 만족하는 해일 때, 선형 결합 $y_3$도 당연히 해가 된다. 이 성질은 다음과 같은 고계(高階) 선형 상미분 방정식에도 성립한다.

                 (3)

즉, 식 (3)은 미분 방정식이 생긴 모양만 선형이 아니라 미분 방정식의 해도 선형성을 가진다. 그래서 식 (3)에 대한 미분 방정식의 해를 일반해(general solution) $y_g$라고 한다. 왜냐하면 초기 조건이 없는 경우 해를 무한히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q(x)$ = $0$인 경우는 다른 말로 동차(同次) 선형 상미분 방정식(homogeneous linear ODE)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미분 연산자가 동차 함수(homogeneous function) 관계를 만족하기 때문이다.[∵ 해 $y$에 $\alpha$를 곱하면 미분 연산자 바깥으로 $\alpha$가 나와서 1차 동차 함수가 된다.] 식 (4)에서 $q(x) \ne 0$을 고려한 경우는 특수해(particular solution) $y_p$라고 한다. 또한, 동차의 반대말로 $q(x) \ne 0$인 경우는 비동차(非同次, nonhomogeneous)라고 부른다. 일반해 $y_g$와 특수해 $y_p$를 모두 합치면 $n$계 선형 상미분 방정식인 식 (4)를 만족하는 해 $y$가 된다.

             (4)

식 (4)에 있는 상수 $c_1, c_2, \cdots, c_n$은 초기 조건으로 정해야한다. 그런데, $n$계 선형 상미분 방정식인 경우 일반해와 상수의 개수는 왜 $n$개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식 (5)에 있는 $n$계 상미분 방정식 해의 유일을 고려해야한다.

                   (5)

일반해는 식 (4)처럼 $y_1, y_2, \cdots, y_n$의 선형 결합으로 구성할 수 있다. 만약 일반해가 $n-1$개만 있다면 식 (5)의 초기 조건 $n$개 중에서 $n-1$개만 만족시킬 수 있다. 이 부분은 문제이다. 만약 일반해가 $n+1$개라면 식 (5)의 초기 조건 $n$개를 대입하더라도 나머지 1개의 상수값을 결정할 수 없다. 이러면 상미분 방정식 해의 유일성에 위배된다. 그래서 당연히 일반해와 상수의 개수는 $n$개여야 한다.
해의 유일성으로 인해 생겨나는 또 다른 재미있는 성질은 식 (6)에 도입한 함수 행렬(functional matrix) $\bf W$이다.


                                                                                                        (6)

해의 유일성이 있기 때문에 식 (6)에 있는 함수 행렬 $\bf W$는 반드시 역행렬(inverse matrix)을 가져야한다. 역행렬 존재성을 손쉽게 표현하는 방법은 행렬식(determinant)이므로 새롭게 아래와 같은 함수 행렬식(Wronskian or functional determinant)을 정의한다.


               (7)

상수 $c_1, c_2, \cdots, c_n$은 유일하게 정해져야 하므로 함수 행렬식은 항상 $0$이 아니다. 식 (7)에 정의한 함수 행렬식은 이를 도입한 수학자 브룅스키(활동한 프랑스 기준)Józef Maria Hoene-Wroński(1776–1853) 혹은 브로인스키(태어난 폴란드 기준) 이름을 따서 브룅스키안[프랑스어] 혹은 론스키안[영어]으로도 부른다. 함수 행렬식 개념이 좋기 때문에 초기 조건 뿐만 아니라 어떤 임의 함수의 상호 독립성을 따질 때도 사용한다. 예를 들어 함수 $f, g$의 함수 행렬식은 $W(f, g)$ = $fg' - f'g$가 된다. 함수 $f, g$가 종속이 아니라면 당연히 함수 행렬식이 $0$이 아니므로, 함수 행렬식을 계산함으로써 함수의 종속성 혹은 독립성을 판별할 수 있다. 혹은 선형 대수학(linear algebra)적으로 생각해서 함수 행렬식이 $0$이면, 함수 행렬식을 구성한 함수들은 선형 종속(linear dependence)이다. 반면에 $0$이 아닌 함수 행렬식으로 식 (6)을 계산하면, 식 (6)에 있는 $c_1, c_2, \cdots, c_n$은 $0$이 나오므로 함수들은 서로 선형 독립(linear independence)이 된다. 즉, 함수 행렬식 $W(\cdot)$를 이용해서 함수들의 선형 독립 혹은 종속을 쉽게 판정할 수 있다.
식 (4)에서 $q(x)$ = $0$이고 $p(x)$가 상수인 경우는 상수 계수 선형 상미분 방정식(linear ODE with constant coefficients)이 된다.

                        (8)

식 (8)처럼 상수 계수인 경우는 상미분 방정식의 해가 매우 단순하게 표현된다. 예를 들어, 식 (8)의 해를 지수 함수(exponential function)라고 가정해 지표 방정식(indicial equation) 혹은 특성 방정식(characteristic equation)을 만든다.

                        (9)

식 (9)의 첫째 줄과 같은 단순 치환에 의해 식 (8)의 미분 방정식이 식 (9)의 마지막 줄에 있는 대수 방정식(代數方程式, algebraic equation)으로 바뀐다. 이 대수 방정식은 대수학의 기본 정리(代數學 基本定理, fundamental theorem of algebra)에 의해 $n$개의 해를 복소수 영역에서 반드시 가진다. 식 (9)에 제시한 방법론은 깔끔하지만 식 (9)의 대수 방정식이 중근(重根, multiple root)을 가지면 문제가 된다. 중근인 경우 식 (6)에 있는 일반해 $y_1, y_2, \cdots, y_n$ 중에서 같은 함수가 반드시 있기 때문에 상수 $c_1, c_2, \cdots, c_n$을 조정해서 임의의 초기 조건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식 (6)에 있는 함수 행렬 $W$의 역행렬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초기 조건을 만족하는 상수 $c_1, c_2, \cdots, c_n$이 없을 수도 있고 무한히 많을 수도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다음 미분 방정식을 고려한다.

                       (10)

식 (10)의 미분 방정식을 식 (9)의 방법대로 대수 방정식으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11)

식 (10)의 미분 방정식은 식 (11)과 같이 이중근을 가지므로 일반해 $y_1, y_2$는 서로 같다. 그래서, $c_1, c_2$를 아무리 조정해도 식 (10)의 초기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다.[혹은 $y_0'$ = $1$이라면 $y$ = $\exp(x)$가 답이 된다.] 즉, 식 (11)의 마지막 줄에 제시한 $y_1, y_2$는 식 (10)의 해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식 (10)의 해를 구하려면 피카르의 반복법(Picard's iteration method)을 이용해야한다.

                       (12)

           (13)

식 (13)과 같이 2계 선형 상미분 방정식의 해를 좀더 체계적으로 구하는 방법은 계수(階數) 혹은 계층수(階層數) 축소법(reduction of order)이다. 그래서 하나의 해 $y_1$을 알 때 독립적인 해 $y_2$를 아래와 같이 가정한다.

                        (14)

여기서 $u$는 상수가 아닌 $x$의 함수이다. 식 (14)에서 $y_2$를 $y_1$의 단순 치환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a,b,c$가 상수 계수가 아니어도 식 (14)의 최종식은 항상 성립한다. 만약 $y_1$이 식 (11)과 같이 중근을 가진다면 $u$는 아래와 같이 표현된다.

                       (15)

식 (15) 관점에서 식 (13)의 최종 결과를 보면 우리 접근법이 성공적임을 알 수 있다. 일반해를 다음과 같이 가정해 식 (10)의 초기 조건을 대입하면 식 (13)의 최종 결과가 얻어진다.

                        (16)

미분 방정식 (8)을 대수 방정식 (9)로 바꾸는 방식은 단순해보이지만 미분 방정식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한 접근법이다. 따분한 식이고 귀찮은 절차라고만 보면 발전이 없지만, 계산 절차인 연산(演算, operation)과 실질적으로 숫자인 대수(代數, algebra)를 동등하게 놓고 대응시키는 개념은 헤비사이드Oliver Heaviside(1850–1925)에 의해 페이저(phasor)연산 미적분학(operational calculus)을 탄생시켰다. 시간 미분 $d/dt$를 복소수 $j \omega$로 치환해서 계산하는 페이저 기법은 교류 회로 이론을 단순한 복소수 계산으로 변형한다. 연산 미적분학은 더 적극적으로 미분 연산 $d/dt$를 대수 $p$로 바꾸고 숫자처럼 무한 급수를 만들어서 미분 방정식의 해를 구한다. 연산 미적분학은 더 발전해서 요즘은 라플라스 변환(Laplace transform)으로 쓰인다. 

[다음 읽을거리]
1. 멱급수 기반 상미분 방정식
2. 1계 선형 상미분 방정식
3. 스튀름–리우빌 이론

유전 상수 재는 방법(How to Measure Dielectric Constant)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유전 상수 재는 방법"을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커패시터
2. 유전체의 비밀
3. 전송선 이론
4. 전압파의 반사 계수


안테나(antenna)를 설계하든 필터(filter)를 설계하든 기판 위에 RF(Radio Frequency) 소자를 설계하려면 먼저 사용하는 기판(substrate)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기판의 두께는 자나 캘리퍼스(calipers)로 재면 되지만 유전 상수(dielectric constant) 혹은 비유전율(relative permittivity) 측정법은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유전율이 생기는 원인은 물질 내부에 있는 양성자와 전자가 분리되는 분극(polarization)이므로 양성자와 전자가 떨어지는 현상을 재면 되지만 너무 작은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이게 쉽지 않다. 그래서, 간접 측정법[1]을 사용하여 유전 상수를 측정하게 된다. 많이 쓰는 방법이 전기 용량(capacitance), 반사도(reflection coefficient) 혹은 공진 주파수(resonant frequency)를 잰다. 당연히 저주파에서는 전기 용량법이 많이 쓰이고 고주파에서는 반사도 방법이나 공진 주파수 방법이 자주 쓰인다.

[그림 1] 주파수에 대한 물의 유전 상수 변화(출처: [3])

유전 상수 측정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맥스웰James Clerk Maxwell(1831–1879)이 1862년맥스웰 31세, 조선 철종 시절부터 빛도 전자파의 일종이라고 주장했을 때 거의 대부분의 물리학자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듣도 보도 못한 신출내기 물리학자의 주장을 혁신적으로 보는 학자는 거의 없었다. 이 신출내기가 기반으로 삼은 개념도 비웃음거리였다. 수학을 전혀 모르는 실험 물리학자 패러데이Michael Faraday(1791–1867)전기력선과 전기장의 개념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맥스웰의 개인적인 상황도 이 당시는 좋지 않았다[4]. 케임브리지 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를 졸업하고 거의 바로 스코틀랜드 애버딘(Aberdeen, Scotland)의 매리셜 대학교(Marischal College)의 교수가 되고 결혼도 했다. 이때까지는 좋은 시절이었지만, 1860년맥스웰 29세, 조선 철종 시절에 대학 통합으로 교수직을 잃고[천하의 맥스웰이 1860년에는 구조 조정을 당했었다.] 에딘버러 대학교(University of Edinburgh)에 지원했으나 다시 떨어졌다. 겨우 신생 학교인 런던 국왕대학교(King's College London)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런던 국왕대학교에서 절치부심하며 1864년맥스웰 33세, 조선 고종 시절에 만든 멋들어진 결과가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s)이다.[맥스웰 방정식과 관계된 정확한 날짜[7]: 논문 투고 1864년 10월 27일, 논문 공개 1864년 12월 8일, 논문 출판 1865년 1월] 이런 상황이었으니 주변 물리학자들이 맥스웰의 중대한 연구 결과에 주목하지 않았던 사실은 매우 당연해 보인다. 그 비난 중에서 가장 심각했던 과학적 사실이 물의 유전율이다[3], [9], [10]. 물의 유전 상수($\epsilon_r$)를 실온에서 재어보면 약 80 정도 나온다. 맥스웰은 빛도 전자파라고 했기 때문에 빛에 대한 굴절률(refractive index: 물은 약 1.33) $n$으로부터 물의 유전 상수[$\epsilon_r = n^2$]를 환산할 수 있다. 애석하게도 빛의 굴절률[$n = 1.33$]로 환산한 물의 유전 상수값은 80이 아니고 약 1.8 정도로 계산된다.[물의 유전 상수는 온도와 압력에 따라 달라지므로 근사치로 표현한다.] 이론값 기준으로 측정값이 몇 배도 아니고 4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자신의 방정식이 흔한 물의 특성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s)은 자기 고국인 영국에서도 버림받게 된다. 당시 주류였던 대(大)물리학자 켈빈William Thomson, Lord Kelvin(1824–1907)[온도 단위에 나오는 바로 그 아저씨]의 비판도 맥스웰에게는 큰 짐이었다. 켈빈은 너무나도 이상한 맥스웰의 방정식을 인정하지 않았다[5]: 밑도 끝도 없이 장(field) 개념을 소개하고 사원수(quaternion) 기반의 편미분 방정식(partial differential equation)을 20개나 쏟아내는 기괴한 맥스웰 방정식. 켈빈은 역학적 기반이 없이 수학적 상상에만 기반을 둔 이런 맥스웰 방정식을 혹독하게 비판했다[5]. 이런 상황 때문에 맥스웰 지지자는 소수였고 켈빈 지지자는 넘쳐났다. 이후 독일의 헤르츠Heinrich Hertz(1857–1894)가 1887년헤르츠 30세, 조선 고종 시절에 전자파 존재를 실험적으로 증명하여 맥스웰의 이론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때는 맥스웰이 위암으로 죽은 후였다. 전자파 존재 증명은 켈빈에게도 맥스웰에게도 비극이었다. 켈빈이 그렇게 비판하고 무시했던 맥스웰의 이론이 켈빈[1907년에 사망] 살아 생전에 존재가 증명되었고, 맥스웰은 자신의 평생 역작이 빛을 보는 놀라운 광경을 보지 못하고 1879년맥스웰 48세, 조선 고종 시절에 사망했으니 말이다. 요즘은 맥스웰을 고민하게 했던 물의 유전율 변화 현상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그림 1]처럼 물은 주파수에 따라 유전 상수가 심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의 유전 상수가 약 80임은 DC에 가까운 저주파에서 측정했다는 뜻이다. 빛에 대한 유전 상수는 매우 높은 주파수에서 측정하므로 약 1.8이 나오게 된다.


   1. 전기 용량 방법(capacitance method)   

[그림 1.1] 커패시터의 구조(출처: wikipedia.org)

[그림 1.1]과 같이 구조가 아주 전형적인 커패시터를 하나 준비한다. 커패시터의 물리적 크기(길이 혹은 면적)은 잘 알고 있다고 가정한다.[∵ 물리적 특성은 자로 재면 된다.] 그 다음에 [그림 1.2]와 같은 LCR 계측기(LCR meter)를 이용해 커패시터의 전기 용량을 실험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한다. LCR 계측기는 부하 임피던스(load impedance)를 정밀하게 재는 측정 장비이다. LCR 계측기에 있는 LCR은 당연히 L(인덕터, inductor), C(커패시터, capacitor), R(저항, resistance)을 의미한다. 하지만 LCR 계측기는 소자의 저주파 특성[주로 kHz, 많아야 MHz]을 재는 장비이므로 GHz를 넘는 고주파는 LCR 계측기로 재지 못하고 아래 [그림 2.1]에 있는 회로망 분석기를 사용해야 한다.

[그림 1.2] LCR 계측기: Keysight(Agilent) E4980A(출처: keysight.com)

LCR 계측기가 없다면 커패시터의 충전과 방전 실험을 통해 오차가 크지만 값싼 방법으로 전기 용량을 잴 수도 있다. 따라서, 커패시터의 물리적 크기와 전기 용량을 알면 수치 해석 기법을 통해 커패시터에 채워진 물질의 유전 상수를 결정할 수 있다. 물리적 크기가 고정되면 유전 상수가 커질수록 전기 용량이 커지기 때문에 가능하다. 수치 해석 기법을 쓰기가 곤란하면 커패시터를 [그림 1.3]처럼 평행판으로 만들면 된다.

[그림 1.3] 평행판 커패시터(출처: wikipedia.org)

[그림 1.3]에 보인 평행판 커패시터의 전기 용량 공식은 단순하게 결정된다.

                          (1.1)

식 (1.1)에서 물리적 크기$(A, d)$와 전기 용량 $C$가 결정되면 유전율(permittivity) $\epsilon$이 정해진다.

                                 (1.2)

유전 상수와 유전율은 식 (1.2)의 관계를 가지므로 유전 상수 $\epsilon_r$이 결정된다.


   2. 반사도 방법(reflection coefficient method)   

반사도 법[6], [8]은 [그림 2.1]에 소개한 회로망 분석기(network analyzer)를 사용하기 때문에 굉장히 정밀한 유전 상수 측정법이다. 또한 회로망 분석기는 LCR 계측기와는 다르게 GHz까지도 측정 가능하므로 고주파 측정의 핵심 장비이기도 하다.

[그림 2.1] 회로망 분석기(출처: wikipedia.org)

유전율 측정은 번거운 과정이기 때문에 [그림 2.2]와 같은 자동화된 측정법을 많이 사용한다[2]. 요즘 나오는 회로망 분석기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GPIB(General Purpose Interface Bus)나 네트워크 카드가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다.

[그림 2.2] 자동화된 유전율 측정 장치(출처: emtool.com) 

회로망 분석기에 기하 구조가 단순한 부하[여기에 측정하고자 하는 유전체를 삽입: 그림 2.2에서는 동축선 측정기]를 연결하고 [그림 2.3]의 구성으로 반사도를 측정한다. 회로망 분석기는 [그림 2.4]처럼 매질의 불연속에 의해 생성되는 반사파를 재는 정밀한 측정 장비이다.

 
[그림 2.3] 전원과 부하가 있는 전송선 회로

[그림 2.4] 파동의 반사와 투과(출처: wikipedia.org)

반사도가 측정되면 식 (2.1)에 의해 부하 임피던스(load impedance)를 알 수 있다. 부하의 유전율을 바꾸면 부하 임피던스가 바뀐다.

                       (2.1)

기하 구조가 알려졌기 때문에 유전율값을 바꾸어가면서 측정한 반사도와 수치 해석 기법으로 계산한 반사도가 최대한 같아지도록 한다.[이 방식은 그림 2.5처럼 역방향 문제(inverse problem)를 풀 때 주로 쓰는 방법이다.]

[그림 2.5] 유전율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출처: emtool.com)

[그림 2.5]의 알고리즘에 따라 측정한 반사도와 계산한 반사도의 오차가 가장 작은 유전율값을 답으로 예측한다[2]. 오차를 더 줄이기 위해 단일 주파수에 대해 측정하지 않고 넓은 주파수 범위에 대해 측정한다. 유전체를 장착할 수 있는 부하 구조는 도파관(waveguide)이나 동축선(coaxial cable)을 많이 사용한다.


   3. 공진 주파수 방법(resonant frequency method)   

유전율이 바뀌면 공진 주파수가 바뀌는 특성을 이용해 기판의 유전 상수를 결정한다. [그림 2.1]와 같은 회로망 분석기에 RF 필터[여기에 측정하고자 하는 유전체를 삽입]를 물리고 공진 특성을 측정한다. 공진 주파수가 측정되면 [그림 2.5]과 같이 유전율을 바꾸어가면서 측정한 공진 주파수와 수치 해석 기법으로 계산한 공진 주파수가 최대한 같아지도록 한다. 측정한 공진 주파수와 계산한 공진 주파수의 오차가 가장 작은 유전율값이 답이다. 이 방법은 공진 주파수만 찾기 때문에 반사도 법과는 다르게 넓은 주파수 범위를 측정할 필요는 없다.


[참고문헌]
[1] Measuring dielectric constantMicrowave Encyclopedia, 2008.
[2] 동축선 기반 유전율 측정장치 제어시스템, 이엠툴, 2010. (방문일 2011-10-21)
[3] T. Meissner and F. Wentz, "The complex dielectric constant of pure and sea water from microwave satellite observations," IEEE Trans. Geo. Rem. Sens., vol. 42, no. 9, pp. 1836–1849, Sep. 2004.
[5] K. Johnson, The Electromagnetic Field, James Clerk Maxwell - The Great Unknown, 2002.
[6] Basics of measuring the dielectric properties of materials, Application Note, Agilent. (방문일 2023-09-30)
[7] G. Pelosi, "A tribute to James Clerk Maxwell on the 150th anniversary of his equations (1864–2014)," IEEE Antennas Propagat. Mag., vol. 56, no. 6, pp. 295–298, Dec. 2014.
[8] M.-S. Park, J. Cho, S. Lee, Y. Kwon, K.-Y. Jung, "New measurement technique for complex permittivity in millimeter-wave band using simple rectangular waveguide adapters," J. Electromagn. Eng. Sci., vol. 22, no. 6, pp. 616–621, Nov. 2022.
[9] A. De Ninno, E. Nikollari, M. Missori, F. Frezza, "Dielectric permittivity of aqueous solutions of electrolytes probed by THz time-domain and FTIR spectroscopy," Phys. Lett. A, vol. 384, no. 34, 2020, art. no. 126865.
[10] Attenuation Due to Clouds and Fog, Recommendation ITU-R P.840-9, Aug. 2023.

2011년 10월 19일 수요일

미분 방정식의 의미(微分方程式, Differential Equation)

[경고] 아래 글을 읽지 않고 "미분 방정식"을 보면 바보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 미분법의 의미
2. 적분법의 의미


[그림 1] 미분 방정식을 이용한 열 운동의 표현(출처: wikipedia.org)

미분 방정식(微分方程式, differential equation: DE)은 미지수[혹은 미지 함수]를 구하기 위한 관계가 미분(微分, differentiation)으로 주어지는 방정식이다. 물리학에 나오는 대부분의 방정식은 미분 방정식으로 표현된다. 미분 방정식은 답이 아니라 답과의 관계를 표현하기 때문에 미분 방정식만 봐서는 전체 특성을 알기 어렵다. 따라서 설정된 미분 방정식을 풀어야 [그림 1]처럼 해당 개체의 변화 특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뉴턴의 운동 법칙(Newton's laws of motion), 훅의 법칙(Hooke's law), 파동 방정식(wave equation),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s), 전송선 방정식(transmission line equation) 등은 미분 방정식으로 표현된다. 가장 일반적인 미분 방정식은 식 (1)에 제시한 미분 대수 방정식(微分代數方程式, differential algebraic equation)이다.

                        (1)

여기서 $F(\cdot), y$는 벡터(vector) 형태를 가질 수 있다.[예를 들면 $F$ = $[F_1~F_2~\cdots~F_M]$, $y$ = $[y_1~y_2~\cdots~y_N]$] 식 (1)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복잡해보이지만 독립 변수는 $x$ 하나인 점이다. 독립 변수가 여러 개이면 편미분 방정식(partial differential equation: PDE)을 도입해야 한다. 너무 일반적인 식 (1)을 바로 풀기는 어려우므로 $F(\cdot), y$는 벡터가 아닌 일반 함수[예를 들면 $F$ = $F_1(\cdot)$, $y$ = $y_1(x)$]로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식 (1)은 1계() 상미분 방정식(the first order ordinary differential equation: ODE)이 된다. 1계 상미분 방정식이란 1차 미분만 있는 평범한 미분 방정식을 의미한다. 즉, 편미분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x$에 대한 미분만 존재하는 상미분을 사용한다. 식 (1)에서 미분만 잘 분해해서 풀기 쉬운 식 (2)가 된다고 가정한다. 식 (2)는 상미분 방정식인 식 (1)의 표준형(normal form)이 된다.

                        (2)

여기서 $x_0, y_0$는 초기 조건(initial condition)이라 한다. 식 (2)는 신기하게도 조건만 잘 주어지면 풀리는 미분 방정식이 된다. 현재 상태에서는 식 (2)의 형태가 복잡해서 이게 잘 안보이지만 존재성(existence)과 유일성(uniqueness) 증명을 통해 식 (2)를 푸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다[1], [2].

[1계 상미분 방정식 해의 존재성과 유일성(existence and uniqueness of solution for the first order ODE)]
식 (3)이 성립하면 식 (2)는 영역 $R$의 일부 영역에서 반드시 해를 가지고 이 해는 유일하다.

      (3)

여기서 $M, N, a, b$는 유한하며, $f(x, y)$와 $y$에 대한 편미분은 연속(continuity)이다.

[증명: 테일러 급수]
먼저 식 (2)를 초기 조건을 만족하도록 적분한다.

                       (4)

사실 식 (4)은 식 (2) 미분 방정식에 대한 답이다. 문제는 어떻게 $y$를 구하는 방법을 보여줄까이다. 그래서 먼저 다음과 같은 반복법을 제안한다.

                        (5)

식 (5)는 피카르의 반복법(Picard's iteration method)이라 부른다. 이 방법은 프랑스 수학자 피카르Charles Émile Picard(1856–1941)가 1890년피카르 34세, 조선 고종 시절에 제안한 탁월한 기법이다. 식 (5)를 풀기 위해 테일러 급수(Taylor series)를 이용해 $f(x, y)$를 급수로 전개한다. 식 (3)과 다른 강력한 조건이기는 하지만 $f(x, y)$가 영역 $R$에서 무한번 미분 가능하다면, 다음처럼 테일러 급수로 전개할 수 있다.

                       (6)

증명을 편하게 하기 위해 $x_0$ = $0$, $y_0$ = $0$라 가정한다.[∵ 좌표계 원점은 마음대로 옮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러면 수열 $y_n$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7)

      (8)

식 (8)은 좀 복잡해보이지만 이항 정리(binomial theorem)를 이용하면 쉽게 증명된다. 식 (7)과 (8)이 성립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식 (6)의 테일러 급수가 수렴하기 때문이다.[∵ $f(x, y)$가 연속이므로 테일러 급수의 수렴성에 의해 $m, l$이 증가할수록 각 항의 크기는 반드시 줄어들어야 한다.] 식 (7), (8)과 같은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면 $y_n$이 한 값으로 수렴함을 보일 수 있다.[∵ 테일러 급수의 수렴성으로 인해 식 (7)과 (8)에서 $n$이 커질수록 $R_n(x)$값이 계속 줄어드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즉, 해의 존재성은 증명이 된다. 해의 유일성을 증명하기 위해 해가 $y^{(1)}, y^{(2)}$ 두 개가 있다고 가정한다. 이 두가지 해는 피카르의 반복법으로 구했기 때문에 다음처럼 멱급수(power series) 형태를 가진다.

                      (9)

식 (9)의 둘째줄은 초기 조건으로 인해 당연히 성립해야 한다. 다음으로 함수 $y$의 미분[= $dy/dx$]에 대한 초기 조건을 구한다. 식 (2)로 인해 $y$의 미분도 초기 조건이 동일해야 한다.[∵ $y$의 초기 조건이 같기 때문에 식 (2)에 의해 그 미분도 같다.] 이를 사용하면 다음이 증명된다.

                      (10)

이런 방식으로 계산하여 고계 미분[= $d^ny/dx^n$]에 대한 경계 조건을 추적해보면, 식 (9)의 첫째줄에 있는 $y^{(1)}, y^{(2)}$ 대한 멱급수가 서로 같아진다.[∵ 식 (2)를 $x$에 대해 미분하면 $y$의 2차 미분 관계식($d^2y/dx^2$)을 만들 수 있고 그 초기 조건은 같아야 한다. 식 (2)를 계속 미분하면 고계 미분의 초기 조건도 같음을 보일 수 있다.] 즉, $y^{(1)}$ = $y^{(2)}$가 반드시 성립해야 한다. 다시 말해 식 (2)가 제시되고 함수 $y$의 초기 조건이 정해지면, 그 해는 유일하게 딱 하나로 정해져야 한다.

[증명: 피카르 반복법]
테일러 급수와 같은 강력한 조건을 사용하지 않고 정공법인 피카르 반복법을 사용한다. 증명의 시작은 식 (4)이다. 적분 방정식(integral equation) (4)의 특성을 알기 위해 다음과 같은 부등식을 하나 만든다.

                      (11)

식 (3)의 조건에 의해 $Mh \le b$이므로 $h < b/M$을 만족해야 한다. 다만 $h$는 $a$보다 작거나 같기 때문에 $h$ = $\min(a, b/M)$을 만족해야 한다. 식 (11)에 의해 우리가 찾고 있는 해 $y$는 특정 영역 안으로 한정된다. 독립 변수 $x$가 정의되는 구간 폭인 $2h$를 더 줄이면 해 $y$의 변화 폭은 더 작아진다.[이건 미분의 특성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다.] 이 개념을 이용해 해의 존재성을 증명하자[3]. 임의 함수 $\eta$에 대해 다음 최대 오차 함수를 정의한다.

                      (12)

해는 아니지만 식 (3)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함수 중 하나를 아래처럼 기술한다.

      (13)

여기서 $n \ge 2$. 그러면 식 (4)에 의해 함수 $y_n$을 다음처럼 표현할 수 있다.

   (14)

식 (14)에 있는 두 구간에 대해 정의된 함수 $y_n$을 식 (12)에 대입해서 오차를 계산한다. 먼저 $[x_0, x_0 + h/n]$ 구간에 대한 오차는 쉽게 계산된다.

                      (15)

그 다음 구간인 $[x_0 + h/n, x_0 + h]$에 대한 오차도 다음과 같다.

        (16)

식 (15)와 (16)에 의해, 구간에 정의된 함수 형태가 다르더라도 최대 오차는 동일하다. 만약 $n$이 무한대로 가면 최대 오차는 0이 된다. 오차 함수 $F(y_\infty)$ = $0$은 바로 해를 의미한다. 그래서 해의 존재성이 식 (12)에 의해 쉽게 증명된다. 이러한 1계 상미분 방정식 해의 존재성은 페아노의 존재 정리(Peano's existence theorem)라 부른다. 페아노Giuseppe Peano(1858–1932)는 1886년페아노 28세, 조선 고종 시절에 이미 증명을 출판했지만 틀린 증명이어서, 1890년에 다시 증명을 완성했다.
해의 유일성 증명을 위해 식 (5)에 제시한 피카르 반복법에도 식 (11)과 비슷한 부등식을 적용한다. 먼저 반복으로 얻은 근사 해 $y_{n+1}, y_n$의 차이를 본다.

                      (17)

반복을 진행할 때 현재 해와 이전 해의 차이를 알려면 $y$에 대한 $f(x, y)$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 평균값의 정리(mean value theorem)에 의해 다음이 성립한다.

                      (18)

여기서 $\widetilde{y}$는 $y^{(1)}$과 $y^{(2)}$ 사이에 존재하는 적당한 값이다. 식 (3)에 제시한 조건에 의해 식 (18)은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가진다. 이 한계는 립쉬츠 조건(Lipschitz condition)이라 부른다.

                       (19)

식 (19)를 식 (17)에 대입하면 반복 해에 대한 다음 관계를 얻을 수 있다.

                      (20)

여기서 $\sup (\cdot)$는 최소 상계(最小上界, supremum or least upper bound)이다. 만약 $h < 1/N$이라면 $Nh$는 항상 1보다 작기 때문에, 반복을 진행하면 최종 결과는 해 $y$에 수렴한다. 또한 $h$는 $a$보다 작거나 같아야 하는 조건도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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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나온 용어 중에서 초기 조건(initial condition)이나 경계 조건(boundary condition)은 미분 방정식에서 매우 중요하다. 초기 조건은 시간에 대한 미분인 경우 사용하고 경계 조건은 공간 편미분을 위함이다. 시간 미분은 아주 특별한 경우이고 보통은 공간 편미분을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를 풀기 위한 미분 방정식의 조건은 경계 조건이라 부른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계 조건은 보통 양 끝이나 바깥쪽[외곽] 값이다. 하지만, 함수가 유한하다든지 이런 경우도 [경계값은 아니지만] 경계 조건이라 부른다. 따라서 이 개념을 더 확장하면 미분 방정식을 풀기 위해 사용하는 조건이 경계 조건이다. 식 (5)에 있는 피카르의 반복법을 더 간단히 이해하기 위해 다음 미분 방정식을 고려한다.

                       (21)

그냥 풀기는 어려우므로 식 (5)를 이용한다. 지수 함수(exponential function)의 테일러 급수인 식 (23)을 이용하면 식 (21)의 해를 쉽게 구할 수 있다.

                       (22)

                         (23)

식 (22)의 방법론은 단순하지만 강력하지 않은가? 피카르의 반복법은 정말 대단하다.
우리가 증명한 해의 존재성과 유일성은 식 (2)의 1계 상미분 방정식에만 적용된다. 이를 고차원으로 확장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 부분은 의외로 쉽다. 먼저 2계 상미분 방정식부터 살펴본다.

                      (24)

여기서 $(\cdot­)'$는 $x$에 대한 미분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다. 식 (24)를 식 (2)와 같은 형태로 고치려면 역함수(inverse function) 개념을 활용하면 된다.

                       (25)

여기서 $h(x, y')$는 $g(x, y)$의 역함수라 생각할 수 있다. 식 (25)가 성립하려면 함수 $g(x, y)$가 존재해야 한다. 원론적으로는 식 (26)을 풀면 함수 $g(x, y)$가 얻어진다.

                      (26)

하지만 식 (23)의 좌변과 우변에 $y'$가 있고 $y$의 미분이 $y'$가 되어 $g(x, y)$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잘 보면 식 (26)은 식 (1)과 같은 형태이므로 식 (1)이 식 (2)로 항상 유일하게 변환된다면 $g(x, y)$의 존재성이 증명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식 (1)은 식 (2)로 유일하게 변환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sin(y'×y)$ = $0$는 삼각 함수(trigonometric function)의 주기(period) 때문에 유일하게 $y'$ = $f(x, y)$로 표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벡터 기반으로 피카르의 반복법을 새롭게 변환한다.

                 (27)

식 (27)의 마지막식을 이용해서 피카르의 반복법을 다시 정의한다.

                   (28)

따라서 식 (28)은 식 (5)와 같은 형태이므로 해의 존재성과 유일성이 고계 상미분 방정식(higher-order ordinary differential equation)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벡터로 표현된 식 (28)을 각각의 적분식으로 분해하고 식 (5)를 증명하기 위해 썼던 식 (7), (8)의 방법을 이용해 꼬리에 꼬리를 물도록 식을 배치하면 자연스럽게 식 (28)이 증명된다.] 여기서 고계(高階)는 고계 도함수(higher-order derivative: 고차 도함수라고도 하지만, 용어의 일관성을 위해 고계를 선택)란 의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다음 미분 방정식을 고려한다.

                   (29)

식 (29)를 식 (28)에 대입해서 피카르의 반복법을 사용한다.

                   (30)

여기서 $z_1, z_2$는 삼각 함수의 테일러 급수를 비교해 얻는다. 식 (30)의 최종 결과를 식 (29)의 미분 방정식에 대입해서 식 (30)이 해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식 (29)에 초기 조건으로 아무 함수값 두 개를 넣는다고 해서 해의 유일성이 그냥 나오지는 않는다. 해의 유일성이 성립하려면 식 (27)이나 (29)에 있는 초기 조건을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음 문제를 고려한다.

                   (31)

식 (29)와 (31)을 비교하면 초기 조건이 약간 다르다. 식 (29)는 함수 $y$의 미분에 대한 초기 조건이 있으나 식 (31)은 없다. 식 (31)의 미분 방정식 해를 구하기 위해 식 (28)과 동일한 피카르 반복법을 사용한다. 다만, 함수 $y$의 미분에 대한 초기 조건이 없으므로 이 값을 $c$라고 둔다.

                   (32)

다음으로 식 (32)에 있는 미정 계수(未定係數, unknown coefficient)인 $c$를 정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은 초기 조건인 $y(\pi)$를 쓴다.

                        (33)

하지만 운 나쁘게도 초기 조건 $y(\pi)$는 $c$를 결정할 수 없게 만든다. 따라서 식 (31)을 만족하는 해는 무수히 많다. 해는 존재하지만 해의 유일성이 성립하지 않는 전형적인 예가 식 (31)이다.
다양한 상미분 방정식을 분류하는 이름으로 제$m$계 제$n$차 상미분 방정식(ODE of the $m$th order and $n$th degree)을 많이 사용한다. 미분 방정식에서 $m$계(order)는 $y$를 $m$번 미분한 $d^m y \mathbin{/} dx^m$이 있다는 뜻이다. 또한 가장 고계인 $d^m y \mathbin{/} dx^m$의 거듭제곱 차수가 $n$인 경우는 추가적으로 $n$차(order)까지 붙인다. 이러한 개념은 르장드르 함수(Legendre function)의 명칭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다만 우리 수학 용어에서 계수(階數, order)와 차수(次數, degree)가 혼용되어 쓰이고 있어서 더욱 주의를 기울여 구분해야 한다. 보통 계수는 미분한 회수, 차수는 거듭제곱의 숫자에 활용한다. 예를 들어, 2계 미분(the second order differentiation)은 $y$를 2번 미분한 $y''$이며, 2차 방정식(quadratic equation or second degree equation)은 고차 항이 $x^2$인 식이다. 미분 방정식의 명칭에 계수와 차수를 쓰는 이유는 해법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고계 미분 방정식은 그대로 풀기 어려워서, 식 (28)처럼 초기 조건을 가지고 1계부터 시작해 계수를 하나씩 늘리면서 푼다. 즉, 1계, 2계, 3계 미분 등을 차례로 적분하면서 해답을 무한 급수로 나타낸다. 마지막에 푸는 $m$계 미분의 차수가 1이면 식 (27)과 같은 꼴이 된다. 만약 차수가 2보다 큰 경우는 $y^{(m)}$에 대한 대수 방정식을 풀어서 식 (27)과 같은 모양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가장 큰 계수의 거듭제곱이 중요하므로 차수란 개념을 도입해 미분 방정식을 추가로 분류한다.

[참고문헌]
[1] E. Kreyszig, Advanced Engineering Mathematics, 10th ed., John Wiley & Sons, 2011, pp. 38–42.
[2] S. Miller, "Proof of existence/uniqueness theorem for first order differential equations," Williams College, 2009. (방문일 2019-12-05)
[3] R. L. Pouso, "Peano’s existence theorem revisited," arXiv:1202.1152, 2012.